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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1일 1문구] 최초의 인간
게시물ID : readers_26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프대위
추천 : 3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31 00:33:26
「공평하게 말해야지. 그 사람들 대가족 전체를 굴 속에 가둬 버렸었다고, 암 그랬고 말고, 정말 그랬다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베르베르 족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불알을 잘라 버렸어요. 그러니까 베르베르 족은 또......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범죄자까지 가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그 이름이 카인이라,
그 후부터는 전쟁이야. 인간은 끔찍해. 특히 사나운 태양 아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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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유작 <최초의 인간>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
카뮈의 책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부조리에 고뇌하면서도,
사르트르가 초인처럼 단호히 서서 부조리를 끊으려고 한다면
카뮈는 단호히 서있으려 하면서도 끝없이 인간으로서 고뇌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 인간다운 고뇌가 저는 굉장히 끌립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까요.

최초의 인간은 작가 본인의 자전적 성격이 많이 담긴 소설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자랐던 작가의 유년 시절이 많이 반영되어있습니다.
식민지에서 생활하는 본국 출신의 혈통이라면, 마치 인도에 사는 영국 귀족과 같이 부유한 느낌이 들지만,
북아프리카의 프랑스인들은 미대륙 개척 초기의 영국인들처럼 본국에서의 힘겨운 삶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넘어온 이들이 대부분이었지요.
그들은 북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과 원주민인 아랍인들과의 갈등, 그리고 베르베르 족과 같은 유목민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에서 잘잘못을 따지자면 당연히 침략자인 프랑스인들이 나쁘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사르트르와 카뮈 사이에 있었던 가장 큰 다툼이 바로 이 점에 있었다고 하지요.)
어쨌거나 북아프리카로 건너간-그리고 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이들은 삶 자체가 투쟁이었을 겁니다.

사실 누군들 그러지 않을까요. 삶은 곧 투쟁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든, 척박한 자연으로부터든, 아니면 운명으로부터든, 살면서 우리는 끝없이 싸우지요.
그러한 싸움의 시작은 어디였는지, 그리고 끝은 어디였는지,
인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입니다.

오늘은 사족이 조금 길군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길게 쓸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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