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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려져 있던 구석을 봐주신들
날개뼈의 이 문신 뭔지 묻지 마오.
아는 척 설교하려 구태여 새긴 게 아니며
흉터를 자랑인 듯 가볍게 말하지 않을 테니.
나는 사연 없는 허튼 행동 하지 않소.
그러나 외로움에 지친 밤이오,
나약함을 이 글에 봉인코자 하니
혼잣말 좀 하게 두쇼
날개 자리 이 문신은
대게 없을無와 한 일一까진 능히 읽되
석 글자 중 뒤는 잘 모르더군요.
천태만상에 널린 것, 물건 물物을 써 무일물이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말로
유형의 재물만 탐닉하다
무형이라던 덕은 무시한 자의 말로末路완 다른
속 깊은 말로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듯이
않을 수 있는 데까지
소유하지 않음의 유지를 잇는
제 주문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한갓 속인인 제가 어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살 수 있겠소.
다만, 필요와 불필을 조금 더 지혜롭게 가리고자 한
저의 바람과 같은 것입니다.
또한 이 세상엔 본래 하나의 물건도 없다는 뜻으로
本 본
來 래
無 무
一 일
物 물
이라고도 하오.
보시게,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고 그 안에 핀 것과 노니는 것도 오직 그 자신일 뿐
여인아, 꽃은 화분의 것이 아니오.
산영꾼아, 짐승의 털은 사람 옷이 아니오.
비늘과 깃털 밑 속살은 접시께 아니오.
치장으로 어여쁘고
값어치가 매겨지고
조리된 맛을 주는 것은
본래 이 세상에 없던 것이니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것.
나는
꿈꾼 걸 가져본 적도
원래 있던 꿈도 아니었다.
꿈만 같던 날개도 실상 없는 것이니
그래서 거기 새겼다.
평소 가려져 있던 구석을 봐주신들
날개뼈의 이 문신 뭔지 묻지 마오.
욕탕 혹 풀장이나 유사한 곳에서 그 석 글자 새긴 검은 머리 보면
아무개라 부르셔도 좋소
나를 한 번 알아주시던지 말든지
목이 메여서 육성으론 할 리가 없는 말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