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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엔 질타, 박근혜엔 찬사... 이상한 이중잣대
게시물ID : sewol_26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16
조회수 : 912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4/05/08 18:46:5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9193

그야말로 '잔인한 봄'이다. 한 달도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두 번의 대형사고가 났다. 

수학여행 길에 오른 고등학생들을 포함해 수백 명을 태운 배가 눈앞에서 가라앉더니,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하철 충돌 사고가 났다. 두 사건 모두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였고, 최고 책임자들이 크게 반성하고 국민에 사과해야 할 일이었다.

이 때, 언론은 엄격한 기준을 세워 사고 수습에서 대책 마련까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이번에도 흔들렸다. 두 사고의 최고 책임자, 대통령과 서울시장을 대하는 모습은 기준부터 입장까지 모든 것이 정반대였다.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대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의 10차 보고서(8일 발표)에는 이 행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박원순에는 '늑장 방문' - 박근혜에는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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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7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화면캡처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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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 현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을 면담하고 수색 현황을 보고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에게 구조 체계의 부실을 항의하기도 하고 가족을 구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국가의 수장으로서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국무회의 등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늦었다는 반응이 많았고, 대책 본부의 허술함이 끊임없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이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여론도 일어났다.

그러나 일부 보수 언론은 이런 어두운 면을 조명하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는 자체에 찬사를 보내기 여념이 없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의 <돌아온 저격수다>는 17일과 18일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간 모습을 보면서 아주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거나 "대통령으로서 정말 어려운 자리에 간 것"이라는 발언으로 박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박 대통령이 처음에는 욕을 먹었지만 마지막에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고 몇 번씩 강조하며 "대단한 정치인"이라는 수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해양 안전체계나 사고 후 구조 과정에서의 허술함은 전부 대통령이 아닌 무능한 공무원들의 탓으로 돌렸다. <조선일보>는 보도 내내 '박 대통령의 고군분투'와 '정부 실무자들의 무능'을 분리해 강조했다. 이는 <돌아온 저격수다> <신통방통> 등 종편 시사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다. <신통방통>의 한 패널은 이 사고가 과거부터 쌓여 온 안전 불감증의 결과라며, "박 대통령이 책임을 다 져야 한다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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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 후에 왔다고... 지하철 사고 발생한 지 2시간 이후에 현장에 도착한 박원순 시장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5월 3일 3면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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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은 지하철 충돌 사고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을 논하면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일 <사고 2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원순 시장>이라는 기사에서 박 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상왕십리역에 대책본부가 설치된 것을 두고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번 사고와 서울시를 최대한 분리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종편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5월 4일 방송에서 노량진 수로 사고와 삼성동 헬기 사고 등의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며 "박원순 시장의 늑장대처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한 패널은 "박원순 시장이 관할과 소재를 가르는 것으로 비판을 받는다"며 실망을 표현하고, "이렇게 똑같은 일을 두 가지 잣대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중잣대가 싫다"고 했지만 정작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보수 언론과 종편이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이런 보도행태를 두고 "(보수언론들이) 그야말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며 비판했다.

김황식의 '박심'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일 뿐?

언론의 '박근혜 감싸기'는 재난 보도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번 달 초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대통령의 지방선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경선에 참여한 다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조차 "사실이면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다"고 반발했던 중대 사안이다.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은 마땅히 이 발언의 진위를 캐고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 문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방송사는 이 문제를 간략하게 다루거나,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문제와 한데 묶어 '후보 간 공방'으로 치부했다. <KBS>는 지난 3일 <야, 공천 반발·탈당... 여, '박심'논란>이라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 문제를 먼저 자세히 설명했고, '박심 논란'은 관련 후보들의 발언을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YTN>도 4일 <김황식, 또 '박심' 발언에 반발> 보도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역시 경선 과정 중 논란으로만 묘사했다. 대개의 보도는 후보들의 발언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고, 정작 그 발언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내용은 어느 방송에도 없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방송이 '박심 논란'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과 섞어 문제의 심각성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야당 정치인 실언과 실수만 부각해 보도한 언론들

편파성은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을 보도할 때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여당 정치인의 실언은 간략하게 보도하는 반면 야당 정치인의 실언이나 실수는 여러 날에 걸쳐 많은 지면을 할애해 내보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정미홍씨가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았다는 허위 글을 올린 문제에 대해 보도한 것은 지상파 3사 중 <SBS>가 유일했다. 이외에는 <YTN>과 <채널A> 등이 한 꼭지씩만 보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는 이 문제를 지면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반면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건배사' 논란에 대해 <문화일보>는 3일 동안 4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구청장의 해명 자료를 반박하며 '거짓해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미홍씨의 '괴담' 유포와 잇따른 사과, 경찰 수사 등을 한 건도 지면에 싣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세월호 괴담'과 '유언비어'를 문제 삼아 온 신문사들이, 정작 확인되고 잘못을 인정한 '괴담'에는 침묵했다"며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지나치게 관대한 언론들의 모습을 지적한 이 날 보고서에서는, 이외에도 KBS 막내기자들의 양심고백 등을 중요한 내용으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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