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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무협은 나에게 있어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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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Limesis
추천 : 2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4 06: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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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없이 빠져들고,

현실을 잊게되고,

삶의 동력을 상실한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약을 먹으면 다른 세상에 갔다오는 기분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소설. 그것도 공상의 기회가 주어지는 그것들이 마약이다.


최근 몇 년간은 끊었지만... 다시 읽게되었고,

한번 읽기 시작 한 다음에 해가 한번 지고 다시 떠오를 때 까지 계속 읽으면서.

현실의 '나'와는 완전히 동 떨어진

형이상의 세계에 침식되어있는 '나'를 자각하고는 한다.

그리고, 별 위기감을 못 느낀다.


나의 삶을 좀먹는 이 떨쳐내기 힘든 유혹은

조금이라도 나의 삶이 힘들어 질 때면 항상 물밀듯이 밀려온다.

척박한 삶을 그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공상의 환희감에 쩔어들게 만드는 이것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떤 이는 술에서, 마약에서, 담배에서, 여자에서, 도박에서, 게임에서, 심지어 일에서 도피처를 찾고있는데,

이것이 나의 도피처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업무나 공부에서 도피처를 찾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윤택하게 보이겠지만,

그들의 삶 자체도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력의 편의가 조금 더 있을 뿐.


마음속에 있는 공허함은 이제 더이상 대중적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쁨을 얻는 것.

보통의 삶을 살아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그 어떠한 것도 나의 삶에 있어서 충만을 가져오지 못한다.


오로지 매마르고 일그러진 형 이상적 공상의 추구만 있을 뿐.

나의 심리적 장애는 이렇게 교감없이 구석에 처박힌다.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으면 오히려 다행일듯 싶지만.

특유의 의연함과 자기암시를 통해 보통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본 나는.

그러한 보통의 삶에서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나를 발견하고 더 비참해질 뿐이었다.


그저 다른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교감하며, 자신의 내면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나에게는 그저 연기와 자기암시로 인한 단순한 심리적 자원의 소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닳고,

일방적인 피로감과 만성적인 욕구불만의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왜 다른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공허한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고.

나는 나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대중과 차이점을 가진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나는 어떠한 삶의 방식을 영위하던지 간에.

다시 이곳, 내가 있는 심리적 본질로 회귀하여야 함을 느끼고 있다.


홀로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지만, 

내 최후를 생각해 보면, 그 삶이란 너무나도 척박하고 매말라 있을것 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인간은 언제나 홀로 죽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죽음의 순간에 '심리적 충족감'을 느끼며 죽을 수 있겠는가.


아니다.

나는 최후의 순간에도 마음 속 깊은 공허함과, 수십년 동안 나 홀로 버티면서 쌓아올린 비틀린 아집들과 함께

절규하며 붕괴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심리적 공허함을 함께 상보할 존재를 찾아야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을 보완해줄, 그리고 내가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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