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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처럼 적었던 글이 없으면 나의 이 슬픔을 얕보지 마시오.
게시물ID : readers_26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4 12: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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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몸 하나 뉠 비좁은 우리 안을 눈 운동 만이라도 넓게 쓰고자 벽걸이로 단 큰 거울 앞에 이 창백함은 기름진 취식 못 해 입술의 색도 말라 없소.

내 소굴은 집값 싼 습한 터인 데다 전기세 아끼려 본의 아닌 어둠과 친해 음기가 꽉 도사리니 수맥 때문 습하고 또 우주만큼 시리오. 

그립던 시절뿐만 수면 위 오르는 깊은 밤이 되면 손 안 닿는 곳곳 흑돌과 마스카라가 기다니고
절규하는 등 무늬 거미가 살림 치고
한 떨기 흑장미 같은 그림자 고인 데에서 뼈 손짓이 오라 느껴지니
멋대로 상상한 아름다운 귀신과 춤을 출 수 있다면
죽음의 유혹도 안 느껴야 할 터 없다고 자칫 방심하리라.

훠이, 훠이

곱고 흰 두부와 잡귀 쫓는 속성인 소금만 갖고 끼니 해야 할 만큼 가난했소.
비록 본의 아닌 이 어둠의 이 차가움에 친숙하여
심혈 말초까지 서리가 낀 한을 앓았으나
만물 평등한 염라께서는 생전 못 느낀 따듯함 주시겠다.


그 감사함에 무엇을 대접하여야 하나

을이 그래왔듯 잘 아오,

머리 숙여 넙죽 웅크릴 테니

그대로 초강初江한테 국 끓여달라

고기만두 한 사발 드십쇼

차마 보신 되리란 말은 못 하겠네.


천식에 튄 타액 갖고 스스로 시한부를 점친다.

유언처럼 적었던 글이 없으면 나의 이 슬픔을 얕보지 마시오.

육신의 주인 노릇 하나 성치 않은 얼 가다듬게 전구 한 촉에 기대어 다시 책을 펼친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 창28:15
흠, 그래도 교회는 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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