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임 지음 / 평단문화사 / 2004.09.10 / 사기가 13,000원 이 책은 캐나다 산 양질의 펄프로 제작된 표준 규격 사이즈 용지 463페이지에 대한 모욕이며 BC 4000년 경 유연 또는 목탄 등 탄소덩어리에서 추출된 잉크를 사용한 이집트인에 대한 뻔뻔한 모독이다. 단군 이래 제1 대 쓰레기가 있다면 이 책도 그 한켠을 반드시 차지하리라. 보통 책을 고를 때는 신중하여야 한다. 물론 그 책이 당신의 총알, 또는 선혈을 허비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책은 읽는 행위부터 생애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대 사건이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타인의 지식 을 흡수하고 그 들의 시각을 엿보기 위해 할애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 하다. 이 책을 고른 것은 그런 중요한 책 선택의 신성한 의식을 사소하게 넘겨버린 내 불찰이 컸다. 我는 보통 이동수단을 이용할 때 읽기 좋은 짧은 호흡의 일반상식 모음, 단어용례, 백과사전 형식의 책을 읽곤 한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아주 '그럴싸한' 제목은 에덴 동산의 선악과 처럼 붉고 아름답게 빛났고 나는 이 책을 한입 베어 물어 나 자신에 원죄를 뒤집어 씌웠다. 각설하고 이 책을 잘못 흡기하여 주화입마에 빠진 그대들을 위해 - 그리고 我와 같은, 또는 다른 경로로 이 책을 접했을지 모를 잠재적 병신력폭탄 피폭자들을 위하여 분노한 본인은 키보드를 놓지 않을 것이다. 아 다시는 펴기도 싫은 이 책. 그러나 남이 애써 쓴 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려면 일종의 증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무튼 책의 본문는 Q & A 형태를 취한 지극히 평범한 상식백과 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면 물곰팡이 홀로 아득한 된장찌개의 콤콤함, 입에 퍼지는 상한우유의 알싸함이 다가온다. 다음은 몇가지 전문. Q.줄어드는 인구, 왜일까? 호주는 180년 전 백인들이 처음 호주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30만명 정도의 원주민이 있었는데 지금은 감소하여 23만 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또한 1778년 캡틴 쿡이 하와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원주민인 폴리네시아인들이 약 30만 명이나 살았다. 그러나 1850년에는 이상하게도 8만 4천명으로 인구가 줄어있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인디언들도 그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이를 염려한 미국 정부는 인디언과 폴리네시아인들에게 매달 1인당 500달러를 지급함으로써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어쩌라고. 저자는 왜냐고 내게 묻는건가? 내게 줄어드는 인구에 대한 구글링과 지식검색을 요구하는 친절한 가이드라인인가?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다. 왜 줄어드는지 알려주든가!! 같이 고민하자고? Q.발포명령자는 누구이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밑도 끝도 없는 Q. 이 출판사는 저자의 원고를 교정해볼 생각은 단 눈꼽만큼도 없었던 듯 하다.) 보스턴 대학살은 1770년 3월 5일 영국군이.. - 중략 - 보스턴 주민 50명이 영국군을 공격하였고 이에 영국군 책임자 프레스톤이 발포명령을 내림으로써 다섯명이 죽은 것이다. 죽은 사람수는 적지만 미국에선 이를 보스턴대학살이라 불렀고 프레스톤에게 유죄선고를 내렸는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사건은 온갖 책 속에서 언급된다. 이것이 대학살이라면 2000명 이상의 무고한 사상자를 낸 광주의거는 과연 무엇이라 부를 수 있으며 발포명령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9만원 대머리드립을 친 것은 나쁘지 않으나 어이가 없을 정도로 주관적이며 뜬금없이 등장한 광주의거는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 없는 생뚱맞은 섹션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차와 관련한 미,영 간 채무 문제와 취급 되는 건 무슨 수작인가? 게다가 이 책은 분명 역사 과학 성 예술 성경, 세상의 모든 것을 뒤집어 읽는다고 하는데 (표지에도 당당히 적혀있다.) 이러한 상식 사전 관련 서적을 한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법한 (방송매체에서도 다루어 이제는 대부분이 숙지하고 있는) 관련 지식을 그저 그대로 삽입한 것과 다름 없다. 뭘 뒤집어 본다는 건가. 제대로 우려먹고 있다. 근거자료의 빈약성과 오보 -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정도로 많다. - 와 성경 쪽 지식에만 편중된 경향 등 책의 본질적인 객관성은 이미 잊은지 오래다. (역사 과학 성 예술 등 다른 분야에도 성경 구절을 멋대로 삽입하고 있다. Q. 간음하다가 하루에 23000명이 죽었는가? 참조.) 어쩌면 이 작가의 약력이 종교심리학을 전공하고 응용심리학을 전공하고 구약성경을 전공했다고 하니 다소 이러한 부족함을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와 시각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독자에 대해서 뭔가 대책이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컴퓨터(뭐에 강하단건지?)CDC76000은 몹시 민감해서 조금이라도 온도가 낮으면 감기에 걸린다는데 이번 신플은 어떻게 무사히 넘겼는지 안녕을 여쭙고 싶고 그가 직접 쓴 '현대판 전족: 하이힐 이야기'를 보면 귓 방망이를 올려 부칠 준비를 하는 여성들의 분노가 느껴질 지경이다. 신빙성이 의심되는 지식, 너무나 대중적이라 집어넣기도 민망한 지식, 작가의 협소한 시각, 용두사미 꼴의 글 전개, 어쩌다 유용하다 생각되는 칼럼은 죄다 타인의 글을 게재한 것 모두가 이 '것'을 최악의 '종이잉크범벅'으로 치부하기 딱 알맞는 요소다. 더 무서운 건 거진 서른편이 넘는 그의 다른 저서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약력에서 소개된 책만 11권. 그것도 스테디셀러 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13,000원이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