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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1일 1문구] 삶의 한가운데
게시물ID : readers_262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프대위
추천 : 2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9/06 22:56:14
이에 누군가가 나서서 그렇다면 건강하지만 반사회적인 인간도 제거시켜야 한다, 국민은 이들과 정신병자를 희생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이때 니나는 소리쳤다. 그럼 당신은 횔덜린도 죽였겠군요, 그렇지요? 그리고 니나는 완전히 자제력을 상실하여 복도까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질렀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재판관은 누가 됩니까? 어떤 경우에도 살인은 살인이라는 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당신 같은 양심 없는 사람들이 재판관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들은 법이라는 미명하에 한번 죽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옳든 그르든 상관 않고 계속 죽이게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살인자들만 남게 되겠지요. 나는 이에 반대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결코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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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 : 독일의 유명한 시인으로 오랫동안 정신병을 앓았다는군요. 독문학은 잘 알지 못해서 ㅠ)


루이제 린저의 소설 <삶의 한가운데>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
나치즘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1930년대 말 독일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니나가
나치즘에 경도된 또래 학생들과 설전을 벌이다 쏟아내는 말입니다.

인간이라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들이 몇 가지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인권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댓글로 자주 보이는 말들이 있지요. 저런 것들은 인간도 아니다.
감정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나 그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얼마나 끔찍한 증오의 씨앗이 담겨 있는지 모를 겁니다.
한 명의 인간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지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를 지켜주는 인간이라는 끈이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요.

한편 책 얘기를 하자면, 인용된 부분과는 달리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물론 굉장히 단순화를 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그보다는 훨씬 깊이가 있는 책이지요)
위에서 열변을 쏟아내는 니나와 달리,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의사 슈타인 박사에게 저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통찰력을 가졌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십수년의 세월 동안 이어진 짝사랑 속에서 니나를 차지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혼자 갈등하다 결국 놓쳐버리죠.
답답하지만 마냥 욕할 수만은 없더군요.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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