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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1일 1문구] 백 년의 고독
게시물ID : readers_26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프대위
추천 : 1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9/07 22:57:10
우르술라는, 자신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혹독한 전쟁에 시달려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누구를 결코 사랑해본 적도 없었고, 아내 레메디오스나 그의 삶을 스쳐갔던 셀 수 없이 많은 하룻밤의 여자들도 결코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의 아들들은 훨씬 더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전쟁을 치뤘다거나,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전쟁에 지쳐서 무한한 승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이유, 즉 죄 받아 마땅한 그 특유의 오만 때문에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다고 추측했다. 그래서 우르술라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그런 아들이 사랑을 하는 데는 무능한 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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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
옛 번역책에는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번역된 경우가 많았는데, <백 년의 고독>이 정확한 번역이라고 하더군요

확실한 기승전결, 명확한 메세지를 원한다면 이 책은 아무 것도 아닐 겁니다
이야기는 말도 안 되고 윤리적이지도 교훈적이지도 않죠.
이 책을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저는 마르케스 본인은 이 책을 이해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고, 그 재미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재미있고,
또 무엇보다도 고독합니다.
백 년에 걸친 가문의 투쟁의 역사가, 결국 우스꽝스럽고 추한 최후를 위한 것이었다는 운명 앞에서
책의 인물들은, 읽고 있는 우리들은, 그리고 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고독해집니다.
이 고독에 모두가 매혹되는 것이겠지요.

언젠가는 이런 책을 저 역시 쓰고싶지만,
글쎄요, 소설의 종말을 얘기하는 서유럽 작가들에게 쿤데라가 이렇게 말했다죠.
마르케스 같은 작가가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노력하면 쿤데라처럼은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죽었다 몇 번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마르케스처럼 쓸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제 생애 쿤데라를 따라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입니다. 마르케스의 앞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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