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예전에 교양 수업 교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
가끔 오유에서도 표절이나 트레이싱, 그림체 관련된 글이 올라옵니다.
사실 이 글도 어제 어떤분이 올리신 글에 올라온 댓글 보고 쓰는 거고요.ㅋㅋ
트레이싱이나 표절은 특정 장면의 포즈나 구도 등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고
파쿠리는 말마따나 개성있는 타 작가의 그림체를 그대로 베낀 뒤
그 사실을 묵인한 채 마치 자신 특유의 창작물인 것 마냥 이용하는 겁니다.
(혹여나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다수의 대중들이 봤을 때 특정 작가가 연상될 정도로
그림 스타일과 캐릭터가 흡사하다면 포함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만화계의 경우, 표절이나 트레이싱에서는 대중들 요건이 엄격한 반면
파쿠리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베낀자를 옹호하고 파쿠리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자와 원작자를
마치 별 것 아닌 것에 대해 과민반응하는 정신이상자 취급해서 역관광 시키는 경우도
동인계에서 드물지 않게 봐 왔고요. 창작과 개성을 중시하는 외국에서 파쿠리를
탐탁치 않게 보며 비판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흔히 파쿠리를 옹호하며 하는 논리가 바로 이겁니다.
'너네는 무슨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냐?!! 누구나 처음엔 딴 사람 그림 보면서
연습하는 거거든? 좋아하는 작가 그림 따라 연습하다보면 다 닮게 돼 있어.
그리고 요새는 만화가 하도 많이 나와서 이렇다 할 만큼 엄청 독특하고 개성있는 그림체도 드물다.
원작이라고 하는 것들도 실상은 만화계에 흔히 널린 그림체들 중 하나고.'
물론 어느정도는 설득력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작가가 파쿠리 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파쿠리라며 몰아가는 사례도 많이 봐 왔고요.
하지만 만일 실제로 어떤 사람이 특별한 자기 개성이나 창작의 노력 없이 '의도적으로'
그저 인기있고 예쁘다고 인정받는 유명작가의 그림체를 베껴왔다면,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행위를 앞서 말한 논리들과 함께 합리화 했다면 최소한 그분께 만큼은
교수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그것은 '모방+자기색을 넣은 새로운 2차 창작 그림체를
새롭게 생산했을 때' 얘기다. 백날 천날 단순 모방만 하면 그건 그냥 인간 프린터에 불과해.
원작자가 10년 동안 머리 쥐어짜가며 창작해 온 '재산'을 10분만에 훔쳐낸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무례한 짓이고.
커틀릿에 일본 나름의 색을 넣어 새롭게 창작해낸 요리인 돈까스는 지금 그 자체로서
인정받지만 만일 너네가 커틀릿에 케챱 조금 얹고 니 새로운 개발음식이라 주장한다면 모두가 비웃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