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앞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에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개인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으며, 그저 '윤 변호사'로 불릴 뿐이다. 소설 속에서 그 자신은 다른 사람의 이름 석 자는 잘도 부르면서 자신을 호칭 때에는 "윤 변호사입니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는 시종일관 자신의 시선으로 이야기들을 서술하면서 그 자신의 정체성을 개별적인 존재로서가 아닌 변호사로서의 존재 속에 자리잡아 놓는다.
그런 시선을 통해서 '나'는 각종 상황 속에서 인간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개개인으로서 바라보지 않고 인간 종 전체에 대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특히 사람이 비겁해지기 쉬운 상황을 여럿 묘사하고 있는데, 그 중에 후술할 내용과 연관이 있는 선택의 장면을 아래에 인용한다.
"배심원 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게 만장일치로 모인 뜻을 물거품으로 만든 자의 말이었다.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 훈훈한 미담 같은 것은 애초에 어울리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법정이라는 배경이 사람들의 본성 중에서도 어두운 부분을 유독 잘 끄집어 내기 쉬운 곳이라는 시선이 소설 전체에 배어 있다. 하지만 쉽게 비겁해질 수도 있는 인간에 대한 실망 역시 인간으로서의 오만에 가까운 것이다.
이 소설은 여러 모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소수의견이다. 법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해당 쟁점에 대한 학설과 판례를 꿰고 있어야 하는데, 그 중 대법원 판례 속에 있는 소수의견은 그 속에 담긴 법리 자체로 중요한 연구 소재가 된다. 소설 속에는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자 한때 정신 나간 것으로 보이던 소수의견들이 주류적 입장이 되었던 예가 언급된다. 이같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하는 것은 소수의견의 입장만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는 경우도 일어난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이런 것들은 법학자에게나 흥미로운 주제일 법도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인간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없이 담담히 법을 다루던 시선이 서서히 변화해가는 양상을 빚어내면서 법을 모르는 우리에게도 흥미롭게 읽힌다. 결국 '나'는 사람 위에 존재하는 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법 아래 있는 듯이 보였던 사람에 대해서는 숙명적인 비애감이 서려 있던 이전의 시각에서 탈피하게 된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나'는 아래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젊은 작가의 처녀작인데 한국 소설가로서는 생소한 법정소설임에도 거침없이 읽힌다는 점에서 작가의 서사적 역량이 느껴지면서 다음 작품이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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