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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1일 1문구] 불멸
게시물ID : readers_26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프대위
추천 : 0
조회수 : 2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9 14:04:17
아녜스는 "그는 파르마 수도원에 은둔했다"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이 문장이 있기 전까지 책 전체에 걸쳐 어떤 수도원도 등장하지 않으나, 그럼에도 맨 마지막 페이지의 이 문장은 스탕달이 소설 제목으로 달 만큼 매우 중요하다. 파브리스 델 동고의 모든 모험의 끝이 결국 수도원, 말하자면 세상과 인간을 등진 곳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세상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 고락을 제 것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늘날은 인간에게 세상과 불화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파브리스 같은 이가 은신할 수 있었던 수도원도 이제는 끝장났다. 이제는 속세를 등진 장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수도원의 추억뿐이다. 수도원이라는 꿈, 수도원이라는 이상뿐이다. 수도원. 그는 파르마 수도원에 은거했다. 수도원의 신기루. 벌써 칠 년도 넘게 아녜스가 스위스를 드나든 것은 바로 이 신기루 때문이었다. 그녀의 수도원, 세상을 등진 그 길들의 수도원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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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인용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ㅡ 그리고 읽고 나서도 이 문장만이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이제는 끝장난 수도원의 환상,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 세상과 불화할 권리,
누구나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꾸지만 결국 현실로 나올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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