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될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기회인줄 모르고 흘려보내고, 또 어떤 사람은 기회를 잡아서 인생 대역전을 이뤄낸다.
그러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 사람은 지금 눈 앞에 있는 전환점을 전력으로 거부하고있다.
“저기요?”
“음~싫어어. 5분만 더어….”
“당신이 자든 말든 나랑 상관없으니까 이거나 놓으시죠.”
오늘 낮, 푹푹찌는 날씨에 길까지 헤매던 찰나에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문명인이라면! 자판기의 사용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날씨에 자판기를 발견했다면 당연히 자판기로 향하는게 자연의 원리이고 순리일 것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나타난 자판기.
하지만 나란 신도는 그런 메시아적 존재를 받아들일 만한 역량이 없었던 것 같다. 지갑에 그 흔한 천원짜리 한장이, 동전 하나 조차 없다니! 쓸데없는 블랙카드만 꽂혀있고!
“별수 없나.”
추한 행동이란것은 확실히 인지하고있다. 하지만, 메시아께서 날 부르신다. 단돈 700원에 나의 영접을 허가하실 찰랑찰랑한 액체로 가득한 그분이, 친히 은빛의 단단한 알루미늄으로 원통을 만드사 몸을 감싸신 그분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원초적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서 이런 추잡한 행태를 보이다니. 명문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나름 이름이 있는 가문의 자제로서 심각한 수치다. 나중에 제대로 다른 무언가로 이 수치를 씻어야만 한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이미 나의 손은 자판기 아래를 훑고 있었다. 아니, 훑으려 했다.
그리고 들은 소리가 맨 처음의 저 잠꼬대.
“전 700원만 얻으면 됩니다. 놓으세요.”
“루크, 5분마안…. 난 5분도 못 참는 남자는 싫어어….”
“루크는 또 누굽니까. 것보다 어디서 자고있는 거….”
손을 잡고있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때, 왜 진즉 아래를 확인하지 않았나 하고 후회했다.
“…….”
“응? 루크가 아니잖아?”
아래에 펼쳐져 있는건 웬 소녀의 고풍스러운 침실이었다.
밖으로는 시베리아에나 있을 법한 침엽수림이 펼쳐져있고 안쪽은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하는 고급 엔티크 가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는데 모두 이름조차 모르는 생소한 제품들 뿐. 모두 장인의 수제 제품인게 틀림 없었다.
도대체 어째서 자판기 아래에 이런 고급스러운 방이 자리하고 있는 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 아래 손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
“제 손을 잡은 그대는 누구신가요?”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습니다만.”
“아기가 생겨버리겠네요. 아니 생겼겠네요.”
“네?”
예쁘장하게 생겨서는 난데없이 무표정으로 저런 말을 툭하고 던지는 소녀.
잘 차려입은 고전풍 잠옷을 입고, 레이스 달린 침대에서 갓 일어난 그 소녀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눈을 비비면서도 손은 계속 꼬옥 잡고 놓지 않고있었다.
“결혼 상대가 이런 사람이라니…… 슬프지만 어쩔 수 없네요.”
“지금 대화를 못 따라가겠는데 무슨 말씀이신.”
“우리, 결혼하죠. 아니 결혼해야겠어요.”
제목은 "자판기에 떨어진 동전이 있나 살피다 이상한걸 주워버렸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