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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한다고 다 영어 잘하는 건 아님
게시물ID : military_2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Book좌파
추천 : 5
조회수 : 179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7/26 12:05:06

카투사 갔다왔다면 자동반사적으로 묻는 게.. '영어 잘하시겠네요?'
그런 경우가 많긴 한데 다 그런 건 아님..

나같은 경우는 평택 본부중대 소속이었는데 여기는 카투사만 60명 이상이고 미군 사병은 해봐야 10명 남짓..
그나마 그 미군들도 나랑은 일하는 공간이 달라서 같은 막사에 산다 뿐이지.. 평소에 미군들하고 친하게 지내거나 대화할 일도 거의 없고 그냥 카투사 선후임동기끼리끼리 노는 게 보통이었음..

게다가 중대 내에서 내가 일하는 섹션은 CIF.. 군보급품 이슈하는 곳임.. 그곳 매니저는 대부분 한국 군무원들이었음.. 그곳 매니저 아저씨 아줌마들하고도 당연히 한국말로 하니까 여기서도 영어쓸 일 없음..
영어 쓰는 경우는 물건 줄 때가 전부인데..이 때는 상대방 옷사이즈를 물어봐야 되니까 웟츠 유어 탑앤 바럼 사이즈? 이거 한 마디면 거의 다 되고 특별히 어려운 영어도 필요없음.. 말이 복잡해서 뭐라는지 못 알아듣겠으면 매니저 불러서 얘기하라고 하면 되고..
정 영어를 쓰고 싶으면 물건 받으러 오는 군인들 붙잡고 능력껏 수다를 떨면 됨.. 실제로 카투사 왔는데 영어 안 쓰는 게 아까워서 그렇게 하는 후임도 봤지만 난 그냥 귀찮아서 안 했음..

그러다가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음.. 굉장히 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는데 우리 중대에 통역지원 업무가 배당됐음.. 근데 우리 중대 내의 다른 섹션은 각자 사정이 있어서 지원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내가 일하는 섹션에서 한 명 빼가는 걸로 합의됐는데 내 섹션 내에서는 내 짬 순서가 공동 1위여서 결정권이 나에게 있었음.. 내가 통역지원 하겠다면 하는 거고 안 하겠다면 내 밑으로 선택권이 내려가는 거였음..
통역지원을 하면 섹션에 출근도 안 하고 그냥 차타고 따라가서 우리 중대 미군 상사 몇 마디 통역만 해주면 되는 거라길래.. 가뜩이나 날도 덥고.. 내 짬도 찰만큼 찼는데 창고에서 보급품 나르고 일하는 것도 짜증나서 쿨하게 내가 통역지원하겠다고 했음..

문제는 내가 안 그래도 부대 내에서 영어를 너무 안 쓰고 살았던 데다가.. 군대오기 전에도 토익만 쳤지 회화도 안 되는 상태였다는 거임.. 현장 가서 막 내 양쪽에서 한국어 영어로 말하는데 중간에서 통역이 안 돼서 어버버했음.. 그나마 다행인 건 나랑 미군 상사를 태우고 갔던 미군 운전수가 한국계였음.. 그래서 그 사람이 중간에서 통역 다하고 나는 그 이후부터 그냥 얹혀다니는 짐짝처럼 취급됐음.. 미군상사 따라다니느라 출근을 안하니까 몸은 편한데 마음은 완전 불편한 상황이 된 거임.. 그 통역지원 업무를 1주일 했는데 다니는 내내 상사 눈치보이고 피곤했음.. 괜히 잡일 있으면 나서서 그거 내가 하겠다 그러고..상사가 뭐라 말하는지 못 알아들어도 밝게 웃어주고.. 그러다가 섹션 돌아와서 일하는데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천국이었음.. 


 그 뒤로 다시는 통역 비슷한 것도 지원 안 했고.. 한동안은 그 일 때문에 영어 트라우마 걸려서 섹션에서 영어로 미군하고 대화하다가도 말 조금만 길어지면 근처에 있는 후임 아무나 불러서 "얘 뭐라는 거냐 니가 와서 대화해봐라" 그러고 나는 사람하고 말 안 하는 다른 일했음.. 그러니까.. 카투사라고 다 군대에서 영어 많이 써서 영어가 느는 건 아님...우리 중대만 그런 게 아니라 카투사 근무환경이란 게 워낙 다양해서 영어 쓸 일 없는 곳도 생각보다 꽤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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