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ID : humorbest_263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m 추천 : 78 조회수 : 606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2/22 17:24:58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22 15:33:52
올해 스물 둘 먹고 처음으로 동창회를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 하냐고 묻길래 음악 한다고 대답했더니 친구들이 은근히 무시하네요. 살면서 힘들 때 하소연 할 곳이라고는 친구놈들 뿐이었는데 이젠 어디 푸념할 곳도 없어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오유에 한탄 좀 하고 갑니다.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두서도 없고 반말이니까 양해해주세요..ㅠ
이눔시키들..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응원해주시는데 왜 니들이 날 무시하는거야. 너희는 뭐 대단한 일 하니? 그냥 용돈 받고 공부하고 있는 것 뿐이잖아. 그래,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야. 나보다 좋은 대학들 다니고 있으니까 나중에 돈도 많이 벌고 아마 나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테지. 그렇다고 다른 사람 꿈을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 내가 속된 말로 이 나이 먹고 부모님 피 빨아먹으면서 이러고 있었다면 욕 먹어도 싸지. 그치만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학비랑 악기 값 대려고 매일 8시간씩 일하고 잘 시간 쪼개서 좋아하는 음악 좀 한다는데 왜 잉여짓 한다는 소릴 들어야해? 나 때문에 20년 넘게 고생하신 엄니 아부지 생신엔 좁쌀만한 월급이지만 반 쪼개서 선물도 사드리고 휴학하고 집에 있으면서부터 가끔 맛있는 음식도 해드리고 그랬어. 너희들은 부모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한 번 해드린 적 있는지 생각해 봐.
그리고 학력 가지고 사람 차별하지 좀 마.. 서울대랑 연고대만 좋은 학교니? 자식이라고는 나 하나뿐인 우리 부모님하고 떨어져서 계속 기숙사에 머무는게 싫어서 서울로 올라온 거고, 장학금 끊긴 뒤로 부모님께 손 벌리게 될까봐 학비 싼 국립대로 편입한 것 뿐이야. 내가 영영 이러고 있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호구지책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다른 공부도 하고 있는데 왜 그래.. 나한테 그러는 건 괜찮아. 이렇게 소심하게 주저리고 있어도 나름 신경 굵으니까.. 그런데 전문대 다니는 친구하고는 아예 말도 안 섞더라? 학교 다닐 땐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같이 땡땡이도 치고 재미있게 놀았었잖아. 왜들 이렇게 변했니..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글을 적다보니 차라리 직접 하는 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이만 줄일게. 아직도 좀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지만 너희들이 미운 건 아니야.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했던 더없이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앞으로도 다들 하고 있는 공부 잘 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