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에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의 새 이름이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새천년 생명의 숲은 합천군이 2000년 밀레니엄 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을 들여 합천읍 황강변에 야외 공연장과 군민 쉼터로 조성한 곳이며,합천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합천군은 숲의 새 명칭을 정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8일간 도·구의원을 비롯해 새마을 지도자,마을 이장,농협장,경찰 지구대장 등 각계 대표 13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8일 공개된 조사 결과 ‘군민공원’‘일해공원’‘죽죽공원’‘황강공원’ 등 4개 후보 가운데 일해공원이 302표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합천군청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는 ‘전두환 공원’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비난하는 의견이 잇따르는 등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nalanalu'는 "공공시설에 특정인의 이름이나 호를 붙이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는 것인데 전 전 대통령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인정과 동의를 받기에 부족하다"며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돼 있는 만큼 타 지역 국민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두환의 호를 딴 공원을 설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 "차라리 '살인마 공원'이라 이름 붙여라" 등 폭언에 가까운 비난글도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두환 공원’ 을 반대하는 네티즌 청원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찬반 토론이 한창이다.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와 ‘민주적 공원 명칭 선정을 위한 군민들 모임’ 등 시민단체는 일제히 일해공원 명칭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5·18 관련 단체들도 “‘일해’라는 말만 들어도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합천군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사업이든 추진하다 보면 반대 여론이 있기 마련”이라며 “전 전 대통령의 과오는 법적으로 판단할 문제고,고향 사람들이 고향 사람을 안고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문 조사 표본 대상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군민의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 군 단위 사회 단체장들을 설문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해명했다. 합천군은 조만간 군정 조정위원회를 열어 새로운 명칭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