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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적화 이후 시나리오
게시물ID : sisa_1764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샵슈터
추천 : 2/5
조회수 : 39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3/07 20:19:26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그리고 한여름의 더위와 함께 그들이 왔다. 
어떻게 그들이 내려오게 되었는지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로서는 알수 없다. 다만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속에서 통일이라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그들은 내려왔고 낙동강 이남 지역을 제외한 남한의 전지역을 장악했다. 

그들은 군정을 선포하고 모든 시민의 일상을 정지시켰다. 그들은 남한지역에 특별계엄령을 선포하고 포고문을 발표했다. 

남한내의 모든 정당은 해체되고 남조선 노동당이 창당되었고 그들은 남한 통치를 위해 노동당 산하의 3개의 단체를 결성했다. 하나는 남조선 노동자연맹으로 노동자와 좌파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결성하여 남한의 행정권을 맡았다. 둘은 남조선 붉은청년적위대로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남한의 치안권을 행사하고 노동당의 선봉대의 역할도 맡았다. 마지막으로 청소년혁명단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그들이 말하는 사회정화와 한편으로는 비밀감찰의 권한을 맡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광란의 서커스는 시작 되었다. 

그들은 우선 모든 경제활동을 동결시켰다. 
모든 예금 및 증권, 국채등은 무효화되고 신용카드와 수표등은 폐지되었다. 더 나아가 모든 화폐의 사용이 중지되었다. 

모든 시민은 동사무소에서 나누어주는 식표를 받아야 임시배급소에서 나누어 주는 쌀과 식량을 받을 수 있었다. 한 할머니는 은행앞에서 자신이 평생모은 예금을 돌려달라며 소란을 피우다 적위대에게 어딘가로 끄려갔고 배급소 앞은 먼저 많은 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로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배급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폭동으로 군대가 출동하여 발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한 그들은 남한사람들의 등급을 나누었다. 

등급은 우선 정과 반으로 나뉘었으며 반은 세부적으로 반1급 (장차관 및 3급 공무원이상 직책을 지낸자, 대령이상의 군복무를 한자, 적직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인, 대학총장, 대기업임원 등등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반2급 (고위공직자, 반북정치인, 반북언론인, 반북대학교수, 영관급장교, 대기업과장 및 부장, 판검사 및 변호사, 병원원장, 각종 이권단체 책임자, 중소기업사장 등등 기리고 그들의 가족들) 반3급 (반1,2급에 속하지않는 이들중 반북인사와 연예인들) 의 3등급으로 나누고 그들에게는 주먹만한 크기에 반동마크가 주어졌고 항상 그것을 우측 가슴에 달고 다니게했다. 

반동마크가 주어진 사람들은 자신의 거주지로부터 2킬로이상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언제부턴가 그들에게는 식표가 주어지지않았다... 반동마크를 단 사람들은 식량을 얻기위해 몰래 숨겨두었던 귀금속을 팔고 도둑질을 하고 여자들은 매춘을 하고 나이가 먹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나의 입이라도 덜기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정화라는 미명하에 살육을 했다. 모든 교도소의 죄인들 중 5년이상의 형을 받은 죄수는 인민의 식량을 좀먹는 적이라며 처형되었고 매춘부와 고리대금업자, 조직폭력배등의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사회적 쓰레기라며 재판도 없이 끌려가 인민군 혹은 적위대에게 학살당했다. 

나의 일상 또한 변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반동이 되지 않기위해 적위대에 들어갔다. 중소기업사장인 아버지를 둔 나와 나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심을 속이더라도 나는 어쩔수 없었다.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친구 김인성은 청년적위대 A대학 제1지부 지부장이었다.

예전부터 운동권 학생이었던 그는 많은 데모에 참가했었고 구치소에도 여러번 갔다왔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들이 내려온 후 그는 적위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고 급기야 지부장까지 맡았다. 나는 그와 어렸을적 친구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으며 대학도 같은 곳에 가게 되면서 더욱 친해졌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나를 적위대에 들어가게 해준 것도 그 친구 덕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의 요청... 아니 적확히 명령에 의해 대학교 공터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자, 봐! 세상이 바뀌었어. 우리는 언제나 혁명을 부루짓었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이룰 힘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우리를 비웃고 못살게 굴던 저들을 보란 말이야." 

그곳에는 대학총장과 여러명의 교수들이 속옷차림에 고깔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저는 반동입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누가 저들이 저렇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하하하" 

곧이어 그들은 적위대에 둘러싸여 학교를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웃으며 그들에게 야유하고 일부학생들은 달걀을 던지고 발길질을 했다. 자신의 아버지 뻘인 사람들을 조롱하며 아무도 그들을 변호해주지 않았다. 아니 설령 그런 마음이 있었더라도 아무도 못했을 것이다. 얼마전에 들었던 어느 대학 총장의 자살소식이 생각났다. 차라리 그 대학 총장은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진수... 불쌍한 생각이드나?" 

"아...아니야."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지마. 저건 시작에 불과해. 저들이 괴롭힌 인민들의 고통을 생각해봐." 

"..." 

행진이 끝나고 적위대는 다시 단상에 모였다. 자의로 온것인지 나처럼 타의로 온것인지 수천명의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노동당에서 나온 강사가 강연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그렇고 그런 인민과 혁명, 그리고 수령에 관한 이야기였다. 강연이 끝날 무렵... 

"동무들 혁명은 입으로 하는게 아니야. 혁명은 총으로하는 것이지. 자 여기 내가 소개할 사람이 있소." 

그는 병수였다. 병수는 언제나 말없이 웃고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럼 병수가 두팔을 뒤로묶인채 초최한 모습으로 단상에 올랐다. 

"저...저는 반동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병수의 자아비판은 30여분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내용은 반북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린적이 있다. 적위대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장군이었다. 등등 사소한 이야기들 이었다. 병수의 자아비판이 끝나고... 

"자 동무들 이 반동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모두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동무들 왜 말이없나?" 

그리고는 강사는 권총을 뽑아 손에 쥐었다. 

"자! 병수 말해봐. 반동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하지." 

"제발...살려주세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떤 처벌을 받아야하나!" 

"제발..." 

"이 쫑간나 새끼.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냐고!" 

총을 병수의 머리에 들이 댓다. 

"반동은...반동은..." 

"그래 겁먹지 말고 이야기해." 

"반동은...죽어야합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설마... 겁만주겠지... 

'탕...탕탕'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병수는 즉결처분을 받았다. 모두 놀라고 있었다. 일부 여학생은 기절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병수가 반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는 보통 젊은이었다. 사회를 파탄으로 몰고가고 인민을 못살게구는 그런 반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그를 위해 변명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결국은 저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나도 반동이라는 누명을 쓰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죽어가지 않을까. 

그때 나를 일깨운 것은 인성이였다. 

"진수...대를 위해서는 소가 희생되는 법이야. 혁명을 위해서는 때론 희생도 필요한 법이지. 오늘 저 강사와 저녁식사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저기...나는 오늘 속이 안좋아서..." 

"오늘은 특별한 자리야 적위대와 노동당 주요간부들도 여럿 만날 수 있어.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요리를 먹는단 말이야. 솔직히 혁명후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기어려웠잔아. 오늘은 특별 요리야." 

"아니야...점심부터 속이 안좋아서 안되겠어.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렇게 황급히 돌아섰다. 

집에 오는 길은 황량했다. 거리에서 검문을 하는 적위대와 피켓과 확성기를 가기고 소리치는 혁명단아이들 이외에는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누가 이곳이 밤새도록 네온싸인 불빛에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믿을까... 나는 누가 볼세라 골목어귀의 빈집으로 들어갔다. 

빈집에서 얼마나 숨을 죽이고 있었을까... 저만치서 걸어오는 젊은 여자가 보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지수였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고 재빨이 빈집으로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자 그녀도 웃으며 인사했다. 그녀의 우측팔에 붉은띠는 그녀가 적위대 소속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내가 우연히 그녀의 수첩을 주우면서 그녀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무심결에 보게된 그녀의 수첩에는 반혁명적인 내용들로 가득했고 내가 수첩을 돌려주었을때 그녀는 굉장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내가 밀고할것으로 걱정했지만 나는 밀고 하지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나를 지금 이곳으로 대려왔고 우리는 종종 만나서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잘알지는 못했지만 왠지 그녀가 나를 이해해 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수씨 와주었군요." 

"예...예." 

"오늘은 정말 깜작 놀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다니... 언제가는 저도 그 자리에 서지 않을까 두려워요."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하는지..." 

"제가 직접 보고나니 흉흉한 소문들이 모두 사실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모두 사실이겠지요." 

"오늘도 안좋은 소식을 들었어요. 서울근교에서 수백명의 목사님과 신부님들을 생매장 했다는 거에요. 또 충청도의 어느 큰절에서는 스님들을 모두 절에 가두어 놓고 불을 질렀데요." 

"음..." 

"하루하루가 사는게 아니에요. 언제 적위대가 들이닥쳐서 반동이라며 체포해 갈지... 어제 옆집의 사람들도 모두 잡혀갔어요. 옆집 아저씨가 노동당을 욕하는 것을 글쎄 그집의 13살 먹은 작은 아들이 밀고를 했데요." 

"철없는 아이들을 자신들의 정략을 위해 이용하다니..." 

"예견된 결과지요. 노동당 창당이후 서로 앞 다투어 각종단체에서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서약하고 반북적 인사에 대해 숙청에 나섰으니 이제 누가 그들을 비판하고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겠어요." 

"항상 정의와 자유를 외치던 그많던 투사들이 노동당의 개가되어 짖어대는 꼴이라니..." 

"어차피 그들이 원하던 세상이 왔잖아요. 물론 그들이 바라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원하던 적화통일과 남조선 혁명이 성공하고 부르조아들은 반동이라는 이름으로 처형되고..." 

"과연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 부산 정부가 있잖아요." 

"하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어." 

"옛날처럼... 혹시라도..." 

"아니... 남북공동평화선언으로 미군이 철수한 후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잔아." 

"하지만..." 

"그리고 미국은 자신들에게 이익이되지 않는 전쟁에는 참전하지않아. 아마도... 그들은 참전해서 큰희생을 치르는 것보다 한반도의 새 주인과 타협하는 것을 원할거야." 

"그럼 김추기경님이 시청앞 광장에서 외쳤던 것처럼 우리의 미래와 희망은 모두 죽어 버렸군요." 

"그래... 그날 수많은 인파속에서 죽어가던 그분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미래와 희망은 모두 죽어버렸고 그것을 죽인 것은 우리들인거지..." 

"하지만 이렇게 진수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런것도 아니에요." 

"그래... 우리고 서로 믿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 희망은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호호 그래요. 누군지 궁금한데요." 

"다음에 알려줄께...다음에..." 

"이제 그만 가야겠어요."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만나자고." 

"그럼 제가 먼저 나갈테니 진수씨는 30분 후에 나오도록 하세요." 

"알았어. 다음에 만나."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나자고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나는 왠지모를 허무감으로 휩싸인체 집으로 향했다. 도심을 차갑게 비추는 초승달 그 초승달을 보며 객기와 방황으로 허비해버린 짧은 청춘의 기억들로 나는 고통스러워 했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집에서 문을 열어준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열심히 내일 있을 군중동원을 위한 준비로 바빳다. 노동자연맹의 간부들에 조금이라도 잘보이려고 내일있을 행사를 계속 연습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처럼 어디서 마셨는지 술에 취해 방한구석에 누워있었다. 노동자로 시작해서 평생을 일군 중소기업을 하루 아침에 노동당에 빼앗기고 반동으로 낙인찍혀 회사의 직원들에게 구타를 당한후 아버지는 페인이 되었다. 고등학생인 여동생은 어머니 옆에서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촛불에 불을 붙였다. 자꾸만 머릿속에 병수의 주검이 생각났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심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손에는 몽둥이와 총을 들고 우측팔에는 붉은 띠를 두른 것이 분명 청년 적위대였다.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 뭐야. 여기는 남조선 붉은청년적위대 대원의 집이다." 
"헤헤. 그래." 

김인성이 내앞에 서있었다. 

"김진수 너를 남조선혁명법위반 혐의로 체포한다. 뭣들하고 있나 모두 잡아들여." 
어머니와 여동생은 공포에 떨었다. 그때 갑자기 아버지가 손에 식칼을 든체 나타났다. 

"야 이놈들아. 우린 아무데도 안간다. 이 나쁜놈들 너희는 애미애비도 없냐 이놈들아." 

아버지는 격렬히 저항했다. 

'탕...탕' 총성과 함께 아버지는 쓰러지고 피를 흘렸다. 나는 아버지를 부축했다.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내가 살면서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꼴을 당해야 하니... 진수야... 네 엄마와 동생을 부탁한다." 

그렇게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우리는 적위대에 끌려나와 대기중인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내가 도착한곳은 어둡고 냄새나는 방이었다. 나는 의자에 두팔을 묶인체 앉아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음식도 물도 주지않았다. 그리고 화장실도 갈수없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아무 말없이 몽둥이를 든 두명의 남자에게 온몸을 구타 당했다. 한시간 구타하고 한시간 쉬고 다시 구타하고 그렇게 몇 번을 했을까... 내앞에는 인성이 서있었다. 

"이봐. 사람이 배은망덕해도 유분수지 말이야. 내가 너를 믿고 적위대에 가입시켜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인성아 난 잘못한 것 없어. 뭔가 오해가 있는 것같은데..." 

"그래 그럼 들어와." 철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지수였다. 

"자 진수 이래도 오해라고 할텐가." 

"아니... 어떻게..." 

"이봐 지수는 적위대보위부 요원이야. 그녀가 수첩을 떨어뜨린 것도 너에게 접근한 것도 모두 너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어." 

"이런..." 

"호호 인성씨. 당신 친구 참 순진해요. 제가 무슨 자신을 구원할 여신이나 되는 줄 알고..." 

"바보같은 놈. 됐어 지수 나가봐." 

"그럼 인성씨 수고해요. 그리고 이따 저녁이나 같이해요." 

"응 그래." 

지수는 웃으며 나갔다. 

"자 이제 뭐라고 할텐가?" 

"야 이 개같은 놈들. 너희는 양심을 팔아먹은 쓰레기야." 

"후후 재미있군. 이봐 쓰레기는 바로 너야." 

"그래 너희가 그렇게 외치던 자유와 정의가 바로 이것이냐. 사람들을 학살하고 도덕을 부셔버리고 너희가 외치던 인민을 괴롭히는 것이 너희가 말하던 혁명이냐." 

"입닥쳐. 어떤 혁명도 희생은 필요한 법이야. 혁명이 완성단계에 이르면 모두 행복해질거야." 

"모두 죽고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무엇으로 행복해지나."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는 100만이든 200만이든 죽어도 상관없잔아 어차피 쓰레기들인데. 그리고 모두가 부자가 아니라도 좋아. 모두가 가난한 평등이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속에 빈곤을 누리는 것보다는 좋지않겠어." 

"너희는 미쳤어." 

"그래 우리는 혁명에 미쳤어. 그래 사랑과 우정도 돈으로 사고파는 썩은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고통받아왔는지 알아. 어쩜 우리가 정의가 아닐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정의를 말한다고 해서 우리는 핍박받고 고통받으며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야했어. 그런 우리에게 다수의 대중들은 침묵했고 우리는 이 기회를 간절히 원했어." 

"한풀이 하려고 수많은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다니... 너도 네가 말한 그들과 전혀 다를바없잔아." 

"한풀이...흐흐 재미있군. 아무렴 어때 우리의 세상이 이루어졌는데. 그럼 내가 묻지 네가 원하는 세상은 무엇이냐." 

"......" 

"네가 그렇게 원하던 그 세상을 위해 너는 무엇을 했지. 무슨 노력을 했냐고" 

"......" 

"우리는 우리가 원하던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데모했어. 그리고 우리가 바라던 우리의 미래를 우리손으로 이루었다. 그런데 너처럼 입으로만 나불대는며 욕하는 놈들은 뭐지. 그래 너희의 미래를 위해 너는 무엇을 했지. 무엇을 했냐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할수없었다. 

"미래는 만드는 자의 것이야. 너희가 지금의 적화통일과 같은 미래를 원하지 않았다면 너희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했어야지. 가만히 앉아서 있다가 남이 만든 미래를 욕하면 되나...하하하. 이봐. 진수 아직 늦지않았어. 네가 반성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해 줄수도 있어. 아직 우리의 혁명의 길은 갈길이 멀어 우리 함께 가자." 

나는 인성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 ***끼들. 아무리 니들이 떠들어도 개소리일 뿐이야. 어떠한 사상과 혁명도 인간의 존엄성을 침범할 수 없어. 너는 왜 사실을 말하지 않지. 지식인으로써 부끄럽지도 않냐. 지금의 현실은 너희가 원하던 미래도 아니잖아. 단지 그들에게 속아서..." 

인성은 나의 뺨을 후려쳤다. 

"말로 안통하겠구만. 이봐 시작해." 

그렇게 인성이 나가고 고문이 시작됐다. 그들은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씩 부려뜨렸다. 또한 부러진 손가락에서 손톱을 뽑았다. 아무 심문도 없이 주어진 시간도 없이 고문은 계속되었다. 잠을 재우지 않기도 하고 발가락에 기름을 바르고 불을 붙이고 이빨을 뽑고 그렇게 몇일이 흘렀을까... 인성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때 온몸의 살점이 뜯겨나가고 이빨과 머리털은 모두 빠지고 피와 땀과 오물로 추한 형상이었다. 

"이봐 어떠 반성하겠나?" 

"......" 

"반성하면 고문도 끝이야. 어때 반성하겠나." 

"이봐 ~ " 

"그래 어서 말해" 

"이 ***끼들아. 날 죽여라." 

"흣흣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이봐 데리고 들어와." 

문이 열리고 망신창이가 된 어머니와 여동생이 묶여서 들어왔다. 인성은 내가 보는 앞에서 그들을 고문하도록 시켰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구타를 당하고 울부짓었다. 그리고 어느 소설속에서처럼 그들의 머리를 길쭉한 유리상자에 넣고 굶주린 쥐를 가져왔다.

"자 진수 잘봐. 이게 어느 소설속에 나왔어지. 쥐가 너의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을 파먹는 것을 보게 될거야. 히히." 

"제발 그들을 놔줘." 

"흣흣흣 시작해." 

쥐는 조금씩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로 다가갔다. 어머니와 동생은 다가오는 쥐를 보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제발...제발 살려주세요...오빠. 제발 살려줘. 엉엉 ~ ." 

"......" 

"흐흐흐" 

쥐는 점점 동생과 어머니의 얼굴로 다가가고 있었다.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양심과 죄책감 속에 나는 갈등했다. 양심을 팔아서라도 가족들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만해. 나는 인민과 공화국을 모함한 반동이다." 

내가 말했을대 쥐와 동생의 얼굴과는 불과 30㎝정도였다. 인성은 계속 쥐를 다가가게했다. 

"좋아 진수 계속해." 

"나는... 혁명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인민과 공화국을 부정하였다. 나는 반동이다. 나는 반동이다." 

"흐흐. 직작에 그럴것이지. 그만해." 인성이 고문을 중지시켰을 때 쥐는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렇게 고문은 끝났다. 나는 반성문을 쓰고 대중앞에서 자아비판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남한의 반동들을 수용하기위해 최근에 완공된 정치범수용소 중 한곳인 서울근교에 있는 제27정치범 수용소로 수용되었다. 남·여로 구분되어 있는 그곳에서 나는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고문을 당한 상처들이 영양실조로 아물지 않고 덧나고 부려졌던 손가락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불편했지만 강제노동을 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배급나오는 옥수수가루와 소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 아무 삶의 의미도 없이 힘들고 고통스런 노동과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통제받는 생활속에서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아무 기억도 없었다. 

수감된후 얼마 후 다른 수감자에게 몰래 받은 쪽지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은 소식이 적혀있었다. 그동안 비밀리에 모아놓은 옥수수가루를 간수에게 주고 들은 이야기는 여동생이 어떤 간수에게 강간당하고 임신하자 그 간수가 낙태를 시키려고 여동생을 구타하였고 어머니는 그것을 말리다가 간수에게 맞아죽고 여동생은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내눈에는 눈물 한방울 흐르지 않았다. 머리는 계속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전쟁과 혁명에 관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난생 처음있는 중대발표에 간수들도 긴장을 했다. 모두 라디오 앞에 모이게 했다.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대체 무슨일일까? 미군이 참전한 것일까? 전쟁에서 공화국이 패한 것일까? 쿠데타가 일어났나?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났나? 

"조선인민공화국의 성명발표...기나긴 혁명의 투쟁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부산의 괴뢰정권은 오늘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고 미국은 공화국과 국교수립에 정식으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조선인민공화국의 최대목표인 한반도 적화통일이 완수되었으며 모두 수령동지의 놀라운 영도력 앞에 다시한번 충성을 맹세하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세. 수령동지만세." 이렇게 나는 외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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