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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편향성
게시물ID : humorbest_263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45
조회수 : 2724회
댓글수 : 5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2/25 11:34: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24 16:34:04

보통 언론에게 편파적이다, 편향되었다 뭐 이런 표현을 많이 씁니다. 과연 어떤 언론이 편파적이고 편향된 걸까요? 

근본적으로 언론은 사실보도가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거기에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언론사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즉, 언론 보도는 "사실"과 "의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칼로 자르듯이 딱 구분이 되는 것이 압니다. 사실을 보도한다 하더라도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실을 골라서 보도해야 하는데, 그 고르는 과정 자체에 "의견"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보도한다고 해도 1면 전면으로 보도하는가, 8면 구석 1단기사로 하는가에 따라, 즉 편집에 따라 의견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언론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이상, 중립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의견이라는 것은 반드시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법이라는 거죠. 

결국 모든 언론은 해당 언론사의 입장과 의견, 방침, 등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 포스트는 약간 보수적이고 뉴욕 타임즈는 약간 진보적이고, 영국에서는 더 타임즈나 텔리그라프등이 보수쪽이고 가디언등이 진보적입니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이 중립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자신들의 성향을 명시적으로 알리고, 그 성향에 맞게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하고 보도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언론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성향을 대놓고 얘기하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 거의 모든 언론들이 자신들은 중립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보도를 한다고 주장을 한다는 거죠. 참 이상한 노릇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국내 언론들도 전부 다 자신들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에 따라 보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성향에 따른 보도를 놓고, 너희는 편향되었다라고 비판을 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친정부적 성향을 가지고,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는 기사를 올린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절대적인 중립은 불가능한 것이며, 결국 어떤 의견이거나 한쪽의 의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편향성이 아닙니다.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보도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의견이라도 사실에 근거해서 펼쳐지는 논리적 의견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사실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의견이라면 그건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 원칙도 저버린 행동이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에 실렸던 김대중(조선일보 소속)씨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글의 문제점이 오래전에 딴지에 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부분을 발췌해 보자면, 

"22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은 김 당선자를 가리켜 '인기주의자(populist)', '예측하기 어려운(unpredictable) 정치인'이라고 표현하고 그의 경제정책을 '근거 없는(unfounded)'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그의 측근들을 '인기위주의 국회의원과 좌파성향의 학자'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월가의 교과서나 다름없는 이 신문의 이런 성격규정은 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김 당선자와 그의 정부 그리고 한국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라는 문단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본문 내용을 살펴보면, 저런 내용은 전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김대중 당선자에 대한 월 스트리트 저널의 설명은, 인기주의자라기 보다는 정치인답게 발언을 시작했다거나, 김대중에 대한 우려는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칭찬하고 옹호하는 기사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저 조선일보의 의견인 사설은 거짓에 기반한 주장이 되고 만다는 거죠.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내용을 정 반대의 의미로 번역해서 자신의 글에 인용하면서, 외신의 권위는 이용하고 내용은 왜곡해 버리는 보도가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입장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의견"을 보도하는 것은 좋은데, 그 입장을 입증하기 위해 이렇게 제멋대로 거짓말을 지어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사를 싣는 언론은 그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보도라는 기본 원칙도 못 지키는 언론이라는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사실을 취향대로 골라서 보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괜찮습니다. 기사거리를 고르는 것은 그 언론 데스크의 고유 권한이니까요. 

극단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거짓을 보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회라면 거짓을 보도한 언론은 사과문을 보도해야 하며, 반복되면 독자들의 버림을 받고 폐간되는 것이 맞습니다. 

즉, 언론의 편향성은 별 문제가 아니며, 과연 사실에 근거한 주장을 하는 언론인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중동은 그 보도의 논조가 문제가 아니라, 거짓을 보도하기 때문에 나쁜 언론이 됩니다. 아니 좀더 심하게 말하면 언론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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