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오마이뉴스
10분. 농민 11명이 연행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속전 속결이었습니다. 도심 한 복판도 아닌 농토였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요. 4대강 공사에 반대하며 ‘농사 계속 짓게 해달라’고 호소하던 팔당 유기농 농민들을 경찰은 마구잡이로 연행했습니다. 농민과 성직자 50여명을 막기 위해 투입된 전경만 900명이었습니다. 24일 아침 9시. 온 국민의 시선이 밴쿠버에 쏠려있는 동안 경기도 조안면 송촌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4대강 공사가 ‘4대강 죽이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대운하 공사의 사전 공사라는 의혹이 짙습니다. 때문에 환경단체와 야당 등은 4대강 공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토지를 강제 수용당할 위기에 처한 지역 농민들이 공사를 반대하다가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송촌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후보자 시절 직접 방문해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직접 격려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농민들의 처지는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4대강 공사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이곳의 농민들은 대부분 수년간 이곳에 직접 유기농 단지를 만들어 농사를 지어왔던 분들입니다. 일부는 수 세대에 걸쳐 농토를 일구어 왔다고 하더군요. 50대에 접어든 한 농민은 현장에서 제게 하소연했습니다.
“이 곳에 수천만원을 투자했어요. 남들보다 어렵게 일하면서 겨우 유기농사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다짜고짜 토지를 내놓으라면 어떡합니까. 이젠 어딜 가서 일하란 말입니까.”
3대가 포도밭을 일구던 한 60대 농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토지 측량을 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포도밭 앞을 초조하게 지키고 있던 농민이었습니다. 한참 담배를 입에 물고 한숨을 푹푹 쉬던 이 농민이 제게 입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 밭은 선친 때부터 일구어 오던 포도밭입니다. 우리 집안의 혼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에 자전거 도로 낸다며 밭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우리 밭을 직접 왔을 때 제가 직접 만났었어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렇게 우리를 배신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농민들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토지 측량을 강행하러 들어오는 지적공사 직원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중립적으로 이들의 대립을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설 경비업체 직원같았습니다. 지적공사 직원들의 업무를 위해 일방적으로 농민들만 강제 연행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엄연히 땅의 주인이었고, 토지공사로부터 합법적으로 임차해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은 이날 송촌리 농민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연행 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현장을 찾아 남양주 경찰서장에게 공권력 남용을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농민들의 가슴에 상처는 깊이 패인 뒤였습니다.
팔당 공대위 유영훈 위원장이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됐습니다. 포크레인에 매달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얼른 좇아가 연행되는 위원장을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유 위원장은 저를 보더니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라고 외쳤습니다.
한 여성 역시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됐습니다. 농민인지 시민단체 활동가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농민들 다 내쫓고, 이명박.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정신차려. 정신차려. 이명박.”
이 말을 끝으로 그녀는 버스에 구겨지듯 던져졌습니다.
4대강 공사로 농민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딱 1년 전, 용산참사를 취재하고 돌아오던 겨울 밤. 제 머리 속에서 맴돌던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