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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구멍을 보와도 사려가 다르다
게시물ID : readers_263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2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19 0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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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살 찬 겨울, 호수 가온데 뉘인가 뚫은 구녕을 보았다.

얼음 두께가 보통 수고 아니면 흠도 안 날 텐데

사력껏 퍼낸 흔적이었다.

즈그 발 디딜 곳도 그러다 무너지지 싶은

사력, 말 그대로

죽음조차 아끼지 않을 정도니

전생에 마귀였던 자의 농간일 테다.

산 것 괴롭히는 일에 맹목이 구체적인 그 잡놈 말이오.

맨홀에 죽고 싱크홀에 죽고

그런 뉴스와 겹친 탓

내 눈엔 불길한 구녕이었고

사연 참 으슬으슬 소름 끼쳤다.

그 구녕은 *너테가 빙 둘러 자칫 발 걸면 빠진다.

너테 : 물이나 눈이 얼어붙은 위에 다시 물이 흘러서 여러 겹으로 얼어붙은 얼음.
필시 물귀신의 덫이라 여겼다.

하온데 다 깊은 잠 자는지 알았건만

목젖 축이러 온 고라니를 보와 아차 싶다.
하필 언저리 아닌
가온데를 판 것도
얕은 덴 냉기가 더 두터워
물이 잘 나올람 한 거니
자애롭지 않았던 나는
매우 사악한 오해를 하였다고.
마귀의
사력껏이 아니라
보살의
정성껏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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