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옛 사람에게 단테의 『신곡』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신과 함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주 재미있다는 점에서 만화로서의 미덕을 갖췄으며, 그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히 권선징악적이지 않고 보다 깊은 울림을 갖고 있습니다. 어른과 어린아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꼭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이 만화책을 무려 저 단테의 『신곡』에 견주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는 이 이야기가 『신곡』의 지옥, 연옥, 천국편과 유사하게 저승, 이승, 신화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먼저 이에 대한 얘기부터 하자. 옛날에 각 민족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신곡』의 경우 지옥, 연옥, 천국이란 명칭에서 보듯 단테가 살았던 고대 이탈리아에서는 일찍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받아들였으며, 단테는 이를 바탕으로 중세 시대의 사후에 대한 세계관을 완벽하게 그려내었다. 이같이 고금을 막론하고 각 문화마다 그 자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각종 상상력들이 곁들여진 작품들이 있어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소설을 예로 들자면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들 수 있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 또한 비록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그 맥락을 잇고 있는데,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으면서 일종의 카르마적 개념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신곡』과 더욱 가까운 위치에 있다. 『신과 함께』는 저승, 이승편이 출판되어 있으며 신화편은 현재 연재 중이다.
이 리뷰는 저승편에 대한 것인데, 시종일관 엄숙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깨알 같은 웃음요소들을 군데군데 심어놓는 작가의 재주에 찬사를 보낸다. 이 만화는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이랄지 불교나 도교의 설화랄지 그런 민속적인 색채가 듬뿍 묻어나는 소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인터넷 게시판상에서 유행했던 언어유희나 개그를 주저 없이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전혀 유치하지 않고 짜임새 있다 못해 꽉 찬 느낌으로 결말을 향해 간다. 하기야 민속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소재꺼리가 떨어질 일이 없긴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소년층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풀어 놓는 솜씨에서 작가의 역량이 느껴진다. 작가인 주호민은 이미 데뷔작인 『짬』이나 『무한동력』을 통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이 작품들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요소들을 『신과 함께』 속에도 드문드문 심어 놓아 읽는 사람을 더욱 즐겁게 한다.
『신과 함께』의 가장 큰 미덕은 물론 아주 재미있다는 점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깊은 감동과 함께 교훈을 남긴다는 점에서 『신곡』에 견준다. 작가인 주호민은 웹툰 연재라는 특성상 독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각종 유머 코드들을 심어 놓았지만 그렇다고 작품 자체를 경박하고 가벼운 것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교훈을 남기려는 게 아니라 간간이 웃는 것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점차 독자로 하여금 어떤 진지한 주제를 접하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더욱 교훈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전혀 진부하지 않게 현대인의 심성에 맞게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실로 탁월하다. 그 메시지는 단테가 『신곡』을 통해 전하려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악하게 살면 벌을 벋는다는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긴 하나, 이보다는 더욱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는데, 그것이 카르마이다. 카르마는 권선징악적 뉘앙스를 비롯해서 그 어떤 것도 덧붙이지 않고도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 착하게 살든 악하게 살든 모든 행위에는 따라오는 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으키는 여파는 실로 전 인류의 심령을 흔들어 놓고도 남는다. 이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신도 없고 신성한 정의도, 신성한 질서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만화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낄낄대게 하면서도 은연중에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것이든 따라오는 게 '있다'는 메시지를 내면화하게 함으로써, 보다 바른 그리고 좋은 결실을 거두는 삶을 지향하도록 촉진한다는 점에서 21세기 대한민국판 『신곡』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