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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군이 성사시킨 유래없는 기술 이전.
게시물ID : military2_26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마늘판타지
추천 : 11
조회수 : 444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11/12 05:28:47
  안녕하세요. 고양이랑 싸워서 올해 승패 1승 14패를 기록중인 파마늘 판타지 입니다.

  ...캣시키 뭔 승패가 망한 투수보다 더심해...(...)

  10승투수 우리집 고양이


  공고급 순양전함 1번함 공고 입니다.

  함명은 나라현과 오사카에 걸쳐 있는 공고산(金剛山)에서 따 왔습니다. 한국어 독음으로 읽으면 금강산이라(심지어 한반도의 금강산과 한자도 똑같고...) "이자식들 타카오(여기는 대만 가오슝)도 모자라서 금강산 이름을 훔쳐 갔겠다..."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 그냥 우연히 이름이 같은겁니다.(...)

  타카오의 경우 저도 가오슝에서 따온줄 알았는데, 교토에 위치한 산 이름을 따 온거더군요.(이 산의 옆에 있는 산이 아타고산이라고 합니다.) 가오슝을 타카오라 한건 그냥 일본이 자기들 지명을 붙인것.(...) 뭐 이걸 태클 걸자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강 코치가 공고급의 이름을 배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지라...

  설명 하겠지만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이 운용한 전함중 최고 수훈함이자 정말로 전 세계 해군 역사상 유래없는 파격적인 기술 이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구형함의 한계를 넘어 태평양을 누비며 많은 전공을 세운 배였지만 일본 해군 특유의 대단히 미친 근무환경 덕에 '지옥 공고'(혹은 '귀신 공고'), '야차 히에이(比叡 비예)', '지옥 하루나(榛名 진명)', '나찰 키리시마(霧島 무도)' 라 불리며 수병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배이기도 합니다. 이건 뭐 일본 해군의 대형함이라면 다들 그랬습니다만...-_-;;; 나가토는 배가 인기라도 있었지 여기는 근무는 똑같이 빡센데 구형함이라 모양도 빠져...

  (행여 오해를 하실까 언급 합니다만, 해군 출신자 분들이라면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어느나라 해군이건 대형함은 근무 군기가 대단히 빡셉니다.(심지어 프리한 분위기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는 그 미군마저도 대형함의 근무 군기는 상당히 엄격하다는군요.)

  해군 특유의 타군보다 좀 더 보수적이고 신사적인 분위기가 강한것도 있지만,(심지어 그 일본 해군 조차 '그래도 바다 사내로서 지킬건 지켜야지...'하는 생각을 가진 장교가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주력 병기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무력화 되는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군기가 일상화 되어 있다고 합니다.(기관실에서 정줄 놓고 있다가 터빈 나가서 이지스함이 앉은뱅이가 됬다고 생각 해 봅시다.-_-) 다만 일본군의 군기는 그걸 넘어선 수준이라 근무시간이건 자유시간이건 그냥 후임자를 증오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흉악했던게 문제...;;;)

  뭐 하여간...

  러일전쟁이 종전된 후 일본은 기대하고 있던 전후 배상금이 러시아 제국이 "배상금 못주겠다. 불만 있으면 계속 해 보던가." 하고 배를 째는 통에(...) 날아가 버렸고, 졸속으로 종전협정을 맺은지라 상당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당시 세계적인 대세로 떠오르던 드래드노트급의 건조는 고사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군함들을 유지하는데도 빡빡한 안습한 처지에 이르렀는데...당시 드래드노트급으로 건조하려고 계획을 잡았던 사쓰마급 전함이 준드래드노트급으로 칼질당했고 그나마도 미친듯한 기술 발전에 밀려 프랑스 국립해군의 베아른이 떠오를 정도로 빠르게 퇴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12인치 포를 장비한 카와치급 전함을 건조하긴 했는데...이게 겉으로 보기에는 드래드노트급처럼 보입니다만 정작 중요한 12인치 주포가 45구경과 50구경을 혼용하는 반쪽짜리라...그나마 얘는 1차대전때 독일령 칭다오를 포격하는등 어느정도 확약은 했습니다만...

  당연히 카와치나 카와치급 2번함인 세츠같이 반쪽짜리 주포를 탑재한 전함으로는 일제사격이나 협차사가 힘들었고,(사실상 불가능 했다고 합니다.) 그게 안되면 전함이 전함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빡셌습니다.(...)

  사실 이건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범한 일생일대의 실책으로, 도고 제독은 주포탑 중 몇기정도는 적함보다 강한걸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50구경을 일부 올릴 것을 주장했는데 이게 쪽박을 찬거.-_-;;;

  하여간 이런 상황에 멘탈이 가루나기 직전까지 간 일본 해군은 당시 동맹을 맺고 있던 영국에 매달려 봅니다.

  당시 진행 중이던 장갑순양함 4척의 도입 계획을 순양전함 도입 계획으로 격상시킨 뒤, 영국의 빅커스사에 설계를 의뢰 했는데, 빅커스사는 HMS 라이온의 설계를 기반으로 주포를 13.5인치에서 14인치로 확대하고, 선수를 이중만곡형으로 변경하며 주포탑의 배치를 변경하는 등의 설계 변경을 가해 공고급의 설계를 완성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수에 포격전의 시대에는 천하에 쓸모없는 충각 돌격용 돌기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 속도를 깎아 먹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이걸 없애 버린것은 당시로서는 꽤나 선진적인 설계였습니다.)

  당초에는 12인치 50 구경장 포탑 5기를 탑재 할 예정이었습니다만 당시 영국에 주재무관으로 있던 가토 히로하루(미호노세키 사건 당시 연합함대 사령장관이던 그 꼴통 맞습니다. 그 유명한 월화수목금금금의 원인 제공자. -_-;;;)가 12인치 50구경장 포의 성능이 예상치에 미달한다는 보고서를 입수하여 일본 해군을 설득한 끝에 세계 최초의 14인치포 탑재함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이 구매했던 전함 레샤디에의 순양전함 버전이라는 설도 있습니다.(이건 후일 HMS 애진코트가 되는 오스만 1세와 함께 윈스턴 처칠이 먹고 튀어서(...) HMS 에린으로 재취역 합니다.-_-;;;)

  레샤디에의 선체를 늘려 기관부를 증설하고 13.5인치 포탑을 12인치 포탑으로 교체하여 초기 설계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 탓입니다만,(다만 공식 기록은 아니고 설계자의 개인 일기입니다.) 현재는 HMS 라이온의 설계가 기반이라는게 정설입니다.

  공고급이 건조되던 시절은 영일동맹이 매우 우호적으로 유지되던 시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영국은 일본에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기세로 편의를 봐 줬습니다.

  영국은 일본 기술자들을 영국 본토에 초빙하여 공고의 건조 현장을 견학하게 한 뒤, 건함 기술의 노하우를 축적할수 있게 도움을 주는 한편, 1번함 공고는 영국이 건조, 2번함 히에이는 영국에서 생산한 부품들을 일본에서 조립, 3번함 하루나, 4번함 키리시마는 일본에서 건조할수 있도록 합니다.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 조건이냐 하면...

  한국 해군이 미 해군의 최신예 주력함...예를 들면 줌왈트급 구축함을 구매한다 치고 초도함은 미국이 건조하면서 한국 조선 기술자들을 초빙해 기술 전수를 100% 해 주고, 2번함은 미국이 생산한 블록들을 한국에서 조립할수 있게 하며, 이후의 동형함을 한국에서 마음대로 설계 변경 해 가면서 건조할수 있도록 해 줬다고 생각 해 봅시다.

  뭐 한국 해군이 아니라 어느나라 해군이 됬건 미 해군 정도 제외하면 그런 초고가 구축함을 몇척씩 굴리다간 솔직히 먹고 체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어차피 예시니 그러려니 합시다.(...)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닙니까? 근데 그걸 해 준겁니다.-_-;;;

  14인치 포는 당시 최신예 주포였으니 레일건 기술은 덤입니다.(...) 심지어 당시 전함의 위상은 현대의 줌왈트급 따위는 감히 범접할수도 없는 위상으로, 대충 현대의 핵무기와 비슷한 위상이라 생각 하시면 됩니다.-ㅅ-;;; 핵개발을 저렇게 도와주는 나라가 요즘 세상 천지 어디 있습니까?(...)

  영국이 이후 오스만 제국이 배값까지 다 낸 오스만 1세를 HMS 애진코트, 레샤디에를 HMS 에린이라는 이름으로 재취역 시켜 먹튀한걸 (구축함이나 순양함도 아니고 전함을!!!) 생각 하면 뭐...(다만 이건 영국 안에서도 '어우 처칠경, 이건 좀...' 하면서 말이 꽤 나왔었습니다.)

  뭐 하여간 1912년 진수하여 이듬해인 1913년 처칠이 전함을 두척이나 때먹고 배를 쨀때 취역한 공고급은 해외도입한 최후의 주력함으로서 이후 일본 해군은 주력함을 전부 국내 건조하게 되었습니다.

  부상사 15층 철탑 후소급 전함등 일본의 자국산 전함의 설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일본 건조 기술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배라 하겠습니다.

  좀 재미있는 썰로 당시 일본과 영국의 야금 기술의 차이가 심해서 일본에서 건조한 하루나, 키리시마를 개장하는데 쓴 드릴을 영국에서 건조한 공고에 썼더니 드릴이 망가져 버렸다느니 구멍이 안뚫렸느니 하는(...) 뭔가 기묘한 이야기가 퍼져 있는데 공고가 1차 개장을 받을 시점에서 공고급에 사용된VC강은 일본에서도 구형기술 취급이었다는걸 생각 하면 신빙성이 낮은 이야기 입니다.

  영국에서 생산해 일본에서 조립만 한 히에이 역시 공고와 같은 재질이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것도 있고...

  그렇게 일본에 인도되고 건조된 공고급은 유틀란트 해전에서 드러난 순양전함의 취약성과 워싱턴 해군 조약으로 인해 기존 보유한 전력을 극도로 강화 시켜야 하는 사정이 겹쳐져 전간기 내내 대대적인 개장작업에 들어갑니다.

  원판인 라이온급 보다는 장갑에 신경을 쓴 설계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게 적 전함과 멱살잡이를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으니 꽤나 합당한 조치였지요.(나는 옷 안에 잡지랑 전화번호부 쑤셔넣고 있는데 상대는 방탄판 넣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고 생각 해 봅시다.;;;)

  자잘한 개장을 제외한 대개장을 두차례나 받으며 주포의 고각 확대(2차 대개장에서 추가로 한번 더 확대 합니다.), 방위반의 장비, 천장 장갑 추가, 갑판 장갑 추가, 보일러 교체(2차 대개장에서 다시 신형으로 교체하며 위치를 변경합니다.), 수상기 운용능력 부여, 방뢰(어뢰 방어)용 벌지 증설, 터빈 교체, 함체 연장, 대공포 증설(이건 2차 대개장 이후에도 꾸준히 증설 됩니다.), 주포탑 장갑 증설, 방독장치 신설, 주 배수장치 신설 등의 엄청난 개량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크게 늘어나 사실상 순양전함이 아닌 고속전함 수준의 사양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도 전쟁사를 다룰때 공고급은 고속전함으로 취급합니다.

  그런데 골때리는게, 1차 대개장을 위해 배를 잘라 낼때 보일러만 바꾸고 터빈과 주기관을 바꾸지 않아 속도가 도로 줄어들었고(...) 2차 대개장때야 교채하면서 최종적으로 30노트 이상의 고속을 얻었지만 돈을 왕창 썼습니다.-_-;;; 이거 저 위에서 돈 없어서 멘탈 가루나던 애들 이야기 맞습니다.(...)

  (웃기는게 일본 해군은 다른 배도 아니고 나가토의 대개장에도 똑같은 짓거릴 해 놨습니다. 나가토의 최종 사양이 초기 사양에 비해 느린 이유가 이것.)

  하지만 그래봤자 태생이 순양전함이었던지라 제대로 된 전함들에 비하면 장갑은 종잇장 수준이었고(실제로 전함도 아니고 순양함의 포격에 관통상을 입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화력 역시 건조 당시에는 최신예 주포였지만 2차 대전때는 전함급에서는 사실상 최하급 주포였던 14인치 포의 한계점이 명확했던지라 적 전함과의 함대함 포격전을 했다간...(...) 키리시마: 그런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고급은 4척 모두 상당한 전과를 세울수 있었는데...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공고급의 한계점을 보고 큰 기대를 품지 않았던 일본 해군의 선택 덕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미군의 진격에 맞춰 조금씩 후퇴하며 적 전력을 갉아 먹다가 야마토급, 나가토급을 앞세운 강력한(?) 전함들을 동원한 함대결전을 통해 최종적으로 미군을 압도한다.'는 '점감요격작전'과 '함대결전사상'에 미쳐 있었습니다.

  여기서 전함은 매우 중요한 함대결전용 병기이니 함부로 점감요격작전에 동원할수 없다고 판단하여 나가토나 야마토 등의 전함들은 일선에 나갈 일이 사실상 없었는데, 공고급 순양전함의 경우 함령이 워낙 오래된데다 화력이나 방어력에 있어 그 한계가 명확했기에 함대결전용 주력함 목록에서 빠지게 되었고 수뢰전대의 기함으로서 야간 수뢰전(어뢰를 이용한 전투)에 동원되었습니다.

  실제로 공고급의 함장을 역임한 장교들은 죄다 수뢰전을 전공한 수뢰전 전문가들이었고 전함의 포격전보다는 수뢰전에서 중시되는 정교하고 신속한 함대 조함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공고급의 주된 운용법은 다음과 같았는데...

  1. 수뢰전대의 기함으로서 구축함이나 경순양함을 이끌고 야간에 돌입.

  2. 공고급이 탐조등을 켜고 적함을 비춰 아군의 공격 목표를 설정해 줌과 동시에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시켜 아군을 보호함.

  3. 미 해군이 공고급을 상대하는 동안 구축함, 경순양함 등이 재빨리 접근해 어뢰를 발사.

  4. 시밤쾅.(...)

  이게 바로 일본 해군의 특기중의 특기였던 야간 수뢰전의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이게 미 해군에게는 정말 악몽같은 공격이었는데, 당시 미군의 어뢰가 믿을만한 물건이 아닌 탓도 있었고(...) 실제로 일본 해군의 야간 수뢰전 기량이 상당히 뛰어났던 탓도 있습니다.

  그에 더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최강의 비대칭 무기였던 산소어뢰(일명 '롱 랜스' 단 이별명은 전후에 붙은 별명입니다.)의 긴 사거리와 무식한 파괴력,(실제로 이 어뢰에 제대로 걸리면 전함이라고 해도 중파는 가볍게 나왔고, 중순양함 나부랭이는 한방에 골로 보내 버릴수 있었습니다.죽창)추진제로 산소를 쓰는통에 궤적의 관측이 힘들어 낮에도 찾기 힘든 어뢰가 야간에 대량으로 치고 들어오는 악몽같은 상황을 강요하면서 전과를 올릴수 있었던것.(...)

  공고급을 무시하고 수뢰전대를 먼저 조지려고 해도 아무리 구형이라도 14인치 포에 맞고 견딜만 한 배는 전함쯤 되지 않으면 없고 말이죠...-_-;;;

  박살내기나 쉽냐면 장갑은 종잇장에 화력은 거지같았어도 더럽게 빨라놔서(...) 격침도 쉽지 않았고...

  이렇게 일본 해군 입장에서는 찬밥취급 받은 공고급이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야마토가 선상 호텔 취급이나 받으며 트럭 정박지에 짱박혀 있는 동안에도 핸더슨 비행장 포격이니 레이테만 해전이니 하는 굵직한 활약들을 하게 하며 미 해군 입장에서는 정말로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될수 있었던겁니다.

  결국 공고는 레이테만 해전에 참가한 뒤 일본으로 후퇴하던 1944년 11월 21일 03시, 발라오급 잠수함 USS 시 라이온에게 2발의 어뢰를 맞아 침몰하며 전쟁을 끝내게 됩니다. (이 USS 시 라이온 역시 굉장한 수훈함인데, 공고 격침에 앞서 공고 최후의 순간 공고를 지키던 17 구축대의 기함이었던 카게로급 구축함 11번함 우라카제를 격침하기도 했고 일본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급양함 마미야를 격침하는 전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구형함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전함이었던지라 최초 피격당한 당시에는 꽤나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속도를 줄이고 응급 수리에 들어갔다면 살아 남는게 불가능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단 근처에 USS 시 라이언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게 뻔한 상황이라 '잠수함부터 따돌리고 보자.'는 판단에 오히려 속력을 올렸고, 가뜩이나 노후화 되어 있던 함체와 격벽의 손상이 심해져 침수가 가속된 끝에 05시 30분에 함체가 전복, 포탑의 준비탄 저장고에 있던 포탄들이 굴러 떨어져 유폭하는 바람에 승조원 13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몇 안되는 생존자들은 호위함대였던 제 17구축대가 구조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이해가 안가는 판단이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공고의 함장이 잠수함을 따돌리려 신속한 이탈을 택한 것도 이해를 못할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공고의 호위함대였던 제 17구축대는 기함인 카게로급 11번함 우라카제(해변에 부는 바람)가 굉침당하고, 전대장인 다니 대좌 이하 전 승조원이 전사해 호위함대의 지휘계통이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고 입장에서는 반쪽짜리 호위 함대에게 대잠 경계를 맡기기가 불안했을법도 하지요.

  3번함인 하루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태평양에서 싸우던 중 최후를 맞이 했고, 남은 하루나 조차 구레 군항 공습 당시 방공을 하던 중 대파당해 연안에서 착저하며 함생을 마감한 일본 해군 최고의 수훈전함이라 하겠습니다.


  유일하게 일본에서 격침되어 잔해를 수거할수 있었던 하루나의 경우 13미터 가량 되는 마스트가 효고현의 아마가사키시에 있는 나니와하치만 신사에 보관 되어 있습니다. 소나무로 만들었다는군요.

  이걸 어디 써먹고 있었냐 하면 길쭉한게 딱 좋다고 생각 했는지 현립 병원의 국기 계양대로 써먹다가(...) 병원이 폐원한 뒤 신사에 갖다 놨다고 합니다.-_-;;;

  물론 일본 해군 전체를 통틀어 본다면 쇼카쿠급 1, 2번함인 쇼카쿠, 즈이카쿠가 최고 수훈함을 가져가야 겠지만(이 둘은 미 해군 역시 굉장히 높은 평가를 하는 배들입니다.)전함들의 활약이 적은 태평양 전쟁에서 이정도로 활약한 전함은 미 해군에도 잘 없고, 공고급 외의 일본제 전함은 야마토, 무사시, 나가토, 무츠처럼 함대결전을 위해 아끼다 똥되거나(...) 후소, 야마시로, 이세, 휴우가 같이 성능이 거지같아 그냥 안썼던걸(...) 생각 하면 사실상 최고수준의 활약을 한 수훈함이라 봐야겠죠. (뭐 그렇다고 야마토급이나 나가토급이 성능이 쩔었다는건 또 아니고...-_-;;;)

  결론을 내리자면 일본 해군이 야마토급이나 나가토급에게 기대했던 소위 '야마토 정신' 그 자체라고 할만 한 함생을 보냈다고 하겠습니다.


  덤1. 공고급의 함내 군기는 여타 일본 해군 대형함들이 다들 그렇듯 사람잡는 수준이라 공고급에서 근무했던 전후 생존자(아마 4번함인 키리시마의 승조원 출신으로 기억 합니다.)의 증언에 의하면 "아침에 일어나면 맞고, 일과 시간에 맞고, 자기 전에 맞고, 하루 종일 얻어맞다가 자려고 누우면 맞은데가 아파서 잘수도 없었다." 고 할 정도로 가혹 했다고 합니다. 괜히 본문에 소개한 무시무시한 별명들이 붙은게 아닌것.(...)


  덤2. 과달카날 전역에 참전한 2번함 히에이는 피아 구분도 어려운 난타전 속에서 순양함 USS 샌프란시스코가 히에이를 발견 했습니다.(이때 양측 지휘관의 막장지휘로 인해 미 해군이나 일본 해군이나 너나 할것 없이 피아 구분도 제대로 안되는 와중에 난타전을 벌이며 병신 인증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캘러헌 제독이 전 함대의 공격 목표를 히에이로 설정해 미군의 모든 어그로가 히에이로 집중되고(...) 히에이는 다음순간 USS 샌프란시스코를 격침시켜 캘러헌 제독을 전사시켰지만 이미 타게팅이 끝난 상태.(...)

  미군에게 난타당하는 순간에도 히에이는 탐조등을 비춰 아군의 공격 목표를 설정 해 주며 분전하고 있었는데, 구축함 USS 래피가 몰래 다가와 히에이의 함교를 타격하여 참모진들이 몰살당해 버립니다.-_-;;;

  결국 난전으로인해 전의를 상실한 일본 해군이 철수를 결정하고 후퇴하기 시작 했습니다만 미 해군에게 난타당한 전투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고, 핸더슨 비행장에서 출격한 어벤저가 투하한 어뢰에 맞아 조타실이 침수되어 변침을 하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하는 막장 상황이 발생.(...)

  당연히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 입장에서는 구형이라고는 해도 멀쩡히 수리 가능한 순양전함 한척을 날릴수는 없으니 무조건 트럭 정박지까지 살려 오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명령이었고, 아베 히로아키 중장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하자 명령을 취소 했습니다.

  이후 히에이를 살릴수 없다고 판단한 아베 히로아키 중장이 총원 퇴함명령을 내린 뒤 히에이를 자침시키면서 히에이 역시 함생을 마감했습니다.

  야마모토 제독으로부터 히에이를 부유포대로 사용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지만 이미 자침한 뒤라 너무 늦은 명령이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덤3. 4번함인 기리시마는 과달카날 해전에서 전함 USS 사우스다코타를 발견하고 포격을 가했지만...


  ...이렇게 됩니다.(...)

  당시 USS 사우스다코타는 별것도 아닌 손상에 대한 수리중 수병 하나가(꽤나 짬이 있는 선임 수병이었다고 합니다.) 규정을 어기고 멋대로 차단기를 내려 전류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함내가 모조리 정전이 되 버리는 막장 상황이었습니다.-_-;;;(위에도 설명 했듯, 괜히 대형함의 근무 군기가 빡센게 아닙니다. 수병 하나 뻘짓해서 전함이 앉은뱅이가 됬으니 개쪽도 이런 개쪽이 없을지경.)

  그렇게 전투 불능에 빠진 USS 사우스다코타를 자신만만하게 쏴 버렸지만(1식 철갑탄과 3식탄을 쐈다고 합니다. 당시 해안 포격을 위해 해안으로 향하던 중이라 장전해 두고 있었다고...) 14인치 포의 한계에 부딛혔고, USS 사우스다코타가 키리시마에게 얻어맞는 중에 전함 USS 워싱턴이 몰래 키리시마의 뒤로 돌아가 근접한 뒤 16인치 함포 9문을 모조리 쏴 버립니다.

  USS 워싱턴이 왜 궂이 근접 포격을 했냐 하면 USS 워싱턴의 레이더 배치에 결함이 있어 우측 80도 방향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기에 '지금 잡히는게 사우스다코타야 키리시마야?' 하면서 긴가민가 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3, 4번 포탑이 무력화되고 조타도 맛이 간 키리시마를 살릴수 없다고 판단한 함장 이와부치 대좌는 총원 퇴함 명령을 내렸고 생존자들은 시라츠유(白露 백로. 소주 이슬)급 구축함 사미다레(五月雨 초여름 즘부터 내리는 장마)가 구출했습니다.

  태평양 전선에서는 보기 드문 전함간의 함대함 포격전에 의한 격침 기록입니다.


  덤4.


  이 그림은 공고급의 후속함 계획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일본의 선박 설계자 후지모토 키쿠오가 전체적인 설계를 담당했고(하단의 설계안.), 일본 군함의 아버지 히라가 유즈루 역시 별도 설계안을 제출 했다고 합니다.(상단의 설계안.)

  건조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때 입안된 설계안은 이후 야마토급 전함등의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덤5. 일본 해군의 유명한 에이스 파일럿인 사카이 사부로 중위가 수병시절 파일럿이 되기 전에는 4번함 키리시마의 포수로 근무한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종일 두들겨 맞으면서 살았다는군요.(...)


  덤6. 위에도 적었듯 공고급은 순양전함 출신이다 보니 전함 치고는 방어력이 종잇장이었는데, 순양함의 포격에 관통상을 입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듣기로는 뭔 일본 육군의 97식 전차(일명 치하 전차라 불리는 그거)에서 들리는 썰 마냥 너무 깔끔하게 관통해서 오히려 피해가 적었다는 소리도...(...)

  97식 전차에 전해지는 썰은 미군들이 97식 전차를 잡으려고 철갑탄을 쐈더니 전차의 전면과 후면을 깔끔하게 관통해서 승무원이 살아서 도망가는걸 보고 황당해 하다가 고폭탄을 쐈더니 철갑탄마냥 전면만 관통해서 전차 내부를 타격하더라...는 썰입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군요.


  덤7. 3번함 하루나와 2번함 히에이는 현재 해상자위대의 하루나급 호위함 1, 2번함이 이름을 물려 받았습니다.

  일종의 항공 구축함 컨셉으로서 2차대전기 일본의 삽질이었던 항공전함, 항공순양함 컨셉을 헬기를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바꾼 플랜 되겠습니다.

  현재는 30년을 넘긴 함령으로 인해 휴우가급 호위함으로 대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번함 공고와 4번함 키리시마 역시 공고급 호위함 1, 2번함이 이름을 물려 받은 상태. 이쪽은 3, 4번함에 묘코급 중순양함 1번함 묘코와 타카오급 중순양함 4번함 초카이 법사의 이름을 물려 받았습니다.

  이쪽은 아시다시피 이지스함.


  덤8. 공고급을 설계, 건조한 빅커스사는 지금도 세계 굴지의 조선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전차도 만들고 그랬습니다만.(...)

  한국 해군의 LPH인 독도급이 참고한것으로 유명한 영국 왕립해군의 헬기모함 HMS 오션이 빅커스사의 작품.


  덤9. 3번함 하루나의 경우 구레 군항 공습 당시 대파당해 착저한 탓에 일본에서는 전후 생존함이라고 박박 우기고 있습니다만, 대파 착저가 연안이 아니라 원양에서 일어나면 그게 격침입니다.(...)

  결국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것.


  덤10. 일본 해군의 카미카제 공격 요원으로 선발 되었다가 투입 전 종전이 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억세게 운좋은 사내이자 실전 출격 100회를 넘긴한국 공군의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윤응열 전 공군 소장은 일본 해군시절 3번함 하루나에 승조한적이 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구타가 만연한 배에 식민지인이 승조 했으니 그 괴롭힘이 말도 못했다는데 윤응열 소장은 조선인이라고 무시하는 일본인 동기를 갑판에서 두들겨 패 버리는걸로 응수 했다고...(...)


  덤11. 3번함 하루나와 4번함 키리시마를 건조할 당시 하루나와 키리시마를 동시 건조하는 통에 양쪽 조선소가 치열하게 경쟁이 붙었는데, 키리시마가 먼저 진수를 하자 하루나를 건조하던 조선소의 주임이 할복 자살을 해 버렸다고 합니다.(...)

  이걸 보고 기겁을한 일본 해군이 고인의 넋을 달래는 차원에서 하루나를 3번함으로 지정 했다...는 썰은 예산 통과일을 기준으로 함번을 정하기에 하루나가 3번함으로 예정되어 있었던지라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취역일이 같은날로 잡힌게 너무 경쟁하지 말라는 의미로 일본 해군이 취역일을 같은날로 잡아 준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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