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의식의 흐름으로 가는 인도여행 - #2. 심라에 갔다 part2
게시물ID : travel_264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소
추천 : 2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22 14:12:37

의식의 흐름으로 가는 인도여행 - #2. 심라에 갔다 part2


나의 심라에서의 이야기를 풀기위해서는 우선 심라에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심라(Shimla)는 히마찰프라데쉬(Himachal Pradesh),라는 이름부터 히말라야 느낌이 넘치는 북인도에 위치한 주(州)의 수도로 해발 2200m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심라는 영국령 인도제국 시절 영국 침략자들의 여름철 수도 이자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다. 인도의 무더위를 피해 영국인들은 헐떡이는 숨통을 부여잡고  토이트레인을 타고 이곳으로 피난오듯 도망쳤을 것이다.(마치 지금의 내 모습같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부유한 인도인들의  북쪽 여름철 휴양지 no.1으로 꼽히는 곳이다.     



치욕의 역사 일지언정 인도의 근대사에 큰 자국으로 남은 심라.

심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버스, 그리고 기차.

고산지대에 위치한 탓에 일반 기차는 심라에 가지 못한다. 토이트레인이라는 작은 기차만이 구불구불 산등성이를 타고 심라로 갈 수 있는데, 이 열차는 100년도 전 영국령 인도제국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문화 유산에도 등재되어있다. 문화재를 타고 철도를  달린다니 생각만해도 흥분된다. 토이트레인은 겉모습만 본다면 정말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하다. 마치 호빵처럼  생긴 그 파랗고 빨간 기관차가 생각난다. 

토이트레인의 시발점인 칼카에서 ‘뿌우뿌우~’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 호빵처럼 생긴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산 능선을 타고 달리는 열차 답게 속도는 정말 느리다. 달란다는 표현은 취소해야겠다. 인도 열차가 평군 60km의 속도로 경보를 한다면 토이트레인은 터덜터덜 편의점으로 향하는 나의 모습 같다고 해야겠다.


IMG_7763.jpg


토이트레인 자체는 귀엽고 또 귀엽고 귀여운게 전부이지만 이 토이트레인을 탈 때의 진정한 즐거움은  중간 중간 들리는 작은 마을이다. 산속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마을에서 즐기는 간식은 토이트레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다.

작은 산골 마을에 잠시 정차 할 때마다 서둘러 열차에서 내려 작은 음식판매 가판대로 달려 나가서 음식을 주문한다. 그리고 오분쯤 기다리고 있으면 열차가 출발할 기미가 보인다. 최후의 최후까지 음식을 기다리다, 열차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기미가 보이면 얼른 달려가 다시 열차에 탑승하면 된다. 혼자 여행 한다면, 이 순간 심장이 쫄깃해 지는 것을 느낀다. 설마 나를 두고 열차가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이런 걱정은 인도에서는 현실이 된다. 열차는 나를 두고 가버린다. 하지만 워낙에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에 올라타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열차에 무사히 탑승했다면 이제 불어오는 히말라야의 바람을 맞으며 탁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식도락을 즐기면 토이트레인의 즐거움이 완성된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칼카에서 출발하여 두 시간 쯤 달리자 초반의 즐거움은 미리 설치된 잘 만들어진 함정 이었다는 것이 확실해 졌다.      



 그냥 홀로 경치만 보고 간다면 음악을 듣으며 사색과 고뇌를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긴 시간, 당신을 마주보고 있는 인도인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당신에게 고뇌와 사색은 사치이며 신기루 같은 존재가 된다.


 인도인은 말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과장하면) 귀에서 피를 보지 않으면 말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내 앞의  인도 가족은 ‘나는 너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만 너의 대답은 필요 없지’ 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인도 엄마와는‘힌디어의 미래’라는 감도 안 잡히는 주제로 대화를 해야 하며, 열차가 정차 할 때마다 인도 아빠는 이것저것 간식을 조달해서 나와 인도 아들에게 끊임없이 먹인다. 토할 것 같다고 말해도 웃는 얼굴로 사양하지 말고 먹으라고 말한다. (아니 정말 너무 배가 불러거 토할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정도로 내 배가 부른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열두살 아들이 음식투정을 하다 혼나는 모습을 보니 그냥 입다물고 먹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셔럽 앤 테익 마이푸드" 어디선가 환청이 들린다.

IMG_7781.jpg


 멘탈과 함께 덜컹이는 기차 속에서 나는 이 기차가 오늘이 가기 전에 심라에 도달할 것이고 그 때면 이 대화와 음식릴레이가 끝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지 이성과는 달리 대화의 끝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승전힌두라는 놀라운 논리전개가 3시간쯤 지속되면 힌두어 따위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해진다.

심라역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었다.



내가 툴툴대며 말하긴 했지만, 정말 친절했던 내 맞은편 가족은 심라역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듯 열차에서 내리는 나를 불렀다.

“호텔이 어디니"

나는 의심했다. 왜 내 호텔을 물어보는 거지??

“예약 안하고 왔어요.” 사실 이었다.  인도에선 미리 호텔예약을 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온 터라 호텔도 알아보지 않고 왔었다.

“정말로? 호텔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우리가 알아봐줄까?”

새로운 패턴의 사기라고 생각했다. 4시간 동안 나눈 대화와 함께 나눈 음식은 모두 나를 납치해 가려는 밑밥 이었을까? 아이까지 있는데... 역시 인도인은 무섭군.

“아니에요. 가이드 북에 있는 곳으로 갈꺼에요. 전화해보니까 방 있다고 했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그러자 그 친절한 가족은 쿠리(짐꾼)을 불러 내가 가려는 호텔까지 짐을 날라 주라고 했다. 나는 고맙지만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여기부터 정신적인 고통과 더불어 육체적 고통이 나를 덮친다.(나는 친절한 인도가족의 진심을 의심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내가 몰랐던 심라1: 심라 시내 중심에는 바퀴달린 탈것이 들어 갈수 없다.     

믿을 것은 이 두다리  뿐이다. 그런데 심라역에서 시내 까지는 약 20분 정도로 꽤나 가파른 비탈 길을 올라가야 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대비한 옷들과,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노트북까지 도합 20kg의 짐을 몇 년전 캄보디아에서  박살난 무릎위에 얻고 오르막을 오르고 있으니, 육체가 파업을 선포하기 직전이다. 아까 그 가족이 왜 짐꾼을 부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 이었다. 하지만 걷고자 하면 못 걸을 것도 없다. 몸이 힘들 뿐이다.

그렇게 혼자서 시내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몰랐던 심라2:  6월은 심라의 휴가철이라 주말에는 방을 구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가이드북과 온라인 북킹사이트를 보며 찾아가는 호텔마다 모두 방이 없었다. 가격협상은 커녕 방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간혹 방이 있는 곳은 가이드북에 나온 것의 3~4배의 가격을 요구했다. 나는 왜 이렇게 방값이 높냐고 매니저에게 항의했다. 매니저는 귀찮다는 듯이 지금은 휴가철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듣기로는 이 시즌에는 적게는 2배 많이는 10배가 되는 방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한 인도여행 예산 중 하루 방값은 인도 루피로 300루피-500루피(한화 5500원-8000원)였다.   

   


내가 몰랐던 심라3: 심라는 숙박이 매우 비싸다.

당시 내가 들렸던 호텔에서는 모두 3000루피 이하에는 방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지난주에 왔거나 다음 주에 온다면 1000루피에 방을 줄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기, 특히 주말에는 3000루피 이하로 방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가이드북에도 평군 1000루피 정도의 높은 가격이 쓰여 있었다. 애초에 나의 예산으로는 방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몰(시내 광장)주변 호텔을 몇군데 다녀오니 세상에 짙은 남색빛이 깔려 있었다.

이러다가 길거리에서 밤을 맞이하게 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이 근처 유일하게 방이 남은 호텔이자 3000루피 짜리 방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방은 예약이 되 버렸다고 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상황 중 하나는 내가 가진 정보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 여행자 거리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흥분감을 가져온다.

그렇지만 낯선 나라에서. 처음 온 도시에서 해가진 뒤 여행자 거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상황은 흥분감 보다는 두려움을 가져왔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온갖 질문으로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호텔을  찾을 수는 있을까? 호텔을 찾는 동안에 어디론가 끌려가지 않을까? 이상한 호텔에 머무르게 되어 잠자는 사이에 장기 털리는거 아닐까? 애당초 이곳에 내가 머무를 호텔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멍한 눈으로 물밖으로 끌려나온 붕어마냥 뻐끔뻐끔 거리며 서 있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마담, 호텔 찾고 있어요?  방이 남아 있는 호텔이 있는데 거기로 데려다 줄까요?”

빨아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검은 얼룩이 진 하얀 티셔츠와, 티셔츠 곳곳에 뚫린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요. 갑시다 선생님.”

선동행 후대답. 대답하도 전에 몸이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 낯선 인도인의 제안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냥 나도 모르게 ‘y…yes  sir’라고  말한 것 같다. 심지어 please까지 붙인 것 같다.

나보다 체구가 한참 작은 이 인도 남자는 내게서 배낭을 빼앗듯이 가져가 나보다 더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두 시간이나 가방을 메고 돌아다녔더니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약간의 여유가 생겨 슬며시 남자를 관찰했다. 샌들 밖으로 나온 더러운 발, 기름떡이 진 머리와 흘러나오는 땀 냄새, 그리고 흙색 낯빛.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 인 것 같았다.      



이 남자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터와 민가를 지나 몰에서 15분정도 떨어진 한 낡은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매니저는 나를 한번 훑어 보았다. 그리고 늦은 시간 도착한 내 몰골이 불쌍했는지 ‘츳’이라고 혀를 한번 차더니 당시 심라 방값 대비 파격적인 가격 단돈 800루피에 방을 주었다. 창문은 없고, 곰팡이 투성이에 매퀘한 냄새까지 나는 방이었지만 '나로 말할것 같으면 환경에 순응라는 자.' 이보다 더 맘에 들 수는 없었다.



내가 가방을 방에 올려 두는 사이  나를 데려온 인도 남자는 인사도 없이 호텔을 빠져나갔다. 방을 안내해 줬으니 돈을 달라, 짐 들어 줬으니 돈을 달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할 꺼라 생각한 더렵혀진 내 마음과 달리 그는 내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그 남자를 따라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악수를 하고100루피를 쥐어주니 세상 기뻐했다. 이것이 윈윈 이라는 것인가 보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

사실 지금은 방구하기 귀찮을  때마다 내 주변을 멤 도는 인도인들에게 호텔 아는데 있냐고 물어봐서 따라 가곤 한다. 몇번 경험해 보니 의외로 이렇게 방을 안내해 주는 인도인들은 사기꾼 보다는 커미션을 받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치가 약간 중심에서 벗어나서 그렇지 가격도 저렴하고 상태도 좋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방이 마음에 안들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https://brunch.co.kr/@damyi1014/

에는 11편까지 진행중..

출처 https://brunch.co.kr/@damyi1014/

에는 11편까지 진행중..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