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터치를 회화의 진품성과 무관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20세기 예술을 앞 세기들의 예술과 그토록 다르게 만들어준 개념적 혁명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다." (David W. Galenson, Conceptual Revolutions in Twentieth-Century Art.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p.198) 조영남 사건에 관해 매일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①조영남의 대작을 미학적으로 비판하거나, ②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어도, ③그를 '사기죄'로 다스리는 것은 현대미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부당한 폭력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이 글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론이 나왔다. 황당한 것은, 정작 내가 그 글에서 제기한 물음, 즉 '조영남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게 온당한가?' 하는 물음에는 아무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그저 조영남을 '개X끼' 만드느라 바쁘다. 그래, 그들의 말대로 조영남이 개X끼라 하자. 개X끼는 모두 기소하거나 구속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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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조영남의 죄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수에게 실행을 대리시킨 것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 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아니라 실행을 한 사람에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조항은 현대미술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앤디 워홀, 다미엔 허스트, 제프 쿤스, 타카시 무라카미 등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들은 자신의 작품 거의 모두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들은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조수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워홀의 실크 스크린,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쿤스의 풍선 강아지의 저작권이 조수들에게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