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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 또 나섰다…"고작 한다는 게 공사판 일자리냐"
게시물ID : bestofbest_26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식...Ω
추천 : 178
조회수 : 7010회
댓글수 : 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8/12/22 19:43:45
원본글 작성시간 : 2008/12/22 10:24:40
서울대 교수들 또 나섰다…"고작 한다는 게 공사판 일자리냐"
프레시안 | 기사입력 2008.12.22 09:48




"하천 정비는 운하 사업, 14조원 오바마처럼 미래에 투자하라"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올해 초 한반도 대운하 찬반 토론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서울대 교수들이 다시 나섰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은 22일 오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긴급 토론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왜 운하 사업의 연장선상에 놓인 해서는 안 될 사업인지 조목조목 따졌다. 

김정욱 "하천 정비 사업은 운하 사업의 일부" 



 
▲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놓고 서울대 교수들은 "한반도 대운하의 부분 사업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해서는 안 될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정욱 서울대 교수(환경공학)는 한반도 대운하 중 경부운하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비교하면서 "국가 하천 정비는 2006년 정부 보고대로 이미 97.3%에 달해서 더 할 게 없다"며 "두 사업을 비교해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운하 사업의 일부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천 정비 사업이 (경부운하 사업과 비교했을 때) 공사 내용이 많이 줄었는데도 공사 기간(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공사 비용(14.1조 원)이 똑같은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부운하 사업비가 14.1조 원이 아니라 40~5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민간단체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는 걸 정부가 밝혀준 꼴"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요즘은 부풀리기 하도 흔해져서 14조 원이라는 돈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하고 국민도 이런 액수에 다소 둔감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간척 사업인 새만금 사업 예산이 10여 년에 걸쳐서 1조2000억 원"이라며 "14조 원을 4년 안에 강에다 쏟아 부으면 도대체 강을 얼마나 파헤칠 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하천 정비 사업을 홍보하는 논리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하천 정비를 놓고 강을 아름답게 만들어 배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는데, 자연 하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멋대로 하는 말"이라며 "이들이 말하는 하천 정비는 물길을 직선으로 만들고, 바닥을 파고, 강둑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하천 정비를 오염된 하천 퇴적물을 파서 하천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 하천은 여름에 큰 홍수가 질 때마다 바닥을 다 쓸어가기 때문에 쌓이는 것이 없어 치울 것도 없다"며 "댐이 있는 곳에만 퇴적물이 쌓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업은 댐을 쌓고 물을 고이게 만들어 오염 퇴적물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욱 "14조 원은 재생 에너지 산업에"-이준구 "좀 참신한 방법 없나" 

김정욱 교수는 근본적으로 "하천 정비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김 교수는 "물을 맑게 하려면 쓰레기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한 시골 마을의 도랑부터 살려야 한다"며 "우리나라 10만 개 마을에 1000만 원씩, 총1조 원만 써도 도랑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이어서 "홍수도 본류가 넘쳐서 홍수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어 봤다"며 "산사태, 계곡·도랑이 넘치거나, 물길을 바꾸거나 막아서 터진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수 방지도 하천 정비가 아니라 상류 마을에 산사태 방지 사업, 빗물 저장 시설 등의 투자를 해야 마을에 물도 공급하고 홍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하천 정비 일자리는 공사가 끝나면 다 없어지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처럼 공부 많이 한 사람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줘야지 고작 공사판 임시직 일자리를 주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매년 150억 달러를 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5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바마 당선자를 본받으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 어떤 방법으로든 부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고, 토목 공사가 부양책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며 "그러나 좀 더 참신한 방법으로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은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당연히 있다"며 "예컨대 교육, 사회복지, 연구개발 등을 통해 부양 효과도 내면서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목 공사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케케묵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발상의 전환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준구 "'안 한다'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이준구 교수는 이번 사업을 놓고 혼란을 자초하는 이명박 정부를 놓고 "'안 한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교수는 "지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른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촛불 집회, 시장 혼란의 궁극적 이유는 정부에 대한 믿음 상실"이라며 "이 총체적 위기의 수습 방안은 바로 '믿음의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은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깃발을 들어 올려도 아무도 이를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이 한 마음으로 뭉쳐 위기 극복에 나서도록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천 정비 사업을 둘러싼 혼란도 결국 정부 불신에 그 근원이 있다"며 "이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며 "책임 있는 사람이 '운하 안 한다'라는 한 마디 말만 분명히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많은 터에 운하 얘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운하'라는 세 글자만 보아도 짜증을 내고, 사람들 사업에서 대운하 사업이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이고 황당무계한 계획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운하는 하지 않는다'라는 분명한 말이 있어야 이 혼란이 수습될 수 있다"며 "이 소모적인 논란이 오래 가면 갈수록 정부에 대한 믿음은 더 희박해지고, 자칫하면 경제 위기의 수습이 시급한 터에 운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적전분열의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양구 기자 (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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