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은 3월 11일 법정 스님이 지난해 6월 자신과 두명의 제자 등이 있는 자리에서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는 공식적으로 한 유지였음을 강조했다.
류시화 시인의 글에 따르면 법정스님은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며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류시화 시인은 '산이 산을 떠나다'라는 제목의 이 추도글에서 "서울의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스님이 '강원도 눈 쌓인 산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줄곧 병원에 계시다가 오늘 오전 의식을 잃으셨다"고 털어놨다.
류시화 시인은 이어 "법정 스님이 폐암이 재발하면서부터 치병을 하며 '이 육체가 거추장스럽다'고 했다. 또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런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류시화 시인은 "세상일은 따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병석에 누워 계실 때 많은 분들이 스님을 설득했고 결국 송광사에서 불교 예법에 따라 다비식을 치르기로 정해졌다"며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웠다'는 고인의 말을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류시화 시인은 "사람은 살아서 작별해야 한다. 그것이 덜 슬프다는 것을 오늘 깨닫는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폐암으로 투병중이던 법정 스님은 3월 11일 오후 1시 52분께 본인이 창건한 서울 길상사에서 향년 7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또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3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