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편적인 진리라도 되는 것 처럼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저 등신 같은 명제를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아무도 모르게 선행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함에 있어서 그것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거나, 혹은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선행을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편이 훨씬 이롭지 않을까?
허나 그렇지 않고, 완전 범죄를 꽤하는 범법자라도 되는 것 처럼 선행을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하라는 저 말에 담긴 의미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저 말의 의미를 다소 억지스러운 비유로 표현하자면 '사랑은 하되 표현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이 그것이 너무나 얼토당토 않게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현실적 논리로 보았을 때, 사랑을 하더라도 표현을 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길이 없고, 좋은 계획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선행을 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것의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생각에 생각을 더해서 저런 말이 나온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해 보자면, 선행을 생색내기를 비롯한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억지스럽다. 선행을 함에 있어서 발생될 법한 트러블을 방지 하기 위해서 그것을 숨기라고 요구 한다는 것은 명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가.
모든 선행은 가치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선행이 드러지 나지 않으면 애석하게도 그 가치와 의미를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어린시절 한번 정도 들어 봤을만한 이야기들 중 어떤 네덜란드의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한 소년이 둑에 생긴 작은 구멍을 발견하곤, 그것을 밤새 손으로 막아 둑이 터지는 일을 막았다는 일화(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인데, 만약 이 소년의 희생적 선행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온전히 그만의 것으로 묻혀졌더라면 그건 너무나 애석하지 않은가?
우리는 누군가 자신의 선행을 드러냈다고 해서, 그의 선행을 조롱하거나 멸시하는 어리석은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 과거의 우스광스러운 엉터리 명제가 굉장한 유물이라도 되는 것 처럼 그것을 마냥 껴안고 의지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보다 훨씬 영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