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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 (극장판)
게시물ID : movie_2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희도라리스크
추천 : 6
조회수 : 109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5/03/22 00:32:31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2071년, 화성. 할로윈을 눈 앞에 둔 알파시티(アルバシティ-)의 고속도로에서 탱크롤리가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탱크에서 흘러나온 물질 때문에 피해는 반경 3km,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였다. 경찰은 탱크 속에 몇가지 약품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사고 후 원인불명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라고 단정한다. 보고를 받은 화성정부는 테러범에게 3억 우론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을 걸겠다고 발표한다. 


스파이크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모로칸 스트리트(モロッカン ストリ-ト)에서 독극물의 정체를 밝히려 탐문 수사를 하다 의문의 인물 라시드와 만나 막대기 하나를 건네 받는다. 그런데 그 안에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캡슐 하나가 들어 있었다. 한편 제트는 전 경관을 이용해 ISSP 내부 사정을 듣는데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한 제약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범인은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4사람이 모은 정보를 토대로 '비밥'호의 일원들은 사건의 윤곽을 잡기 시작하는데... 


이미 죽어버린 범인. 거대한 제약회사에 상주하는 특수부대. 그리고 의문의 캡슐.... 단순한 테러로 알았던 이 사건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의혹의 제약회사에 단독으로 잠입한 스파이크는 기업의 조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무장경비대를 보고는 군이 개입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또 다시 엄청난 희생자를 낸 테러 현장. 그러나 그 곳에서도 빈센트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독극물을 뿌리고 다니며, 그 속에서도 왜 그에게만은 아무런 일이 없는가? 

할로윈데이를 맞아 한창 들떠있는 도시에 드디어 범인으로부터 범죄 예고장이 날아드는데....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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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내가 사람인줄 모르고 정말 나비인줄 알았다, 

꿈에서 깨니 내가 나비인줄 느낄수 없고 사람인것만 느끼니 
혹시 나는 나비요, 사람꿈을 꾸는것은 아닌가. 

나는 나비의 꿈을 꾸고, 나비는 내 꿈을 꾸니

나는 사람인가, 나비인가 

-장자-


2001년 처음 접한 이 작품의 임팩트는 정말 강렬했다.

일본의 영화는 우리의 그것만큼 깊은 음색을 내지 못하지만 그 배 이상의 무언가를 애니매이션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도 강렬한 작품.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은 이후에 자신이 이 작품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감히 말하건에 이 작품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계의 마스터피스다!! 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닌 것이다.

춤추는 듯한 스파이크의 절권도를 보고 있자면 정말 무술이 아름답게 느껴질 지경.. 게다가 전투기 추격씬은 마크로스 플러스 이후에 최고의 연출을 자랑할 뿐더러 저 유명한 칸노 요코의 주옥같은 음색들은 이미 TV판의 퀄리티를 갱신해 버렸다. 군더더기 없는 플롯, 영화를 물색케 하는 카메라와 화면 구성.. 그리고 깊은 철학이 배어든 이 놀라운 작품을 나는 곁에 두고 평생 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일본 애니에서 보여준 자기성찰의 소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SF 계에 있어서는 기계문명과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다룬 은하철도 999 라던가 인간의 기원과 소우주로서의 자아를 다룬 아키라, 그리고 저 유명한 사이버 펑크 시대의 인간 소외를 다룬 공각 기동대도 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 수록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정체성 혼란과 조직 안에서 파괴되어가는 자아 등에 대한 성찰이 배어든 이 애니메이션 역시 깊고 그윽한 맛이 유감없이 배어나오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 했지.

이 세계에서 나가는 문을 계속 찾고 있었다. 

지금 알았어. 문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 빈센트의 마지막 대사 중에서...



불타는 도시와 문명의 상징(화성의 에펠탑?)에서 이미 죽어 말소되어버린 자신의 아이덴티티 앞에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속에 뭍혀 환상을 거니는 사내의 대사는 과히 압권이다.

이 세계는 나비들이 내게 보여준 꿈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 있는 세계가 현실이고

내가 있던 세계가 꿈인가..?


소외된 고도 문명 사회에서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오드아이 헌터 스파이크 슈피겔.. 그 역시 한 눈은 현실을 좇고 한 눈은 꿈을 좇는 사나이. 그가 추격하여 최후의 기로에 선 테러리스트 빈센트와의 대면에서 우리는 스파이크와 빈센트가, 그리고 그들과 우리 현대 인류가 어쩌면 너무도 닮은 모습은 아닐까 직감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엔딩 테마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팝송 아닌 팝송이 되어 버렸다. 작품 제목인 천국의 문을 암시하는 듯한 이 노래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하는 말씀을 연상시키는 듯 하다.

두드려라. 문이 부서질 때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의 짧은 영상이 곧잘 추가되곤 하는데 이 영화의 엔딩영상은 가히 지구 최강이다...

스파이크가 쇼파에서 눈을 붙이다 주먹쥔 손을 살며시 편 순간 빛의 나비가 허공으로 떠오르고, 암흑의 화면에 문구가 떠오른다.



Are you living in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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