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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용산 썰
게시물ID : computer_2660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두노동자
추천 : 12
조회수 : 3410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10/06 11:24:16
베스트에 용산글이 올라가 있어서 저도 생각나서 한번 ㅋㅋ
 
 
2005년쯤에 용산에서 일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좀 웃긴게 많음...
 
 
월급이 없어졌으므로 음슴체로 감
 
 
 
 
 
1. 너의직원 나의직원 나의직원 너의직원
 
 
 
용팔이가 물건파는 애들이라면 용돌이는 알바 미만 그냥 물건나르고 배달해주는 애들임
 
애들이라고 하는 이유가 진짜 애들임 갓스무살 그정도?
 
많아봐야 서른넘기고 진짜 희귀몹의 경우엔 사오십대도 있는데 그분들이야 뭐 사정이 있겠지 하고 맘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거래처끼리 직원스와핑 했었음 이상한 의미가 아님;;;
 
물건들어오고 그러는 상황에서 급한 배달 떨어지고 이러면 지나가는 아는애 붙잡아다가 음료수 사먹을돈 주고
 
'너 거기 알지? 거기좀 다녀와라 안다녀오면 너 창고에 가둠' 이러고 보냄
 
(나도 피해자임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한가로운날 매장구석에 있는 펜2 컴퓨터 앞에 앉아서 네이버지식인 악플달고 컴퓨터에 삼국지5 깔아서 하다가 존내 쳐맞고 있는데
 
자기를 옆에두고 삼국지를 하는 이 열정의 젊은패기를 이렇게 놀릴수 없다며 사장이 다른매장 보냄 근데 모니터가 삼백대 아물론 CRT임
 
 
지옥의 외인부대급 모니터 창고에 짱박기를 마치고나면 그 매장 사장이 만원줌 개꿀
 
그거들고 사장 쳐맥일 핫바 하나 사고 남은돈 그매장 알바 나 이렇게 둘 담배 한갑씩 사고 음료수 사면 이천원 남음
 
(디스가 천오백원인데 난 고급져서 양담배만 피움 근데 그 양담배도 2000원임)
 
 
 
 
우리는 메모리집이라 그렇게 큰 짐이 없었음 근데 무슨 연유였는지 어느날 메모리가 마이티 한대급이 옴
 
근데 중고메모리임 이게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짝안맞는 용량은 전부 재배치해서 시황제의 무덤을 지키는 토병처럼 만들어놓으라는 사장지시에
 
'이거 끝나면 등갈비 사줘요?' 라고 물어봤다가 등뼈 뽑힐뻔함
 
혼자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간지나게 모니터집 그인간한테 연락함 사장한테 허락받고 금마불러서
 
열심히 메모리 짝을 맞춤 그리고 마침내 다끝냄
 
그쪽사장 왈 '야 너네 일 다 끝났냐? 수고했고 금마 올려보내 아 너도'
 
19인치 CRT 여섯대 상차해서 선인 21동 5층->선인 22동 2층->나진 도깨비상가 순회공연크리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총 여섯번 엘리베이터를 타야함 근데 엘리베이터 문 열릴때마다 거의 설국열차급 난민수용소라
 
모니터 들어갈 자리가 거의없음 웬디하드 배달하는 챙모자새끼가
 
우매한 민중들 모니터가 무거우면 하드를 배달하면 될것을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싸울뻔함
 
 
마리앙뚜아네뜨같은새끼
 
 
 
 
 
2. 몰빵 뒤통수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는 용돌이들 끼리는 지나가다 자주 마주침
 
괜히 어깨로 툭툭 치면서 어이쿠 죄송합니다 쓰레기가 굴러다니네 함
 
한번은 평소처럼 그렇게 하는데 그놈이 '콜라?' 하길래 '보석이 길바닥에 굴러다니네 보석이야 암' 하고 줏대없이 따라감
 
나 쉬운남자임 ㅋ
 
 
 
자주가는 매점 앞까지 갔는데 분위기 이상함 친구 용돌이들 다 모여있음
 
 
속으로 생각함 '아 ㅆ발 타임투사다리인가'
 
 
만나서 노가리까는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전표 모아놓고 몰빵이란걸 함
 
종목은 다양함 가위바위보부터 시작해 사다리타기 제비뽑기 뭐 이런거
 
시간 진짜 어어어엄청 많으면 휴대폰게임 '놈' 스테이지 깨기로 정하기도 함
 
(놈 아는사람 있으련가)
 
 
아무튼 꼴찌는 그날 삼중고임
 
모아놓은 전표 싹모아서 배달해줘야되고
 
왜이렇게 늦게왔냐며 사장이 키보드로 때리면 맞아야되고
 
결과적으로 그날 술도사야됨
 
 
 
 
 
 
근데그날 내가걸림 ㅋ
 
 
사장 바쁘다고 빨리오라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안돌아가는 머리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순욱문약이고 제갈량공명임 추행의 진을 펼쳐라
 
 
전화로 퀵기사 불러서 다 배달시키고 전표는 각자 매장에 쥐어주는걸로 어차피 건당 삼천원임 ㅋㅋㅋㅋ
 
 
용돌이들이 이새끼 뭔 개짓하나 싶어서 말리는데 난 짱구임 왜냐면 못말림 ㅋ
 
 
건당 삼천원씩 공출하려고 하니까 이건 반칙이라며 안준다고 함 애초에 내돈낸다고 한적 없었다 그러고
 
'xx형(그놈 사장)한테 너 라면집에 짱박혀있다고 연락하면 재미있겠다 되게' 하니까 그때서야 내줌
 
일이 생각보다 커지니 그래도 술은 사라고 멱살을 잡음
 
 
 
아무튼 술은 샀지만 그날 늦게들어가서 사장한테 키보드로 맞고 담배빵 당할뻔함
 
 
 
 
 
 
3. 군대
 
 
갓스무살 애들이 많다보니 군대가는 애들이 적지 않음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음
 
하루하루 사형선고 받는 기분으로 영장이 언제 날아오나 무서워하던 차에
 
나랑 제일 친했던 용돌이가 영장을 받았다고 함 근데 그거 오늘 확인했다고 ㅋㅋ
 
입대가 언제냐고 물었는데 다음주 화요일이라고 함 근데 오늘 수요일 ㅋㅋㅋㅋ
 
 
사회의 은총을 고맙게 여기지 아니하고 방탕하게 생활한 자신의 영혼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모니터를 나르던 그놈이
 
사장에게 다음주 화요일날 입대한다고 말했다고 함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고 함
 
'사장님 저 다음주 화요일날 입대합니다'
 
'너 그만둔다는 얘기를 뭐 그런식으로 하냐 월급이 적어?'
 
'그게 아니고 진짜 입대합니다'
 
'...진짜냐? 근데 그걸 왜몰랐어 지금까지?'
 
'영장을 오늘 봤거든요 엄마한테 전화와서'
 
'하 나 이 또 라 이 새 끼'
 
사장은 쌍욕을 한바가지 시전하고 정신머리 없다며 너 나가면 누가 일하냐고 샤우팅을 내지른뒤 쫒아냈는데
 
후일담에 의하면 사장이 입대전날 술쳐먹지 말고 입대 전전날 술쳐먹으라고 입대전날 먹으면 보충대에서 숙취에 시달리는 수가 있다고
 
아무튼 술이나 쳐먹으라고 월급외에 삼십만원을 더 줬다고 함
 
그때당시 우리매장 사장말에 의하면 울면서 손을 붙잡았다고 하는데 그건 확인되지 않은 야사이므로 이 역사서에서 언급을 금함
 
 
 
 
 
4. 밥
 
 
기본적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일이라 밥 진짜 중요함
 
고기반찬 있어야됨 하다못해 국이라도 고기가 떠다녀야됨
 
식돌이들(용산 내 외에 상주하는 용산매장 배달원을 얕잡아 부르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 주 - 동 : 용팔이 용돌이)은
 
몇집씩 배달해야 하는 탓에 항상 철판위에 주문한 음식들 가득 담아 어깨에 황룡사지 9층목탑을 만들고다님
 
가끔 엎어져서 매장테러하는 경우도 있음
 
아무튼 식돌이들이랑 친해지는것도 굉장히 중요한 도전과제임
 
왜냐면 얘네들 프라이드가 장난아님 당시에 식돌이 시급이 팔천원이였음 (지금 내 연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그정도 됨 대단한놈들)
 
불가촉천민같은 용돌이들 하찮은 칠십만원 받고 우리식당 밥을 시켜먹다니 하는 태도로 일관하지만
 
(이거 사장이 사는거다 바보들아)
 
한번 친해지면 메인반찬이 두배로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음 모두가 먹고도 두광주리가 남음 진짜임
 
 
반대로 식돌이와 싸우게 되면 그매장은 안시키는게 좋음 실제로 원한을 품은 식돌이가 그 매장 배달갈때 일부러 반찬 한두개 빼는것도 봄
 
근데 그정도는 양반이고 얘네들하고 완력싸움 이런거 하면 안됨 얘네들은 기본적으로 어깨에 황룡사지 목탑을 만들어다니는 애들이라
 
팔힘이 장난이 아님 물론 우리도 빠지지는 않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특전사급이라면 걔네들은 크리그연대 보병임 하찮은 지구생명체가 초토화된 행성에서 살아남은 외계인 전문 학살집단을
 
이길수는 없잖음ㅋㅋ
 
하지만 쟤네들도 우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 악어와 악어새같은 느낌으로 공존함
 
물론 우리가 악어새임 ㅋ
 
 
 
 
 
 
 
 
 
 
 
 
하 진짜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네요
 
간만에 휴무라 쉬고있는데 벌써 일한느낌임 아직 말할게 많은데 아쉽네여
 
간만에 신나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린듯...
 
물론 저중 연락되는 인간은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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