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앉아 조는데 누군가 쪽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흔하다면 흔한 '장애가 어떻고 하니 좀 도와주십셔'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잠시 후에 맹인용 지팡이를 짚은 아저씨 하나가 들어와서 일어난 일이다... 가운데 통로를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오던 맹인용 지팡이 아저씨가 무엇을 했냐면...
열심히 쪽지 돌리고 있는 사람을 툭툭 치더니 여기서 이러면 안되느니 서로 구역이 있느니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맹인인양 어디에 촛점도 안맞추고 있다가 한걸음 쪽지남자 쪽으로 내딛으며 팔을 뻗어 툭툭 치는 순간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은 황당....
지하철 맹인들은 나갈때 돈세면서 나간다는 소문을 실제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아... 이건 팁이라면 팁인데 맹인도 시계는 찬다고 한다. 시간이 알고 싶을 때 자신의 시계를 내밀며 지금 몇시인지 봐달라고 한다고....
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구걸하는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일체의 관심도 두지 않는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하루하루 먹을것 걱정하면서 살았어도 남에게 손 안벌리고 살아온 우리 부모님과 모시고 산다고 아무리 오시라고 해도 이게 편하다며 여든이 다 되어 가심에도 아직도 비닐하우스에서 밭일을 하면서 당신 본인의 힘으로 살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 그분들을 보면 구걸따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추해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