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에서 뒹굴뒹굴거리기만 한다. 가끔 모임이 있으면 나가는게 전부다. 다른 사람들은 뭐하네 뭐하네 다들 바쁜데, 할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바쁜데, 나는 여유가 넘친다. 할일이 없다. 지금까지 이러진 않았는데 이번에 계절학기를 듣지 않으니 심하다. 이게 잘못된걸까 그래 너무 바쁜건 안좋지만 조금은 부지런히 살아가는게 좋은거같아. 다른 사람들이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물을때면 할말이 없다. 쥐구멍으로 숨고싶다. 언제부턴가 정신이 망가지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듣기만 할뿐 말이 없다. 왜이리 말이 없냐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듣는다. 말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말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그러다보니 나는 말이 없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원래 그렇지는 않아 내가 지금 정신이 좀 피폐해서 그래라며 자기위로를 해보지만 지금 나의 모습이 점점 내 원래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단순히 말이 없는게 아니고 그냥 매사에 의욕이 없는 느낌이다. 무력한 느낌이다. 한창 팔팔할 나이라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력한 느낌일까. 소개팅도 말이없어서 겁이나서 안나간다. 여자친구도 없다. 왜 이렇게 정신이 피폐해졌는가 생각해보면 내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만들어놓긴 했다. 과거의 사건. 하지만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겠지 정말 치사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더욱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머나먼 과거가 되어가면서 이젠 변명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몸도 마음도 기운이 없다. 뒹굴뒹굴거리는 것은 나쁘다. 왜?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쁘니까? 왜 여유롭게 먹고 자는 것이 나쁠까. 돈이 안되니까 그래 돈이 안되니까.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으니까. 돈이 부족하지는 않아야 행복할 수 있으니까? 먹고 살수만 있으면 돈과 행복은 무관한 것이 이상적인 것 같은데도, 내가 지켜보는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못사는 집안은 아닌데도, 돈 때문에 집안이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꿈이 뭐냐 물으면 어렸을 때는 이것 저것 거창한 꿈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충분히 벌어야 하는 것 같아 보이므로 돈을 충분히 버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일까 요즘 그런것이 궁금하다. 행복. 지금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행복일까? 나? 타인? 모두? 모두의 행복의 총합이 큰 것이 좋은 것일까? 나란건 뭐야 뇌세포들의 화학반응이 뇌의 활동이라면 나는 그냥 화학반응의 집합뿐일까. 내가 자유의지라고 생각하는건 모두 착각일 뿐일까? 요즘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뇌과학이나 철학등에 관심이 생긴다. 이제 대학생활의 중반을 넘고있는데 이제서야 이런 고민에 빠지는 것은 너무 늦은듯싶다. 이제 삶의 향로를 결정할 시기니까. 항상 타인은 멋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대개는 그렇다. 찬찬히 뜯어보면 별것이 없는데도 그사람은 멋있고 나는 초라하다. 그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그 사람은 자기가 너무 초라하댄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내가 그 사람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그 사람이 자기를 빵빵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인가, 나도 포장을 해야하는 것일까. 대학 초반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대학도 좋은 대학에 왔고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결여되니 허했다. 내가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할까. 부모님의 기대. 부모님의 행복. 그리고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단지 그것. 행복의 요소는 돈뿐만이 아닌데 공부만 하는 것은 돈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내 자신의 내면을 채워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물론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아니되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만 이런 것일까. 괜히 술먹고 들어와서 이런 곳에 글이나 끄적인다. 밤이 깊었는데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은 활력이 넘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횡설수설했을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밤이 깊었는데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도 좋은일만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