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선수 아버지에게 간 이식 "야구가 싫어졌어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꿈을 접은 어린 야구선수의 눈물겨운 사연이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고 야구선수인 정철중군(18)은 지난달 26일 서울대병원에서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 정재만씨(45)에게 자신의 간을 65%가량 떼어주는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자신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정군은 대구고 2학년이던 지난해 가을 부모님 앞에서 갑자기 "야구에 싫증이 느껴졌다"며 투정을 부렸다. 프로야구 스타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데다 한창 야구에 재미를 붙일 무렵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느닷없는 야구 포기 선언에 어머니 백영미씨(44)는 당황했다. 그러나 아들의 눈물겨운 속뜻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 정씨는 야구 명문인 충암고와 건국대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은퇴 후 대구고에 이어 현재 경북중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히 정군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에 입문했고, 부자는 99∼2001년 경북중에서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씨는 10여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고 있었지만 코치 생활은 물론이고 아들과 야구 얘기로 꽃피우며 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정씨가 10여년간 통원치료 중이던 대구 현대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들은 것은 지난해 11월. 생명에 지장이 있을지 모르니 큰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정씨 자신은 더 이상 야구에 대한 미련이 없었지만 이승엽과 같은 대스타를 꿈꾸는 아들의 마지막 꿈을 접게 할 수는 없었다. 장기 기증의사를 밝힌 경북중 제자와 친지들이 줄을 이었지만 운명의 장난은 얄궂었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강행한 정군의 장기가 유일하게 맞았던 것. 정군의 효행을 전해들은 대구고 박태호 감독은 "포수도 보고 외야도 볼 수 있는 성실한 선수였는데…"라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없는 야구는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지난 7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정군은 원주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요양 중이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정씨는 병세가 좋아져 무균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