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불명확한 노랫말은 바다 같은 것
어디서부터 아까 수평선이었는지 알 듯 모르게 경계 허문 입술과 혀를 따라 멋대로 출렁이는 작곡들
밀려오는 물결 속 까만 음표처럼 헤엄치는 외로운 고래 한 마리의 낮은 속삭임, 저주파를 건져낸 아리아
뼈 없는 물은 항상 변하리란 세월의 흐름 탓에 행궈져 간 뇌세포가 엉뚱한 가사를 읊조린다
저 하늘의 별을 다 세기 전까지 아침이 안 올 수만 있다면 도대체 어찌할까 덧난 몽상에 반한 이 밤,
바다 같은 노래로 휩싸인 난
나의 유리 빈 병에 돛을 단 오브제를 건조하오.
한때 투명함이 가득 찼었던 이 유리 빈 병.
바로 그 유리, 그 망막에 넘치도록 차올랐던 세상의 가장 슬픈 투명함은
무엇도 내 소유가 분간 안 되도록 무기력하게 굴절시킨 개 같은 눈물비였다네.
희망과 그나마 가까운 말미의 윤곽조차 녹여 내리던 그 투명함, 그 눈물을 원 없이 게워지고서야
두려운 게 사라졌고 모든 girl 잃었으니 약점도 없어지던 엎질러진 내장 속에서 만신창이지만 자유로왔다.
한 조각 꿈꾸던 구름이 부서지는 삶일지라도
순간은 가을 하늘처럼 텅 빈 채로 완성돼 갖지 않는 것의 편함을 누렸다.
그런 가을 하늘 담은,
그리하여 겨우 맑아진 이 유리 빈 병에
보고 느껴온 지난날의 피투성이 살점들 회상으로 엮어 배를 띄운다.
별 개수만큼의 추억 섬들 헤아리며 파도가 겹친 눈에 차오른 부디 마지막 눈물 망원경은 반짝이는 먼 곳 너머 심연을 항해자처럼 응시하죠.
남몰래 흐르는 바다의 노랫말은 잊고픈 슬픈 날의 반영이리라
돛을 단 오브제여.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유랑을 하렴.
새로운 아침이 되면 감춰지는 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