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 첫걸음" "2년마다 해고 우려"
[중앙일보 2006-12-01 06:28]
[중앙일보 김기찬.강정현 기자] 2년 계약으로 직장에 다니는 A씨. 그는 항상 불안하다. 계약기간이 끝나 회사에서 그만두라면 그날로 실직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30일 국회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통과로 A씨는 불안감을 다소나마 덜게 됐다. A씨는 내년 7월 1일 이후 재계약을 하고 같은 직장을 2년간 별 탈 없이 다니면 그 이후에는 해고 걱정 없이 회사에 다닐 수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일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5년여간 계속된 비정규직 보호법안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노동계 추산 850만 명, 정부 추산 548만 명)의 권익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 "사회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비정규직 근로자는 외환위기 이후 매년 80만 명씩 늘어났다. 특히 2001년 180만명이던 기간제 근로자는 2005년 548만 명으로 늘었다. 대기업이 해고도 쉽고, 임금도 싼 비정규직 채용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119만8000원)은 정규직(190만8000원)의 60% 수준에 그치고, 직업훈련 기회를 받지 못하는 등 심한 차별을 받아왔다. 김인곤 노동부 비정규대책팀장은 "보호법안이 만들어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행 과정을 지켜본 뒤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면 노사 간 협의를 거쳐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고용 안정 길 트여=비정규직 보호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처럼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사용자의 뜻에 따라 계속 일할 수도 있고, 해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법으로 고용의 한계가 명확히 설정됐다.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한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고용 기간은 최대 2년이다. 2년이 지나면 해당 근로자와 사측이 별도의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아도 무기한 근로계약을 한 것으로 간주돼 계속 같은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고용 불안이 없어지는 만큼 사실상 정규직화되는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불법 파견도 줄어들 전망이다. 불법 파견으로 판정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이 적발되면 그때마다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계약기간을 딱 2년으로 한 뒤 해고할 경우 정규직화의 길은 사라진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재계는 "2년마다 사람을 교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2년마다 새 사람을 들여 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생산성이 줄고 결국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차별 줄인다=임금이나 근로조건은 정규직에 근접한 수준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법은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등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 차별을 금지'하도록 정했다. 따라서 작업환경이나 노동 강도가 같으면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 강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차별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노동위원회에 제소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차별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노동위원회에 사용자가 이 안건으로 제소당하면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을 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사용자가 물어야 한다.
김기찬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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