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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처음으로 들려보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266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H7
추천 : 3
조회수 : 15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7/11/18 00:06:25
수능을 졸라 못봤습니다...
언어영역은 원래 못해서 못봐도 상관 없다 생각했습니다
수리는 정말 자신있었어요. 제가 딴 건 다 못해도 수리랑 물리는 정말 자신있었는데...
수리 풀 때부터 재수생각이 막 나더군요
수리 가형 쉬웠대는데 왤케 푸는게 무서웠는지... 너무 쫄앗나봐요
거기서부터 무너졌습니다...ㅜㅠ 영어도 못보고 과탐볼땐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수능 끝나고 저녁 때 채점하고서 망연자실해가지고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ㅠㅠ
부모님 주무실 때 까지 기다리다가 들어갔습니다.어제도 부모님 출근하실 때 까지 기다렸다가 학교에 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얼굴 보는게 너무나 죄송스럽고 불편하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는 느낌이었어요 방에 쳐박혀 혼자 있으니까 정말 우울하고 자살하고싶은...
그래서 같이 못 본 친구들이랑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늦게 들어갔는데 아버지께서 안 주무시고 계시더라고요.
방에 그냥 들어가려는데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저는 엄청 혼날 줄 알았습니다. 뭐 어차피 막장이니 집나가볼까 막 이런 생각도 했는데
저 18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 열심히 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못 나왔으면 어쩔 것이냐.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라. 수능 못 봤다고 인생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 인생은 길고 수능은 매년마다 있다. 네가 너 가고싶은 대학에 못가고 더 떨어진 대학 다니게 되면 그냥 다니던가 아니면 휴학을 하고 반수를 하던가 그냥 재수를 하던가 뭐 아무 상관 없잖아. 그리고 고3 때 노력한 것만 기억하면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일에 부딪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게 중요한거야.

얘기 계속 듣고 있으니까 막 눈물이 나더군요... ㅎ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돌리고 들었습니다. 맘에도 들지 않는 아들을 뭐 그리 배려하시는지... 차라리 재수 하라고 왜 못봤냐고 화내시지... 왤케 슬픈지 ㅜㅠ

수능 잘 보라고 받은 30만원 옷사려고 했는데 가족을 위해 쓸 생각입니다. 시험도 못 본 아들 걱정하고 기도하느라 괜히 맘 고생 하신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동생 친척들에게 모두 선물 사드려야겠어요. 그리고 저에게 응원 해주신 오유인들께 뒤늦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처럼 수능 못 보신 분들 기죽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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