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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스승
게시물ID : readers_267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2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2 03: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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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숨구멍이 한 개 더 있던 땐

구수하던 동네 빵집의 크로켓을 사 먹는 거였다.

하루 오백 원 두 개만 있다면

내일도 내일 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방학 안에

무진장 즐거웠는데, 지금은

장애인 주차 칸이 돼

버린 곳에서.

버릴까 싶은.


배운 대로 세 글자 이내 적는 거였다.

뭘 적던 아무도 혀를 차지 않았다.

또한, 아무도 격려 주지 않았다.

검은 건 머리뿐

명암 아주 없던 

크레파스 칠이었으니.


맑은 물에 흰 구름만 같던 별곡과

미성년 날 취한 듯 슬프게 한 동동주와

칠석의 청포도와

불멸이 된 시인들의 생생한 환술에, 난

좀 더 성장했을 땐
뭐든 人ㅏ람 인 자가 끄트머릴 두둔한 직업들 속에서

오직 설렌 말, 시인으로서

영생을 꿈꾸었다.


그리고 몸만 어른이 된 모든 성징이 끝났을 땐

그저 발악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되려 발악하고 싶지 않았다.


꿈은 차츰 형이상학이 돼서

이뤄지는 왕도가 안 보였다.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위해 완성된 순간, 깨닫는다.

나는 죽은 사람들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어린 그 녀석 역시 버릴까 싶은 때 두고 올 것을.


순수와 영원의 멸렬 속에서

나는 웃고 있고

가면을 쓴 채로 운다.

바람의 속삭임은

죽음의 향기가 번진다.

꿈으로 산다는 게 아니라

꿈 때문에 고통을 배웠다.

그만하자, 꿈이 날 망가지게 두지 말고

차라리 내가 포기하자.


이뤄질 수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닐지라고 믿고 살아간다.

유통 기한이 영원인 크로켓은. 

내 꿈의 이데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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