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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던 동네 빵집의 크로켓을 사 먹는 거였다.
하루 오백 원 두 개만 있다면
내일도 내일 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방학 안에
무진장 즐거웠는데, 지금은
장애인 주차 칸이 돼
버린 곳에서.
버릴까 싶은.
배운 대로 세 글자 이내 적는 거였다.
뭘 적던 아무도 혀를 차지 않았다.
또한, 아무도 격려 주지 않았다.
검은 건 머리뿐
명암 아주 없던
크레파스 칠이었으니.
맑은 물에 흰 구름만 같던 별곡과
미성년 날 취한 듯 슬프게 한 동동주와
칠석의 청포도와
불멸이 된 시인들의 생생한 환술에, 난
오직 설렌 말, 시인으로서
영생을 꿈꾸었다.
그리고 몸만 어른이 된 모든 성징이 끝났을 땐
그저 발악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되려 발악하고 싶지 않았다.
꿈은 차츰 형이상학이 돼서
이뤄지는 왕도가 안 보였다.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위해 완성된 순간, 깨닫는다.
나는 죽은 사람들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어린 그 녀석 역시 버릴까 싶은 때 두고 올 것을.
순수와 영원의 멸렬 속에서
나는 웃고 있고
가면을 쓴 채로 운다.
바람의 속삭임은
죽음의 향기가 번진다.
꿈으로 산다는 게 아니라
꿈 때문에 고통을 배웠다.
그만하자, 꿈이 날 망가지게 두지 말고
차라리 내가 포기하자.
이뤄질 수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닐지라고 믿고 살아간다.
유통 기한이 영원인 크로켓은.
내 꿈의 이데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