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도깨비의 모습
게시물ID : animation_2672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씀폭발
추천 : 5
조회수 : 28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10 22:54:07

안녕하세요.
국문과 출신의 오유징어입니다.

최근 도깨비 만화가 유행하여, 기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깨비 하면 일본의 오니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는데,
오유에 올라오는 만화들은 오니의 모습이 없어 기뻤습니다.


c0060635_4702504a4d727.jpg


최근엔 어떤 이론이나 논문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논문을 쓰던 때만 해도 김종대 교수의 이론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기존 학자들이 중국의 독각귀나 일본의 오니, 나무신 등에서 도깨비의 원형을 찾을 때.
김종대 교수는 우리나라 원형의 도깨비 모습을 찾아냅니다.

관심 있으신 분께는 <저기 도깨비가 간다>,  <도깨비를 둘러싼 민간신앙과 설화>를 
추천드립니다. 논문을 읽게 쉽게 정리한 책입니다.



도깨비1.jpg

도깨비의 모습이 뒤섞이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학교에서 자기 나라의 설화를 
마치 조선의 설화인 양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혹부리 영감입니다. 일본에 거의 똑같은 형태의 설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형태의 설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는 장승이 도깨비역할을 하며 혹과 금은보화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오래되서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네요. 장승아래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부분만 
일치할 뿐, 거의 다른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는, 초기 학자들의 연구행태입니다.
기존에 있던 것에 빗대어서만 설명하려 했던 사조가 도깨비 이야기의 왜곡을 가속화했습니다.
본래 논문이란 것이, 기존의 학설들을 바탕으로 부족한 이론을 보완하거나,
틀린 이론을 정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라 학계의 역사가 쌓였을 때 이야기고,
초창기라면 좀 더 공격적으로 연구해도 괜찮았을 텐데 너무 소극적인 형태의
연구만 진행됐다고 봅니다. 양주동 박사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며 
정작 양주동 박사같은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지요.

그리고 학자들이 설화나 고전에서 이야기의 원형을 찾는 일은 흔한 것이지만
대표적인 논문들이 다 거기서만 끝나버리니 오히려 원형을 가리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5.jpg


실제 설화에서 묘사된 도깨비의 모습은
위 그림처럼 털이 숭숭 난 '덥석부리 장한'입니다.
수염이 무성하고 눈섭이 진하며, 몸에도 털이 많은 모습입니다.
또한 씨름과 고기(주로 개고기)를 좋아하며,
밤중에 산이나 숲의 덤불에서 나타나 씨름시합을 하자고 합니다.

머리에 뿔은 없고,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이 간혹 설화에 나오나,
오니처럼 망치에 전능함이 부여되진 않습니다.

약점은 주로 동물의 피(닭이나 돼지, 말)이며 팥을 싫어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매일 씨름시합을 하다가 스님이나 도사가 도깨비임을 알려주어 
피로 물리치거나, 도깨비의 힘을 이용해 돈을 벌거나, 도깨비의 힘으로도 감당 안되는
것으로 내기를 해(땅을 움직인다던가) 지치게 만든 후 쫓아내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형태가 거친 남자의 모습이다보니 
과부와 관련된 야한 이야기도 많다고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도깨비를 물리치거나 이용하는 내용이 많지만,
실제 제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는 도깨비를 따라가면 죽는다고 하여
굉장히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로 변하는 것은, 일본 쪽에 비슷한 설화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설화에도 반복된 내용이므로 충분히 한국 도깨비의 성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1141757458.jpg

여기서부턴 제 사견인데,
위의 모습이 가장 한국적인 도깨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선시대의 도깨비라고 생각합니다.

고려시대와 그 전 시대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것이고
모습과 성격도 달랐을 것입니다.
바닷가에서 보이는 신에 가까운 도깨비와 원형이 아주  오래된 설화 등을 보면 
좀 더 신에 가까운 도깨비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화를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도깨비를 원하시는 분들은
얼마든지 모습을 변형하고 성격을 바꾸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마도 현재의 도깨비가 될 테니까요.

다만 타국의, 특히 일본 오니의 모습을 따오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위에서 학자들을 욕하긴 했지만, 김종대 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올바른 도깨비의 모습을 되찾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애니게 여러분의 도깨비만화에 드디어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기쁜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풀어 봤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살짝' 지적해 주세요.(유리멘탈이라 ㅜ.ㅜ)


결론 - 도깨비 만화 흥해라!!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