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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덧없이만 아름다운 벚꽃에 취해
그 휘날린 몽땅을 평생 미련한 짐승이기보다
봄비로 번져 가던
오색 빛 틔우는 봉오리들의 축제 속에서
노란 햇살 닮은
한 마리 나비 그리고 요정처럼 노니는
그런 글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소.
그렇게 낙천적으로 보인다면
가면극일 것이며
사실 난 창백한 고독밖에 모르니.
2.
남들 피서의 동향을 벌레 같이 곤두선 더듬이로 시샘키보다
하복이 설레던 시큼한 학창 시절처럼
그런 노랫말을 적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소
기뻐 보인다면
죽어서도 즐겁게 안 산 죄가 있지 싶어
웃음소릴 가장한 신음 샌 거며
그 힘든 억지로 버틸 때
어서 종막만 기다린 가면극일 것이며
나는 조명 꺼진 고독밖에 모른다.
3.
빛바랜 옷의 쓸쓸한 뒷모습보다
흉물로 터진 홍시 같은 그리움보다
불꽃처럼 저물던 모든 게
들판 더 넘어 보이기 위한 희생이란 걸
성숙한 수확 철을,
관하여 적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소.
기뻐 보인다면 가면극일 것이며
아직 평생 고독밖에 모른다.
텅 비어서야 장애 한 점 없는 저
가을 하늘이고픈 육신만
낙엽처럼 생사가 흔들릴 테니.
4.
가슴 문지른 추위 탓만 할 닫은 창문보다
하얗게 세력 펼치던 죽음에 맞서
작은 연탄 같을지라도
관하여 적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소.
기뻐 보인다면
광대를 박제한 가면극일 것이며
지병 같던 고독밖에 모른다.
하얀 계절은 각혈만 선명해지니.
5.
사철이 고독으로 꽉 차 있는
이다지 어리석던 젊은 나날을 경멸코자
나는 날 향한 복수심으로
다섯 번째 계절로 꿈꾸어지는 중년의 남자까지
살 수 있다면 가소롭게 회상하리라.
그 병신새 끼 눈물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여
지옥마저 초대 안 줘서 차마 살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