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대중 음악가에게 기독교인들이 몰려와 사탄의 하수인이라 저주를 퍼붓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음악과 행실을 참으로 성실하게 분석하려 든다면, 그들은 기실 그의 팬들보다 열렬한 추종자일 것이며. 악마라는 단어와 얽히는 순간, 그는 이미 락스타다.
깜장 레쟈 잠바와 스뎅 사슬에 구불구불 긴 빠마머리가 아니어도 락스타가 그 간지를 만방에 떨치는 신묘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공연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하나님을 외치는 기독신도들의 모습이며, 이와 같이 쫌 있어 보이는 오브제는 락커에게 있어 신이 주신 은총이며, 아직 대중적 영향력이 미비한 재야의 락스타 지망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무릇 사탄이란 이름은 락스타에게 명예수훈장과 같은 것.
서태지가 악마라는 훈장을 단 것도 그가 멤버들에게 굳이 기타와 드럼을 맡긴 3집 부터이며, 이는 락밴드로 별 재미 못 봤으나 (안감독님 락, 락이 하고 싶어요)를 남몰래 고백하는 서태지에게 주 여호와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은혜였다. 우연히 백마스킹 했더니 피가 모자라더라. 당신은 일찌기 이와 같이 한 락커에게 쏟아진 신은 은총을 본 일이 있는가? 야, 이 땅에선 니가 오스본 하고 멘슨 해라. 이거 아닌가?
얼마전, 김두식 교수가 창비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기독교신자이기에 신해철의 노래를 듣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걸 듣고 난 참 은혜로왔다. 주께선 우리 해철이 형아도 이렇게 락커로 사랑해 주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