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즘 찜질방에서 담요를 판다. 이쌤들 정말 머리좋다 ㅋㅋ 그러고보니 그 뒤로는 바닥도 좀 덜 뜨거운 듯 ㅋㅋ 뻔히 보이는 상술에 피식 웃으며 1000원 주고 담요를 사서 자리에 누웠다.
근데 옆자리에 아주머니랑 간난애기가 누워있다 근데 이불은 없다. 간난애기 춥지 않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불없이 자고 있긴 하지만... 엄마는 그렇다쳐도 애기는 새벽에 추울텐데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불 하나 사드릴까.... 아냐 이건 오바야!! 더우니까 그런거겠지..... 놔둬... 근데 애기는 덮어 줘야 하는거 아닌가 먼가 좀 이상하다
담요 한장 사드릴까. 하지만 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담요를 사오는 그 어색한 나의 오버질을 떠올려본다. 불필요한 친절에 어이없어하는 그 분의 반응도 막 상상이 된다. 오버질도 가끔 한번씩 해보자 안그러면 이번일은 후회할꺼 같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난 애기가 담요를 꼭 필요로 할거라 믿었다.
"저 아주머니. 제가 조금 있다 나갈껀데 담요 필요하세요?" 내가 생각해도 참 기분나쁘지 않게 말을 잘 지어냈다. 물론 난 이밤에 나갈수는 없다. ;;;; 쓰실거 아니세요라고 재차 물어보시길래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애기 덮어줘야겠다며 감사하다고 하셨다
찜질방에 들어갔다가 조금 뒤에 지나가다 보니 애기가 담요를 돌돌 말고 누워있다 흐뭇했다. 겨우 1000원이지만 잘했다 싶었다. 괜한 오버질이라고 그냥 넘어갔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애기가 밤새 추웠을테니까
그아주머니께 나간다고 했으니 근처에는 있을수 없고 구석진데 가서 누웠다. ㅋㅋ 저분 진짜 돈이 없어서 담요를 못산걸까..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담요를 건내면서 마주쳤던 눈빛에서 난 그분이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는걸 느꼈다. 남자에게도 직감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난 오버질을 한번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왜냐면 만에하나 그분이 정말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내 돈은 상당히 요긴하게 쓰일것이니까. 아니라면 웃음거리되는거지만. 다행히 여행경비로 지갑에 돈이 좀 있었다. 혹시 모를 비웃음을 각오하고 난 다시 그분께 갔다.
처음에는 돈얘기에 당황해 하셨다. 무슨 사채업자로 착각하셨나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도저히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후회할꺼 같아서 여쭤보는 거라고. 혹시 돈 필요하시다면 적은 돈이지만 이거 쓰시라고 그랬더니 그 분이 언뜻 보기에 눈시울이 붉어지시는듯해서 서둘러 드리고 그 자리를 떴다.
내 삶을 한번 돌아봤다. 나의 조그마한 배려가 상대에겐 수백배 절실한 무언가였던 적은 없었는지. 왜 그때마다 난 손을 내밀 용기가 안났던건지.... 필요한거 같다는 걸 느끼면서도 늘 머뭇거린다. 귀찮아서, 여유가 없어서, 오버쟁이가 되기 싫어서. 외국인이 길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무거운 짊을 든 할머니를 봐도, 추위에 떠는 사람을 보면서 따뜻한 차한잔 권할 마음에 여유가 없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제 여유없는 삶에 대해 많은 걸 느끼게 해주셔서. 그리고 손발이 오그라들것같아서 차마 이 말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