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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게시물ID : freeboard_267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반아이작
추천 : 3
조회수 : 17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7/11/21 15:01:57
그래..

그때..그 순간 내가 잠깐 정신을 놔버린거라고 밖에는 설명 할 길이 없었다.

아니 냉장고에 언제 사뒀는지 기억이 아련한 베지밀을 무심코 마셔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살짝 씹혔던거 같기도 하다..

요즘은 베지밀도 장까지 이 앙 물고 살아가라고 켑슐을 씌워둔거라 생각했는데..

유통기한 날짜가 꼭 누군가 급하게 지웠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두세번쯤 고쳐쓴것만 같았다.

어쩐지 가격이 격렬한 박애정신을 표하고 있더라니..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이런말이 있었다.

네가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결코 할 수없는 일이라 단정짓지 말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하기에 적당하다고 너 역시 그 일을 쉽사리 할 수 있다고 속단하지 말라..

이 말 그대로였다.

너무도 쉬워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들은 그 정도쯤은 집에서 종종 해결하는데 나라고 못할리 없다는 괜한 호기였을까..?

아니면..지나치게 큰 주방가위 탓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욕실 거울의 반사각이 문제였을까..?아니..욕실 조명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지금 내가 무엇을 탓한다 할 지라도 한가지 확실한건 돌이킬수 없다는거다.

허무했다..

허탈했다..

한 순간 실수로 이렇게까지 되어버리다니..

그래..정말 찰라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방가위의 차가우리만치 날카로운 은빛호선이 앞머리를 가르고..

거울속에 비친 당황에 가득차 커져버린 동공에 

서서히 공중을 흩뿌리는 한웅큼의 앞머리카락이 절규하듯 쏟아져내렸다.

그때부였을것이다..

사람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은 이미 멈출수가 없었고 조금만 더 다듬으면 조금만 더 다듬으면..이라고

스스로를 속여가며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멈췄어야 했다.




10분쯤..지났을까..?






거울 건너편 세상은 웰컴투 동막골이었다.

거울속 강원도 청년이 울고 나도 울고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는 내 앞머리도 울고..

전화기 너머 여자친구는 배를 잡고 웃어제끼느라 울었다..흐허흐허흐헣흐 ㅠㅠ

겨울에 삭발하면 많이 추울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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