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거에 부산에서 1년, 서울에서 1년간 휴대폰 판매직에 종사했습니다. 부산에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고 서울에서 새로운 매장에 입사해서 한때는 일개 점포의 점장까지 해 봤지요.
그런데 부산에서 장사를 하다가 서울에 와서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보니 정말 이해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의 휴대폰 판매자들은 고객에게 절대 본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명함에는 매장 연락처만 있고 본인 이름만 달랑 써서 고객께 드리고 말이죠. 개인 휴대폰으로 고객한테 계속 연락오는 거 짜증난다나? 부산에서 기본 소양을 닦고 온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고객 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요?
부산에서 얻은 노하우입니다만, 고객 연락처를 제 폰에 저장할 때
- 1301(개통연월) F240(옵지프로 모델명, 고객이 구매한 제품) 아무개(고객 성함)
이렇게 저장해 놓으면 기본적인 정보 파악도 되고, 혹시 각종 문의사항이나 클레임이 들어와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자기가 판매한 건이니 기본적인 사항 - 요금제, 부가서비스 등 - 은 얼추 기억하고 있을 거고요.
그리고 사실 고객 입장에서도, 문의사항이 생겨서 판매자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그 사람이 "어... 누구시더라..." 이러는 것보다는 "아~ 그때 남자친구 분이랑 같이 오셨던 분?" 하고 반응을 해 주면, '아,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는구나' 하는 인식이 생겨서 신뢰감이 높아지게 돼 있거든요.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인데, 한번은 부사관 한 분이 저한테 휴대폰을 해 가셨어요. 한 3개월 쯤 지났을 때 저한테 클레임 - 안내 사항을 잘못 이해하심 - 을 넣으려고 연락하셨더라고요. 굉장히 공격적인 느낌으로 전화를 하셨는데, "아, 그때 간부님? 기억합니다 ㅋㅋㅋ" 하면서 진행을 했더니 고객께서도 마음이 좀 누그러지시고, 안내 사항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설명을 드려서 잘 해결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여러 모로 편리한데, 서울에서는 다들 귀찮다, 성가시다는 이유로 절대 연락처는 안 주더군요. 사실 고객한테 연락이 오는 것도 길어야 3개월 남짓(각종 요금제, 부가서비스 유지 기간)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만 잘 응대해 드리면 되는데 말이죠.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매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는데, 예전에 그 사람한테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이 매장으로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약속이 제대로 안 지켜져서 화가 단단히 나셨네요? 그래서 당시 판매자한테 연락을 했더니, 그런 건 매장에 있는 사람(저)이 알아서 처리하지 왜 다른 데로 간 사람한테 그걸 얘기하냐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서는 기가 차서, 고객께 그 사람 연락처를 줘 버렸지요. 서울에서는 그런 일은 금기사항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저도 어지간하면 제 선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아니 솔직히 태도가 너무 어이없잖아요;; 그 사람 나중에 저한테 전화해서 엄청 뭐라고 하는데, 제가 오히려 화를 버럭 내고 끊어 버렸어요.
이런 태도가 나타나는 건 아무래도 프로 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 판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장사다보니, '빨리 목돈 모으고 손 털자' 하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닐까요? 그러니 장기적으로 고객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이, 그저 어쩌다 들어온 고객한테 최대한 비싸게 팔아치우려는 - 소위 '눈탱이'라 부르는 - 생각만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휴대폰 판매자가 소위 '폰팔이'라는 이름으로 멸시당하고, 양아치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건 알 수 없잖아요? 잠시 하려고 했던 일이 평생 직장이 되는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사회 생활을 하는 성인으로서 상대와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하면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밖에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분명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전직 업계 종사자로서,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연락처를 확실히 밝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 보시라고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