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현역입영통보와 함께 50사단 일반물자저장관리 특기로 입영을 했다. 첫째날은 그냥 멍하니 지나갔는데 둘째날도 뭐했는지 기억 안 날 정도로 훅 하고 지나갔는데 셋째날... B형 간염으로 인해 간수치가 다른 이들에 비해 낮은데도 국군대구병원으로 외진을 갔다.
수치가 62로 그렇게 염려 안 해도 될 수치였지만 정상 허용 수치가 40이라는 이유로 4급 판정 -ㅅ-;;;;;;; 야히... 규정이라지만 싸우자... 그냥 3급 주지 왜 4급 때리니...
어쨌든 그렇게 훈련소로 복귀했는데... 소대장님이 부르신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다 말씀드리니 "그럼 우리도 금요일이 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알겠는데...?" 라고 하시며 우선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귀가인지 잔류(?)인지 결정되는 넷째날, 금요일... 저녁에 생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소대장님이 부르신다... 들어가 보니 4급 판정으로 인한 귀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히려 소대장님께 위로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귀가사유 B형 간염 이라고 적힌 화면을 보니 고등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어느 날 헌혈차가 찾아왔다. 헌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헌혈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데 직원 분이 나를 스윽 보시더니 "학생은 불가능하겠는데...? 신장체중도 신장체중이지만... 간염이면..."
그 날 나는 어머니께 성질을 냈다. 왜 이런 몸을 줬냐고... 왜 헌혈도 할 수 없는, 술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 할 수 있는 게 제한된, 이런 몸을 줬냐고... 그 날 어머니의 표정은 아직도 가슴 속에 박혀 있다... 자신도 물려주고 싶어서 물려준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현 상황은 "내 아들은 B형 간염." 그것에 대해 원망하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 그 표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 때의 일과 어머니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아, 이번에 어쩌면... 어머니, 우실 지도 모르겠다..." 평생 한 번 가면 끝이라는 징병검사장을 B형 간염과 간 수치 관계로 세 번이나 가는 동안 혹시나 현역입영하고 싶다던 아들이 공익이나 면제 판정을 받을까봐 세번째 검사에서는 어머니가 함께 오셨다... 그리고 무사히 3급 현역판정을 받았는데... 그런데 지금 여기서 4급 판정을 받고 귀가조치... 우선 집에 연락은 되어 있는 상태... 그래서 현재 아버지께서 대구로 달려오고 계신다는 말을 소대장님께 전해들었다. 어쨌든 소대장님과 훈련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50사단 밖으로 나가니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괜찮다며 위로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차에 타니 그때까지 잘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간염이라는 녀석은 여기서도 내 발목을 붙잡는구나..." 라는 분한 생각과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걱정을 끼치는구나..." 라는 죄송한 생각이 겹쳤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바꿨다. "나, 현역 다시 간다... 간염 환자라도 군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난 반드시 현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