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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흉터가 짙고
손톱자국과 화상을 가렸고
병마와 장애, 핸디캡을 극복할 수 없고
상자 안 양 따위
그딴 동심 품기 전 어른이 돼야 했고
낭만에 목말라도 의지할 데 없고
목마르면 고인 구정물도 핥아야 됐고
아직도 그 날의 과거가 환청을 짖고
악몽 속에서 괴로운 장소를 짓고
사회가 침 뱉었고
동료가 널 뱉었고
주린 배를 털었고
뼈대 있는 앞담
정신이 탈탈 털렸고
사기당하고
끔찍한 사건에 연류 되고
억울함은 억 번도 울 심정이고
연민만 앞서 다 슬퍼 보이고
소중한 이의 아픔을 지켜봐야 했고
기도마저 저주를 담고
자제력 잃을 거 같고
생계 범죄와 타협했고
몸을 숨겨
어둠에 빠졌고
실제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의술 대신 상술로 병을 버티는 게 좃 같고
그런데도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무서워
쪽 팔려도 찬밥 안 가리고 견뎌야 했고
어버버 말을 잘 못 해
막힌 굴뚝처럼 하고 싶은 말 닫았고
답답하고
외국도 가고 싶고
바람도 쐬고 싶지만
단 하루도 노동 없이 노는 데 쓰면
현실적으로 생활비 감당치 못해
모든 감정이 차단된 듯
업무가 넘쳐 피로밖에 못 느끼고
항상 시간에 쫓겨
허우적거리는 게 일상이고
늘 비에 젖어 있고
비와 먹구름은
영화 매트릭스 기계 세상처럼 게운 적 없고
마치 타인은 로봇처럼 차갑고
난 나를 사랑하지만
재능이 주목받은 적 없고
날개를 펴 본 적 없고
새 보고 세상이 날지 말라 하고
괜찮지 싶었는데
점점 콤플렉스만 신경 쓰이고
한 두 군데씩 건강이 나빠지고
돈 문제 얽매여 있고
베푼 만큼 잃기에 남한테 관대하지 못하고
1년, 3년, 5년 뒤가 불안하고
안 좋은 예견은 언제나 적중했고
돌이켜봐도 이룬 게 없고
10년을, 20년을, 40년을, 평생을 참았고
나이 무색하게 실패한 인생은 고독으로 증명됐고
홀로 집을, 아니 그냥
숨 쉬는 공간을 지키고
점점 단절돼
귀차니즘 늘고
무료 뮤지컬라든지
보통 시민권 행사조차
그 혜택조차 받을 수 없게 되고, 왜냐면
단지 어디 나서기 초라해서고
삶의 질 평균도 아니니
그들만의 리그를
뉴스 속 평범한 인터뷰를
넋 놓고 부러워하고
사랑도
꿈도
사치란 말이 와 닿아
다시, 우울하고
흉터가 짙고
손톱자국과 화상을 가리고
병마와 장애, 핸디캡은 극복할 수 없고...
고통이 고통만을 낳고... 그래도
나름 살아볼 만해
그 눈을 감지 마.
어째서냐 묻는다면
진짜 진지하게
사실 별 해줄 말 없어
다만, 나약하다고 힐난하지 않을게
잘만 사는 사람은 한계를 경험하지 않은 거야, 안 그래?
딱 버틸 정도만 시련을 이긴 거뿐이니.
나의 친구, 혹은 연인,
어쩌면 아버지와 어머니뻘인 분이시여
스승과 은인이거나
자식 또는 핏줄,
한때 원수와 적일 수도 있겠죠
그렇게 다양한 정체라서
왜 삶까지 포기했는지
경우를 전부 알 수 없지만
자살률 1위 소식 들었을 때
재난 속에 묻히고
누군가 트라우마로 죽고
독거사, 크림빵 뺑소니 같은 비극이 있었을 때
그 사람들 다 바보같이 착했다고,
착한 놈보다 병신이 눈에 띄는 세상이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고
아픈 사연의 주인공들 기억할게.
so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