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지 몇달 안된 제 여자 친구는 노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반대로 저는 약간 공부하는 타입입니다.
제 여자친구가 남자를 후리고 다니거나 클럽 죽순이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 저기 빨빨빨(?) 돌아다니면서 정말 잘 놉니다ㅋㅋ 거의 집에 붙어있지를 않습니다. 집에 있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이런 면이 싫지는 않았으나 요새들어 전 그냥 이 친구가 노는 옵션 중에 하나뿐인가?라는 회의가 듭니다.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혹은 기타 다른 주제(윤리, 정치)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대화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만나면 그저 농담 따먹기하고 웃을 뿐입니다. 2. 항상 활동적인 것을 원합니다. 루틴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변 요건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아 만나면 좀 편히 쉬고 싶습니다. 물론 맨날 어딜 돌아다니면서 놀거나 이벤트를 하는 것을 '절대' 아니지만 엄청 원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충족 시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3. 자신의 친구와의 자리를 자꾸 마련하려고 합니다. 물론 마지못해 몇번 만나기는 했지만 대화도 안 통할 뿐더러 그 어색한 자리가 너무나 싫습니다.
위의 1,2,3중에서 1번은 저만의 문제이니 상관이 없지만 2,3번에서 자꾸 충돌이 생깁니다. 저는 2,3번을 해줄 물질적인 여유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습니다. (예컨데 여자 친구의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준다거나, 이벤트를 자주 열어준다거나, 교외로 소풍을 간다거나 하는 것들 말입니다.)
여자 친구는 이를 이해하고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2,3번을 충족시키려 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만남회수와 연락 회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와의 만남은 그 친구의 바쁜 생활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요새 들어 자꾸 '나는 여자친구가 노는 여러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 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저에 대한 여자친구의 애정과 신뢰를 의심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난 여자친구가 원하는 타입의 남자가 아닌 것 같다.'부터 시작해서 '정말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건가?'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