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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미네르바전.
게시물ID : bestofbest_268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냐Ω
추천 : 178
조회수 : 11410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1/13 18:21:1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1/13 02:35:14
ㅋㅋㅋㅋ ========================================== *이것은 패러디 문학입니다. 제발 잡아가지 말아주세요. *여기 나오는 사건, 이름, 배경은 실제 세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비슷하다고 해도 우연입니다. 제발 잡아가지 말아주세요. *저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공익을 해치거나 사회혼란을 유발하거나 사익을 꾀한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이건 패러디 문학입니다. 제발 잡아가지 말아주세요. 미네르바전(Minerva傳) 연대 : 2008년 말 작자 : 박대성 갈래 : 경제 소설, 공상 패러디 소설, 풍자 소설 문체 : 역어체, 산문체 표현 : 대화를 통한 사건 전개, 냉소적 현실 풍자 배경 : 시간은 21세기 초반(이명박 대통령 때) 공간은 서울 중심의 한반도 전역 갈등 : 개인과 사회 관점 :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취약한 경제 구조를 비판적으로 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사상 : 스태그플레이션 중심의 금융위기 사상 구성 : 미완의 결말 구조로 일대기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음. 제재 : 선비의 이인(異人)적 삶 주제 : 현 정권의 무능 비판과 새로운 삶의 각성 및 실천 촉구 가치 : 경제학 사상으로 당시 사회의 모순을 풍자·비판하고, 시민의식을 고취한 공상 패러디 문학 발단 : 인물이 등장하고, 배경이 제시되며, 실생활을 등한시하는 히키코모리 미네르바와 작가의 대리인인 미네르바의 여동생이 제기한 문제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미네르바는 창천동(滄川洞)에 살았다. 곧장 연세대(延世大)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이십여평 빌라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경제학 글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여동생이 남의 유치원생들을 가르쳐서 집세를 냈다. 하루는 여동생이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평생 고시(考詩)를 보지 않으니, 책을 읽어 무엇해요?" 미네르바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거시경제학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단다." "그럼 초고속 인터넷 설치라도 못 하시나요?" "단순 서비스업에 불과하니 어떻게 하겠니?" "그럼 배웠던 건축 공사라도 못 하시나요?" "월급을 제때 주지 않으니 어떻게 하겠니?" 여동생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책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니?'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예요? 컴퓨터도 못 한다, 공사 일도 못 한다면, 주식이라도 못 하시나요?" 미네르바는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경제학 공부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미네르바는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종로(鍾路)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총수요?" 강만수(姜萬洙)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미네르바는 곧 강씨의 집을 찾아갔다. 미네르바는 강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한국에 찾아올 경제위기에 대해 조언해 주려고 하니, 한 시간만 내 주시기 바랍니다." 강씨는 교양있는 목소리로 "꺼지시오." 하고 당장 경비원을 불렀다. 미네르바는 분하다는 표시도 없이 가버렸다. 강씨 집의 식구들과 부하 직원들이 미네르바를 보니 건장한 청년이었다.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미네르바가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강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나에게 경제정책을 이야기하러 오는 사람은 고급차와 정장 차림을 가지런하게 갖추며, 경제학 박사학위가 있다고 대단히 선전하고, 무슨 무슨 경제연구소에서 일했음을 자랑하면서도 깍듯하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그런데 저 객은 청바지의 무릎이 낡아 너덜너덜하고, 운동화의 옆이 해졌으며, 목 늘어진 티에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말이 하찮은 이야기임이 분명하매, 기획재정부의 장관이자 천하제일 서울법대를 졸업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무엇하겠느냐?" 미네르바는 강씨에게 모욕당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노트북을 켜 아고라(Agora)에 들어갔다. 아고라는 전국의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정치, 경제, 사회의 토론장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9월 위기설과 서브프라임 사태 등속의 분석을 모조리 내놓았다. 미네르바가 정부 정책을 신랄한 어조로 낱낱이 비판했기 때문에 9월이 되자 온 나라가 미네르바 이야기로 떠들석한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아고라를 무시해왔던 조중동도 미네르바의 글을 경제면에 큼지막하게 싣게 되었다. 미네르바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만들고, 세계 7대 강국에 진입한다더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스태그플레이션과 환율 1400원을 소재로 제 2의 IMF(國際通貨基金)을 예언하며 말했다. "몇 달 지나면 주가가 500으로 떨어질 것이다." 미네르바가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강만수가 경제 위기를 선언했다. 08년 11월, 정보기관에서 대중 매체에 신상을 밝혔다. "미네르바는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50대 증권맨" 미네르바가 말했다. "이것은 펜을 꺾으라는 말이로군요. 9월을 시작으로 줄곧 6개월 동안을 흘러가서 '노란 토끼'가 시작되지요. 아마 이게 뭔 말인지는 내년 꽃 피는 봄이 되어야 알 겁니다. 노란 토끼에 대해서 말하면 외국으로 도망쳐야 합니다. 다들 몸 조십하십시오." 정부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절필한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미네르바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이 때, 뱅커스클럽에 기획재정부 직원들과 7개 시중 은행 자금관리부서 간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국제금융국장이 2시간동안 설득하여 달러 매입을 자제시켰으나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은행 간부들도 감히 달러를 매입할 수 없어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미네르바가 3일 동안 달러 매입을 분석한 결과 글을 올렸다.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 1보" "2008년 12월 29일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 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중요 세부 사항은 각 회사별 자금 관리 운용팀에 문의 바람." "세부적인 스팩은 법적 문제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음. 단 한시적인 기간 내의 정부 업무 명령인 것으로 제한한다"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며 토론했다. "정말로 이런 공문을 보냈다면 무엇 때문에 미네르바님이 알 수 있었다는 것이오?" "정말 그렇다면, 미네르바님의 입을 막고, 거짓이라고 둘러대고, 오해였다고 말하고 지내려 하지 않겠는가? 그럼 거짓말을 한다는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한나라당에는 경상도의 지지(支持)가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정권을 빼앗길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그러지 않겠소? 다만 국민이 무서워 못할 뿐이지요." 미네르바는 침울해하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애들이 자꾸 잡혀 가네 어쩌네 하는데... 솔직히 난 왜 잡혀 가야 하는 건지도 이해를 못하겠다. 납득을 하면 덜 괴로울 수도 있는데. 왜 내가 잡혀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다. 닭을 보이는 그대로 닭이라고 하고, 고양이를 보이는 그대로 고양이라고 하는데 왜 닭을 치킨이나 비둘기라고 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될 뿐이다." 1월 7일, 형사들이 지프를 타고 자택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미네르바가 혼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미네르바를 포박했다. "오직 제 생각대로 썼을 뿐이옵니다." "너, 공고에 전문대 출신이면서 무슨 경제예측을 하겠느냐? 인제 네가 증명(證明)해 내려고 해도,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를 기다릴 것이니, 45분 후에 2009년 경제전망예측을 A4 2장 분량으로 써 가지고 오너라." 검사의 말에 미네르바는 모두 좋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네르바는 몸소 1년 벌어질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한편 밖에서는 미네르바가 쓸려 가서 나라 안이 시끄러운 일뿐이었다. 그들은 주변 주민을 탐문하고, 친구와 친척들을 취재해 기사를 만들었다. 떠들썩한 일이라 모두들 협조해서, 테러리스트나 연쇄살인범만큼 자세한 정보가 기사로 달렸다. 국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로이터에서는 해외토픽(oddly enough)이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라는 곳은 120년의 역사와 160만명의 독자가 있는 영국(英國)의 신문(新聞)이다. 그 곳에서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표출했다. 미네르바가 탄식하면서, "가정파괴 막으려 글 썼다" 하고, 기자 수십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아고라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엔 상대적 약자인 개인의 재산권과 그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에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썼느니라. 그런데 오프라인으로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목적을 가지고 상업적 이득을 취한 것은 없다. 그랬다면 진작에 나왔으리라." 기자들에게 모조리 사과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나온 상황에서 발생한 그 시각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이 때 기획재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씨의 부하 변씨가 미네르바를 몰래 석방한 후 데리고 가서 강씨를 보고 "이 사람을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강씨는 놀라 말했다. "이 자의 안색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그 때 하려던 이야기가 이 이야기였단 말인가?" 변씨가 웃으며, "그래서 이야기를 듣자고 말하지 않았소. 속에 든 지식이 어찌 외관(外觀)을 살찌게 하겠소?" 하고, 미네르바를 강씨 앞에 소개했다. 강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인사하고, 경제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겠노라 했다. 미네르바가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과외 선생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미네르바가 창천동으로 가서 조그만 빌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경로당에서 소일하는 것을 보고 변씨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빌라가 누구의 집이오?" "박 청년 집입지요. 정부를 비판해서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면 잡혀갈 일이 없는 사람이지요. 지난 여름부터는 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서 컴퓨터만 했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가 히키코모리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조언을 받고자 했으나, 미네르바는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일을 버리고 글을 썼겠소? 이제부터는 절필하고 살아가겠소.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경제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미네르바를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미네르바의 집에 쌀이나 캐주얼 청바지가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미네르바는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정운찬-김영식 8판을 사오지 않으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맥주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달을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1 년 동안에 어떻게 그렇게 정확한 경제예측을 하였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미네르바가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한국이란 나라는 고도 성장을 해온 신흥 공업국이고, 수출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SOC(社會間接資本)에 투자하는 것이 옳지만, 그것을 오해하면 엉터리 사업을 할 수 있겠지요. 대개 대운하를 뚫으면 거대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면 살리기, 대운하면 대운하, 선진화면 선진화, 마치 한반도를 운하 그물로 만들듯 할 수 있지요. 국민들이 반대하는 대운하를 슬그머니 시행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슬그머니 시행하고, 의원의 민영화를 슬그머니 시행하면, 시카고 학파의 주장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백성들이 고갈될 것이매,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강 장관님께서 선뜻 이야기를 들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미네르바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강씨만이 내 이야기를 들어 주리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실력으로 장관이 된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들어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경제학 교수는 된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았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텐데 어찌 들어주지 않겠소? 이미 문전박대 당한 다음에는 강씨의 언행을 관찰해서 글을 쓴 까닭으로, 쓴 글마다 곧 옳았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신뢰도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사대부들이 제 2의 IMF(國際通貨基金)에서 일본계 자본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지식인이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自古以來)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 교수 장하준(張夏準) 같은 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제도주의 경제학의 대가로 불릴 만한 인물이었건만 서울대 교수 채용에 3번이나 낙방했으며, 박찬종(朴燦鐘) 같은 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시, 사시, CPA를 패스하고 5선 국회의원을 지냈건만, 변호사 일을 하며 소요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경제분석을 썼던 사람이라, 내가 쓴 예측이 족히 무당을 뛰어넘을 만했으되 펜을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공간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하 중에서 가장 신뢰받는 부하였다. 강씨가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에 계속 있으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변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미네르바의 이야기를 재차 하였더니, 강 장관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몇 달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해조차 하지 못했사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강 장관은 운전수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미네르바를 찾아갔다. 변씨는 강 장관을 현관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미네르바를 보고 강 장관이 재차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미네르바는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카스 레드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강 장관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미네르바는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강 장관이 방에 들어와도 미네르바는 컴퓨터 책상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강 장관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정부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미네르바는 손을 저으며 막았다. "야간 정액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은 무슨 벼슬에 있느냐?" "기획재정부 장관이오." "맞아,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였지.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뢰어서 삼고 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강 장관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차선책)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미네르바는 외면하다가, 강 장관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계량경제학을 이용한 시카고 학파 이외의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우리 나라에서 학원 강사를 하며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정부에 청하여 기획재정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을 모두 파면하고, 직위를 몰수하여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강 장관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국민 전체를 융합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보다 앞서려면 먼저 인재를 육성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너희 정부가 지난 1년간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국민들과는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쇄신한다면 저들이 정부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종부세 부활, 복지제도 강화와 같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허용해 줄 것과, 대운하와 방송법을 금하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공부를 시키고 지원을 해서, 그 중 취직 잘 되는 인기학과의 지원은 줄이고, 기초학문과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서, 우리 사회의 지식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외국에서 박사를 받은 석학들을 모셔온다면 다시 한번 세계를 뒤집고 국위를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한국인 중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유학생을 데려와서 적당한 사람을 가르친다면, 잘 되면 지식의 중심지가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나라에 망조가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정부를 보고 빨갱이에게 세뇌당했다고 비판할 것인데, 누가 종부세를 부활하고 외국인을 지원하겠습니까?" 미네르바는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국개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좌우 구분도 못하면서 자칭 애국지사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종부세에서 6천원 감면되는데도 종부세 폐지를 찬성하는 것들이고, 코스피가 반으로 꺾여도 10년 좌파정권은 물러가라 하는 것들인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국민이라 한단 말인가?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장관이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장관이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대운하에 파묻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삽을 찾아서 묻으려 했다. 강 장관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창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미네르바는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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