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가능 감압챔버 1대 뿐” 해군 주장 사실 아니다
[2010.04.02 00:21]
잠수병 예방과 회복을 돕는 이동식 감압 챔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업체와 기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1일 드러났다. 이는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감압 챔버가 광양함에 배치된 1대뿐이라는 해군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민간이 보유한 챔버를 미리 해군이 확보했더라면 무리한 심해 잠수로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참사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군은 본보가 지적하자 이날 밤 늦게 민간 제조업체에 감압 챔버 지원을 요청했다.
해군작전사령부는 “(챔버는 현재) 해군 구조함에 5대, 군부대에 2대, 민간에 11대가 있지만 제 기능을 하는 감압 챔버는 광양함의 1대뿐이며 나머지는 고정식이어서 장비를 분리해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군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울산의 감압 챔버 제조 업체인 백스쿠버가 이동식 감압 챔버 3대(4인용)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폴리텍대학도 6인승 이동식 감압 챔버 1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와 기관 보유 챔버만 가동하더라도 당장 18명의 잠수요원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감압을 지원할 수 있다.
백스쿠버 백성기 대표는 “해군에서 1일 밤 뒤늦게 요청해 4인용 감압 챔버 1대를 지원키로 했다. 2일 구조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체가 보유한 감압 챔버는 가로 4.5븖, 세로 1.9븖 크기로 중량이 4t이다. 그는 “수심 40븖까지 잠수할 경우 1시간 정도 챔버에 있으면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폴리텍대학 산업잠수과 정의진 교수도 “해군이 지원을 원하면 당장 투입해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탐험대 황대영(58) 대장은 “이동식 감압 챔버를 갖고 있는 제조업체나 민간 잠수요원들이 적지 않은데 해군이 이를 즉각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용할 수 있는 감압 챔버가 1대밖에 없다는 해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천안함 구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 잠수요원은 “민간에 있는 감압 챔버를 빨리 확보했더라면 보다 원활한 구조 작업이 가능했고 한 준위 순직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구조 활동을 펴고 있는 잠수요원들은 해군이 “감압은 잠수요원이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한 잠수요원은 “감압 챔버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감압 챔버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이라며 “지금이라도 챔버를 확보해 구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구조에 나선 잠수요원들은 하루 2회 이상 잠수를 하고 있다. 하루 한 번 잠수하면 이틀을 쉬어야 하는 안전 규정을 무시한 강행군이다. 순직한 한 준위는 사고 전날 세 차례나 잠수했다가 변을 당했다. 해군 UDT 관계자는 “현장 여건상 하루에 잠수를 2회 이상 하고는 있지만 몸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감압 챔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택·백령도=조국현 유성열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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