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덕후님들은 설득력 이런거 중요하지 않음? 예컨대 중세 환타지에서 텔레포트는 뭐 마력으로 어떻게든 하는 거지만 공상과학물에서 순간이동 하려면 웜홀이니 뭐 몸을 분자 단위로 쪼개 가속시키느니 굳이 설명하잖음?
내가 대단한 공상과학물 덕후는 아니지만, 생각건대 공상과학물의 매력은, 1. 현재에 없는 새 기술이 열어내는 가능성, 2. 그리고 그 기술이 가진 현실적인(환타지적인 말고) 한계, 이 두 요소를 세계관으로 잘 배합해 21세기 미개인의 입맛에 맞는 내러티브를 전개해 나간다는 것 아니겠음?
그래서 난 공상과학물 볼 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부분이 보이면 몰입이 덜 되는 편임.
서론이 엄청 길었는데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말은, 밑에 이브 글 보고 생각나서 쓰는 건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흔한 공상과학 게임의 소소한 설정에 굳이 태클걸기"임.
먼저 우주전함 내 중력. 솔직히 이건 너무 당연한 것처럼 다들 묘사하는 거라 크게 태클 걸고 싶은 맘은 없음. 근데 설득력의 경중으로 따지면 가장 미친 설정임. 뭐 신발에 자석을 달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중력'이 우주선 하방을 향해 작용토록 하려면........... 고딩때 '만화로 배우는 상대성이론' 정도밖에 못 보고 뉴튼 3법칙이 뭔지도 모르는 문과생인 내가 보기엔 우주선 밑에 엄청난 질량을 가진 물체(혹은 빛의 속도에 비견될 만큼 빠른 속력으로 회전하는 물체)가 있어야 하며 + 그 물체가 우주선은 빨아들이지 않아야 함(혹은 우주선은 그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 가속해야 함)
다음은 우주선의 가속 묘사. 내가 이브 온라인 처음 해보고 제일 먼저 실망했던 부분이 이거였음. 어릴 때부터 카더라 카더라 주워먹은 상식에 따르면 우주 공간엔 마찰력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한번 붙은 속력이 쉬이 잦아들지 않을 텐데 왜 게임에선 똑같은 속력으로 이동하고 있는데도 꽁무니에서 불 계속 쏨??? 가속할 때만 꽁무니에서 불 쏘고 감속할 땐 반대편으로 불 쏴야 하는 거 아님?? 등속항해할 땐 그냥 엔진 끄고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방금 전에 거랑 연관된 건데, 우주선의 외형. 우주선들, 특히 크기 작은 것들 생긴 것들 보면 다 그냥 비행기처럼 생겼음. 여기서 그냥 비행기처럼 생겼다는 뜻은, 1. 앞과 뒤가 확연히 구별되는 모양인데다가 2. 비행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날개 달린 모양도 엄청 많다는 거. 먼저 2번을 쓸데없이 진지먹고 들자면, 우주선은 부력을 만들어 떠오르는 게 아니니 행성과 우주를 모두 들락날락 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공기역학적 구조인 '날개'라는 걸 가질 필요가 없음. 1번을 들여다보면, 이 전 항목이랑 연관되는데, 앞뒤 구별이 왜 필요함? 오히려 불편할 것 같지 않음? 원하는 방향으로 가속과 감속을 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부스터?? 버너??가 360도*360도(3차원)를 커버하는 모양으로 사방팔방 달려야 함. 지구에서 비행하는 것처럼 꽁무니 빠바방 해서 가속하고 날개 판 올려서 공기저항으로 감속하는 게 아니잖음. 가속도 감속도 엔진 돌려서 해야 함. 따라서 원활한 컨트롤을 위해서는 구처럼 대칭적인, 앞뒤 없는 모양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함. 차라리 콕핏만 뱅글뱅글 도는 게 편하지.
그리고 소리. 소리가 너무 지구에서랑 똑같이 들려.. 좀 뭉개졌음 좋겠어 왜냐면 우주엔 소리를 전달할 매질이 없으니까(매질 맞나? 틀렸으면 죄송) 들을 수 있는 소리라면 기껏해야 선체의 진동일 거 아냐. 내 목소리는 귀 막고 말해도 두개골 울림을 통해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근데 막 광석 캔다고 아주 드릴리릴릴리ㅣ리리릴 레이저 쏜다고 뾰뵤뵤뵤뵤뵤보뵤보뵵ㅇ 전 너무 유별난가봐요 이런 거 보면 몰입감이 확 떨어짐.....
저는 늘 이 정도가 제일 거슬려 왔음. 아예 웜홀이니 오버드라이브니 실드니 이런 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데...
좀 너무 쪼잔하게 따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이 글을 왜 싸지르는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이 글 끝까지 다 읽어주셨다면 감사하고 님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