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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노인분께 자리 양보 안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306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라내인생
추천 : 13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3/23 10:21:21
서른 살 직장남입니다. 거의 매일 버스로 출퇴근을 해요.
오늘도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습니다.

빈자리에 앉아서 쓰고 온 우산을 접어 버스 벽 쪽에 세워두고,
맛폰으로 음악 듣고 웹 서핑 하면서 가고 있었어요.

대여섯 정거장 지나니까 사람들이 제법 들어차서 빈자리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에 타시더라고요.

분위기 보아하니 그 분께 자리 양보할 만한 다른 사람이 없을 듯 하여,
내가 양보해야지~ 생각하면서 짐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맛폰 주머니에 넣고 우산이랑 도시락 들고 일어나려는데
그 사이 제 앞에 그 할아버지가 오셔서는
비에 젖은 우산으로 제 다리를 툭툭 치면서

'나와, 얼른!'

이러시더군요.

이제껏 이런 분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화가 확 나더라고요.
우산이랑 도시락 다시 내려놓고 맛폰 다시 꺼내서 웹 서핑했습니다.

그 뒤에도 한참동안 제 앞에 서서 저한테 뭐라 뭐라 하신 것 같은데,
음악 볼륨 왕창 높여 들어서 잘은 못 들었어요.

노인분들한테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것은 호의를 베푸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일을 겪어보니..
저도 지금까지 자리 양보를 호의를 베푸는 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한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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