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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여왕에게 도전하다
게시물ID : humorstory_2863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의화원
추천 : 2
조회수 : 5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3/23 18:58:10
술을 무지 잘 마시는 친구가 있었다.
게다가 남학생도 아닌데도. 
한번도 술 취한 적을 본 적이 없는 대학교 입학할 때 부터 전설을 만들고 다녔던 급이 다른 친구였다. 
그러던 중 1학년 엠티를 가게 되었다. 
강이 보이는 멋진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준비된 일정을 그럭저럭 소화한 다음 드디어 12쯤이 되었을 때 자유시간이 시작되었고 평소에 벼르고 있던 남학생 대표 4인이 이 여학생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비겁한 승부는 없다. 무조건 똑같이 마시는 거다. 안주는 부실하고 술은 소주다. 다른 친구들은 이 대적이 신기한듯 힐끔힐끔 구경하면서 잡담을 나누거나 모닥불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의 명예를 건 성전은 새벽이 거의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예상외로 백기를 든 쪽은 한번 오점도 남기지 않았던 여자동기였다.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정예부대원들은 모두 멀쩡했다. 술의 전설 여자동기는 "내가 졌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뻗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한듯 다른 여자애들 틈에 섞여 뻗어버린 골리앗을 보던 남학생 정예부대는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부담스러웠던 술자리를 정리한다. 완벽한 승리.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당시에는 멀쩡했던 것으로 보였던 4명의 남학생대표들은 시름시름 앓기시작한다. 주당을 눕힌 저주라고 할까. 

모닥불에서 얘기를 나누던 애들이 갑자기 남자1이 밖으로 뛰쳐 나가는 걸 본다.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면서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걱정스러워 아무리 뒤졌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잔디밭에서 강가의 안개가 하얕게 내려 앉은 채로 발견되었다. 

남자2는 냄새나는 시골 화장실에 신발도 신지 않고 들어가는 모습을 역시 모닥불 주변에서 얘기를 나누던 애들이 목격. 귀찮아서 놔뒀는데 하도 안나와서 걱정되 들어가 봤더니 화장님 냄새랑 뿜어놓은 냄새랑 섞여 엉망이 된 바닥을 옷으로 닦으며 꿈틀거리며 누워있더라는. 결국 방에는 못재우고 데리고 나와 평상에 재웠다는 남자2. 

남자3. 방에서 누워 잠을 청했지만 누운지 한두시간이 되자 기별이 오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 뿜어질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4초의 느낌. 차마 밖으로 나갈 상황은 아니었기에 창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뿜었는데 알고보니 고정방충망 쳐진 문이고.. 창문은 엉망이 되고..

이녀석은 밤새 꽥꽥거리며 방안에서 나가지도 않은 채 방안을 오염시키며 자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 1인. 한번은 갑자기 속에서 기별이 왔는데 역시나 다급한지라 두리번 거리는데 까만 봉지가 하나 있길래 거기다 할려고 막 하던 차.. 근데 까만 봉지에 왠 쟈크가 있지. 신기했으나 하도 급한지라 열고 온갖 부담을 다 덜어놓은다음에 다시 쟈크를 잠궈놨다는... 근데 그 까만봉지안에 누가 책이며 소지품들을 버려 놨더라는.. 술이 취하니 판단력이 흐려 그런가부다하고 아무런 죄책감없이 이 녀석은 잤다는 게 유머.. 

세명이 개쓰레기몸이 되어 나뒹굴던 그날 꿈쩍도 않고 잠이 들었던 마지막 남은 희망... 남자4.. 다음날 아침 멀쩡했지만 왠지 모르게 창백한 얼굴, 그리고 심각한 표정.. 뭐랄까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자의 느낌이랄까? 이녀석이 남은 희망이었고 승리의 산증인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중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사님!! 기사님!!을 부른다. 그리고 손으로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뭔가라 흘러 내릴려고 하고 이 친구는 필사적으로 막고 있고. 보통때같으면 콧방귀도 않뀌었을 텐데 낌새를 눈치챈 기사님은 재빨리 문을 열어줬고 이 친구는 시골길에서 내려 황급하게 산속으로 사라진다. 

우리가 그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사이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하고 한가지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절대 건들지 말자. 졸업할 때 까지. 우리랑 레벨이 다른 분이시니까. 돌아오는 버스에서 본 그녀는 너무 태연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났다. 멋진 그녀의 포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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