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이성과의 데이트에 입고갈 옷을 주문했으나
24일 발송이야! 히힛 !!
미리보는 3줄 요약
- 크리스마스이브 첫데이트
- 20일날 입고갈 옷 주문
- 24일날 발송. 배송예정은 월요일쯤.
그리고 나는 문의 게시판에 소설을 썼다.
절대로 늦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은 어떤 때,
터틀넥 폴라티를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고 싶어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청년은 그 생각에 완전히 매진하지 못했어요.
급뽐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로 힘들었거든요.
상품 배송이 늦어질 때면 누구라도 차분하고 느긋하긴 어려운 법이랍니다.
청년은 어찌할 줄 모르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던 썸녀도 이미 보이지 않았어요.
그 썸녀는 이미 떠나간 후였거든요. 아마 그 썸씽녀가 조금이라도 사려가 깊다면 다음 주말에도 시간을 비워 줄거에요. 어쩌면 다음주 지나서야 그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지만요.
청년은 어느새 자신이 어느 쪽을 바라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빨리 상품이 배송되어 다시 약속을 잡길 바라는건지, 그렇잖으면 아무도,아무것도 오지 않기를 바라는건지.
`왜 빨리 배송이 오지 않은거야! 빨리올 수 없으면 오지 않으면 될 거 아냐... 내가 너 기다리면서 약속 시간 늦으면 재미있을거 같아? 내가 너따위 기다리면서 계속 집에 있어야되? 왜 나를 못사게 구는 거야. 너 같은 것 바란 적 없어. 왜 뽐뿌질 한거야 왜!!!... 흑흑`
아냐. 미안해 문의게시판에 이런 소리 하는 것이 아냐.
거기에 순차발송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난 그저 내 착잡한 마음을 표현한거라고...
옷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던거야!. 근데 이렇게 늦을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몰랐어!
청년은 카드결제가 완료 되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첫데이트 약속과 함께 급뽐뿌를 한 순간, 어쩌면 생애 가장 행복했던 때였죠.
하지만 순차발송을 알게 된 순간 청년은 정말 욕하려고 했어요.
결제가 완료 되었을땐 당장 내일이라도 볼 수 있을거 같았는데...
`배송 늦는 거야?`
절대로 인터넷쇼핑몰의 물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광고에 청년은 눈길을 돌렸습니다.
공황 상태였던 청년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어요.
사실 남자들이 그런 광고에 눈길을 돌린다는 것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요.
만약 그맛에 들린다면 평생 주위사람들을 지긋지긋하게 만들거나
그 자리에서 자리를 펴게 될겁니다.
주위 사람들은 차라리 후자를 원할지도 모르지요.
청년은 넋이 나간 상태로 집 앞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아울렛과 백화점들을 바라 봤어요.
백화점과 아울렛이 연신 광고를 했어요.
`마우스에 손을 올려 놓았다는건 미련이 있다는 거겠지, 알아 뺏을 생각은 없어 원래는 그냥 커플들만 노리려고 했어 하지만 네가 상품배송이 늦을거란걸 알아버려서 말야. 확실하진 않지만 표정이 그래 보이거든. 그거 기다릴거야?`
`뭐?뭐..?`
`네가 주문한거 기다릴거냐고`
`기다..려?`
백화점은 인내심을 잃는 기색을 약간 보였습니다.
`반품할거야 기다릴거야?`
`반품 할거야!`
청년은 자신의 외침에 놀랐습니다. 미필을 무시하지 마세요.
당신들도 한 때는 미필이였잖아요.
청년은 자신이 외친 말이 두 가지 듯으로 해석될 수 잇다는 것쯤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이 상품에 미련은 없어` 라는 뜻과 `이 상품말고 다른 것을 너에게서 살게` 라는 뜻이지요
백화점은 두 번째 의미에 반응했어요. 그리고 셔틀버스를 보냈어요.
청년은 자신이 썸녀에게 뭐라고 말할지 생각 했어요. `백화점에서 샀어요.` 그건 사실이죠
정직한 청년에게 썸녀는 호감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백화점이 광고를 멈췄습니다.
그것은 묘한눈으로 열린 지갑을 보다가 청년을 보았어요.
그리고 백화점이 말했습니다.
`너 돈많네?